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리더는 상대를 폼나게 만들어줘야 한다

순수산 2011. 4. 30. 10:00

 

<식당 담벼락 아래에 핀    분홍 꽃잔디 ?>

 

 

"점심 식사 뭐 드실래요?"

11시 40분이 되자 어김없이 동료직원이 물어본다.

이제 이런 물음이 신물이 났는지 어투가 거의 전투적이다. ㅋㅋ

아니다. 물음에 빠른 답변을 못하는 직원들이 미운 것이다. ㅎㅎ

 

 

다들, 또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머리를 굴리고 있는 사이에 발빠는 내가

"오늘은 <남영>에 가서 애호박찌개나 먹자."

큰 문제를 해결해 준 나에게 다들 미소를 띄운다. 동료는 식당에 예약전화를 해놓고

"어려운 숙제를 늘 풀어주신 우리 진팀장님을 제가 가장 좋아한다니깐요."

ㅋㅋㅋ

우린 12시에 사무실을 나섰다. 양쪽 주머니에는 카메라와 휴대폰을 챙기고...

 

 

 

흰 꽃잔디를 처음 봤는데, 귀여운 녀석들이 옹기종기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장미를 안개로 받쳐주면 훨씬 장미가 우아하고 멋스럽듯이 초록 잎으로 받쳐주는 분홍 꽃잔디가 장미처럼 이쁘다.

주인공보다는 조연이 되어 주인공을 받쳐주고 선수보다는 코치가 되어 선수가 잘 뛸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그런 나이가 되었고, 그런 마음이 많이 든다. 어제 읽은 신문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평소 챙겨서 보는 김정운 교수의 칼럼이다.

 

[그러니까 친구가 없는 거다]

~~~~

리더는 훌륭한 사회자가 되는 것을 뜻한다. 상대방을 폼 나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남에게 순서 안 준다. 폼 날수록 자기만 이야기한다.

가끔 머쓱해서 썰렁한 농담 던져보지만, 아무도 안 웃는다.

스스로 도덕적으로 정당하거나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해도 절대 남에게 순서 안 준다. 혼자만 계속 이야기한다.

설득력 없는 정치인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문제이기도 하다. 어설픈 진보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상대방의 반응은 대부분 이렇게 된다. “그래, 당신 말이 다 맞아. 그래서?”

이해는 했지만 안 받아들이겠다는 이야기다. 인간은 절대 이런 방식으로 설득당하지 않는다.

대화가 아니라 강요 혹은 계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스스로 옳다고 생각할수록,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생각할수록 친구가 없는 거다!

-[한겨레 신문] 김정운 명지대 교수 여러가지문제 연구소장-

 

 

 

 

 

예약을 해 놓으면 조용한 방으로 음식을 미리 준비해 놓는다.

여전히 맛깔스러운 반찬 10 가지를 정성스럽게 준비해 놓고 특별히 오늘은 묵은지고등어조림까지 주셨다.

그러나 계속 외식을 하다보니 늘어나는 것은 뱃살이다. 퇴근후 열심히 운동을 해도 효과를 보기도 힘들고

그래서 이제부터는 점심식사라도 밥공기의 밥을 1/4정도 덜어서 남직원한테 주기로 작정했다.

배 아프게 꾸역꾸역 먹을 필요가 뭐 있는가? 그런데 한공기를 먹다보면 꼭 다 먹어야 된다는 심리가 깔려 있어서...

남겨 버리면 죄를 짓는 것 같아서...

오늘은 작정한 대로 밥을 덜어 남직원한테 먼저 떠주고, 먹으니 아주 부담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봄 햇살은 좋고 식당에서 사무실로 오는 그 짧은 5분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데이트 코스처럼 느껴진다.

다른 직원들은 앞장서서 걸어가는데 나는 가는 길목길목 꽃들과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확실하게 이름을 불러본다.

[흰 꽃잔디, 분홍 꽃잔디, 철쭉..... ? ? ? ]

 

 

 

 

교회 옆에 핀 이 녀석의 이름은 모르겠다.

참 이쁘긴 한데...누굴까????

 

 

 

팬지 인가?

 

 

아이구 또 모른 녀석이 있다.

너 누구니?

 

 

대답 없는 너

이름을 부를 수 없으니 모른체 할 수밖에...

나의 무지여~~~

 

 

얘는 누굴까? 꼭 다문 꽃봉오리 사이로 무슨 진액같은 것이 흘러나오는데.. 좀 징그럽기도 하고

과연 이 꽃이 활짝 피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하다.

꼭 지켜보련다.

 

 

 

한 송이 활짝 핀 이 녀석을 보고 나는 대번에 아는 체를 했다.

야! 너 개망초 이지. 등산가서 여러번 봤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많이 봐서 인지 무척 친근하게 느껴져 이름을 불러봤다.

그런데, 어째 좀 자신감이 없다. 예전에 구절초도 이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 있었는데,

그래서 구절초와 개망초를 검색해보니 아뿔싸~~~애는 개망초가 아니라 구절초였다.

무식이 작렬하게 탄로났다.

ㅋㅋㅋ

선무당이 사람잡는 꼴이다.

 

 

<퍼온 사진>

이 녀석이 개망초인 것이다. 꽃잎의 생김새가 다르다. 이제 앞으로 두 녀석을 잘 구분할 수 있겠다.

갈대와 억새도 구분 못했던 내가 구절초와 개망초를 구분하게 되었으니...일취월장이다. 사람은 평생 배우며 살아야 한다니까.

그런데...나는 암만 봐도 이 두녀석들이

계란 후라이 처럼 보인다. 그래서 나는 후라이꽃이라 불러주고 싶은데...

 

 

 

교회 주변의 꽃들에게 하나하나 눈도장을 찍었는데, 이 녀석은 꽃이 너무 작아 어떻게 생겼는지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지 못했다.

 

 

 

아이구, 이런 쌩뚱맞는 단풍나무 여~

지금은 봄인데 가을쯤에야 볼 수 있는 이 녀석은 뭐가 급해서 이리 먼저 나왔을까?

또 모르지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겠지. 이 단풍나무는 사시사철 이런 모습으로 계속 있는 나무일지.....

누드비치에서 혼자 양복 입고 서있는 모습이랄까. 뭐 그런 어울리지 못한 느낌이 팍팍 들었다.

 

꽃들과 얘기하다 보니 어느덧 사무실 건물에 도착했다. 그런데 2층 사무실까지 올라가기까지는 아직 또 넘어야 할 산이 있다.

1층 정원에서 해바리기 하고 있는 몇백개의 우리 다육이를 또 봐줘야 한다. 그럼 귀여운 다육이를 또 구경하자.

다육이를 구경하며 나도 해바라기를 해본다. 따뜻한 봄햇살을 받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