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매일,특별한 일상

비누

순수산 2015. 5. 7. 13:22

 

                                                [퍼온 사진]

 

 

 

비누 / 임영조

 

이 시대의 희한한 성자(聖者)

친수성(親水性) 체질인 그는

성품이 워낙 미끄럽고 쾌활해

누구와도 군말 없이 친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온몸을 풀어 우리 죄를 사하듯

더러운 손을 씻어 주었다

밖에서 묻혀 오는 온갖 불순을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 주었다

 

그는 성직(聖職)도 잊고 거리로 나와

냄새 나는 주인을 성토하거나

얼룰진 과거를 청산하라고

외치지도 않았다. 다만

우리들의 가장 부끄러운 곳

숨겨 온 약점 말없이 닦아 줄 뿐

비밀은 결코 발설하지 않았다

 

살면 살수록 때가 타는 세상에

뒤끝이 깨끗한 소모(消耗)는

언제나 아름답고 아쉽듯

헌신적인 보혈로 생(生)을 마치는

이 시대 희한한 성자

 

나는 오늘

그에게 안수(按水)를 받듯

손발을 씻고 세수를 하고

속죄하는 기분으로 몸을 씻었다

 

 


앞으로 비누를 손에 잡으면 이 시가 떠오를것 같다.

내 죄를 사하듯 깨끗하게 씻겨주는 비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는 시처럼

연탄재를 보면 나도 뜨겁게 정열적으로 살고 싶어진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삶속에

타인을 위해 제 한몸 열렬히 불태워 불을 밝히는 촛불을 보면

경건해진다. 나도 타인을 위해 살아야 하는데...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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