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표현을 이럴때 쓰리라. 세계의 위인들은 어릴적부터 뭔가 남다르다. 여동생 아들인 조카는 초등학교 1학년인데 책벌레다. 밥 먹을 때, 화장실 갈 때, 무엇을 하든 항상 책을 끼고 있다. 남들은 책 좀 읽으라고 성화인데, 조카는 항상 책 좀 그만 읽으라고 엄마한테 혼난다. 그도 그럴것이 책에 코를 박고 다니다가 다친 경우가 허다하다. 한번은 우리집에 놀러와서 제일 먼저 책장을 훑어보더니 어른들이 보는 백과사전 코너에서 인체학과 유행병 책 두 권을 꺼내더니 30여 분 동안 차분하게 책을 읽은 후 나에게 본인의 느낌을 포함하여 일목요연하게 줄거리를 얘기해 준 것이다.
“민기야,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이모 저는 의사도 되고 싶고, 과학자도 되고 싶어요.”
“그래~ 딱 하나만 고르라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이모, 그렇다면 월 화 수요일은 의사를 하고, 목 금 토요일은 과학자를 할래요~”
지극히 아이다운 생각이라 순간 그 순수함에 웃음이 나왔다. 사실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본업은 의사이면서도 부업은 문화 평론가인 사람도 있고, 산부인과 의사가 요리사로도 활동한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꿈을 얘기한 조카에게 나는 무엇이든 도움을 주고 싶었다. 동생한테 TV 프로그램 [생로병사의 비밀]을 필히 챙겨서 조카랑 보라고 했더니, 진작부터 챙겨서 보는 프로라고 했다.
며칠 전 의학도와 과학도가 읽는다는 고가의 [인체 완전판] 책을 조카에게 사줬다. 책의 무게가 꽤나 나가는데 조카는 끙끙대며 그 큰 책을 펼쳐보며 호기심의 세계로 빠져서 나올 줄 모른다고 동생이 전했다. 인체에 관심이 많은 조카는 주로 인체에 관한 책을 많이 읽은지라 학교 담임 선생님이 사람을 그려보라,는 말씀에 사람의 내부 속을 자세히 그렸다고 한다. 교직에 있으면서 이렇게 인체 내부를 그린 어린이는 처음 봤다고 조카를 무척 대견하게 생각하셨다고 한다.
8살 큰 조카는 의사, 과학자뿐만 아니라 화가도 되고 싶다고 한다. 옆에서 마냥 놀고 있는 6살 작은 조카한테도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나는 물어봤다.
“이모, 나는 쓰레기 치우는 차 운전사가 될래요~”
내가 ‘정말 그럴 거야?’ 라는 눈빛으로 조카를 쳐다보니, 아주 진지하게
“소방차 운전하는 사람도 될래요~”
우리 아들도 유치원때 쓰레기차 운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서 둘째 조카의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더러운 쓰레기를 치워주는 쓰레기차가 얼마나 멋져 보인가. 앞으로 조카들의 꿈이 얼마나 많이 변할지는 모른다.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그래서 그 분야에 관심을 놓지 않고 자꾸 호기심과 재미를 유발시킨다면 분명 뿌린대로 성황리에 멋지게 거두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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