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매일,특별한 일상

도자기 찻잔으로 여유를 마시다

순수산 2012. 10. 10. 06:30

 

 

 

추석 즈음, 우리 사무실 1층 도자기 공방에서는 추석선물 주문이 밀려 무척 바빴다.

마음은 자주 내려가서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나또한 업무가 바빠서 그러하지 못하고

서너번 내려가서 도와드렸다.

모든 것이 수작업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누가 1시간만 도와줘서 참 수월해진다.

 

"진팀장아~ 네가 좋아하는 것으로 골라봐. 선물해줄께."

도와드렸더니, 공방 사장님께서 추석 선물로 줄테니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했다.

도자기가 나오기까지 공정이 참으로 수고스럽다는 것을 알기에

선뜻 무엇을 주라고 말씀은 못드렸다.

그런데...유독 이 부부 찻잔이 눈에 들어와서

"사장님...이 찻잔 정말로 색상도 이쁘고 좋네요. 다음에 선물할 일 있으면 이 찻잔을 살테니 여러개 만들어 놓으세요."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두고 눈코뜰새 없이 바쁜 28일에

공방에서 좀 내려오라고 연락이 왔다.

예쁜 케이스에 내가 찜해 놓은 부부찻잔을 포장해 놓으시고

"추석 선물이야. 잘 사용해."

사장님이 선물이라며 주셨다.

명절때마다 꼬박꼬박 도자기 선물을 챙겨주셨는데,

아까워서도 그렇고 바쁜 일상에 쉽게 사용하지 못하고

케이스째 그대로 놔두었는데,

이번만큼은 포장을 풀고 사용하고 싶었다.

 

"자기야, 공방 사장님이 선물해 준거야. 이쁘고 멋있지. 우리 여기에 커피 타서 여유있게 마셔보자."

퇴근후 남편와 저녁식사를 맛있게 하고

나는 찻잔을 꺼내 남편은 커피믹스를 나는 설탕커피를 타서

식탁에 앉아 오붓하게 여유를 갖었다.

 

 

 

"와우~ 커피 맛이 진짜 좋다. 어제 마셨던 그 맛이 아니야. 이런 맛에 여기에 커피를 타서 마시나보다."

머그잔에 습관처럼 커피를 타서 후루륵 마셨던 커피였는데,

남편도 도자기 커피잔을 잡고 이리저리 감상을 하며 흡족해 하며 마신다.

 

너무 반듯반듯 하지 않아서 좋고

청아한 색상도 좋고

엷은 핑크 꽃무늬도 좋고

크기도 안성맞춤이고

또한 선물 받아서 정말로 좋다.

 

나는 커피를 마시다가 너무나 행복해 공방 사장님께 지금 남편과 같이 도자기 찻잔에

커피를 마시는데, 커피맛이 황홀하다며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드시는

사장님이 멋져 보인다고 진심에서 우려나오는 마음을 전했더니,

벌써 개봉해서 마시냐며, 사장님도 행복하다고 답장을 해주셨다.

 

너무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

한번쯤 이렇게 사색을 하게끔 하는 도자기 찻잔에 커피를 마시면

없는 여유도 생기게 된다.

 

이 찻잔에 커피를 마시는 날은

내가 나에게 주는 시간이니, 잠깐이라도 여유를 갖으라는 배려의 이야기다.

 

커피한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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