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사변을 겪었던 친정 부모님은 가난하게 살았다. 배움도 짧고 하루 살기가 버거울 정도로 어려웠으나 자식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당신 몸 살필 겨를도 없이 살아가는 이유가 오직 자식이 아니였나, 싶다. 삶이 고달팠기에 여유가 없었고 여유가 없었기에 상대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을 것이다. 그래서 두분은 티격태격 싸우는 일이 많았고 매일 술로 사셨던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아 일찍 돌아가시게 되었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며 홀로 사남매를 키우셨던 어머니 얼굴에는 늘 수심이 가득했다. 삶에 찌들렸던 모습이 일흔이 되어가는 노모의 얼굴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웃어야 복이 온다고 했는데 한숨과 걱정으로 한 평생을 살아오신 어머니의 얼굴에서 웃는 모습을 찾기란 어렵다. 자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당신의 삶을 즐기며 살았다면 그렇게까지 어둡지는 않았을텐데 많은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저 자식으로서 죄송할 따름이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해도 한없는 자식 사랑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자식 교육을 위해 머나먼 타국으로 사랑하는 자식과 아내를 보내 놓고 홀로 지내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부부 중심의 삶이 아니라 자식 중심의 삶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서글픈 현실이다. 미련하리만큼 자식만 위해 살았던 우리 부모님처럼 나는 살고 싶지 않다. 가족의 초점을 자식에게 맞추다보니 단란하고 소중해야 할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내 자식이 정말로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통장의 잔고를 많이 물려주는 것이 아닐 것이다. 서로 존중하며 행복하게 사는 부모의 모습을 물려주는 것이 최고의 유산이 라 생각한다. 부모들이 행복하면 아이들 인생도 행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부모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어떻게 자녀들에게 보여줄까 이 궁리를 하며 살면 된다.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인 남편에게 자식 챙기느라 홀대하고 있는지 자꾸 점검해 봐야 한다.
“이 세상에서 부모님을 제일 존경합니다.”는 말은 내가 가장 듣고 싶은 인생 최대의 목표이다. 그러기에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아이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어 줄 것이다. 아이가 살면서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언제라도 부모가 의논 상대가 될 수 있도록 부단히 공부하는 부모가 될 것이다. 내 소중한 자식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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