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평균 88점, 가슴에 금배지를 달다

순수산 2011. 5. 11. 09:18

 


여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니 벌써 30 년이 되었다. 1학년 3반, 우리반은 열성반으로 학년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우리반이 3반이였고 담임선생님의 존함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십대 후반 미혼 여성이였던 우리 담임선생님은 국어를 가르치셨는데, 국어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영어가 중요하니 열심히 해야 된다고 누누이 강조하셨다. 그러시더니 정규수업이 끝난 후 1시간씩 우리반 아이들에게 직접 영어 특별수업을 해주셨다.

“영어는 무척 중요하니 몇 페이지에 무슨 문장과 무슨 그림이 나온다는 것까지 달달달 외워야 한다.”


그 시절 나는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영어라는 생소한 과목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꼬불꼬불 기어가는 활자가 신기할 따름이였는데, 매일 단어 쪽지 시험을 보고 긴 문장을 외워서 발표도 했다. 쪽지시험 결과 60점 이하가 나오면 알짜없이 30 센치 자로 손바닥이 불나도록 맞았다. 단체 기합도 여러번 받으면서 우리반은 이를 악물고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렇다고 우리를 힘들게 한 담임선생님이 밉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우리반을 사랑하는 담임선생님의 그 마음을 순수하게 받아들인 14살이였다. 선생님의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우린 국어과목도 열심히 했다. 공부가 하면 할수록 쏠쏠한 단맛이 난다는 것을 나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학구열에 불타는 열성파 1학년 3반이 좋았다. 땀 흘려 열심히 하는 자에게 달콤한 열매가 열린다는 것도 나는 그땐 처음 알았다.


첫 시험, 중간고사를 봤는데 우리반은 평균 88점 이상 아이들이 20 여명 나와서 학년에서 1등을 했다. 1학년 4반 담임은 영어를 가르치는데 그 반은 평균 88점 이상이 달랑 세 명밖에 없었다. 우리반이 대단하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우리를 우쭐하게 만들었는지 치기도 부리며 행복했다. 공부의 방법을 터득한 우리반은 친구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계속 잘하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우리학교는 시험 성적이 평균 88점 이상 되면 학력장과 금배지를 선물로 나눠줬다. 단, 다음 시험 성적이 88점 이하로 떨어지면 금배지를 돌려줘야 했다. 왜 공부를 해야 되는지, 어떻게 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지, 열정의 담임 선생님을 만난 후 나는 중학교 3년 동안 가슴에 당당하게 금배지를 달고 다녔다. 간혹 긴 문장의 영어독해를 만나면 두려워하지 않고 차근차근 읽게 된다. 그 시절 해뒀던 영어공부의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담임 선생님께 배웠던, 하면 된다는 긍정의 마인드와 열정은 살아가는데 큰 원동력이 되었다. 미치면 미친다고 했던가. 열정을 품고 살면 항상 푸른 청춘이 된다. 늙을 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