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 결성한 모임을 지금껏 해오고 있으니 우리 만남이 얼추 20여 년을 내다본다.
그 시절 우리들(모임 구성원)은 학교에서 내로라(?)하는 범생들이였다. 그래서 일까 다들
장남의 맏며느리들이다. 나름 유추한 결과 우린 어린장 찍찍 흘리고 우유부단한 사람 딱
질색이다. 그러니 매사 리더십 강하고 똑부러진 사람 반려자로 만난 것은 당연지사.
오랜 역사 같이 만나다 보니 친구들의 변천사도 다양하다. 결혼을 제일 늦게 한 친구가
'나의 낭군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만나면 제일 먼저 뺨을 한대 갈리고 싶다.'
이런 친구가 아이 둘을 낳고 둥글둥글(온 가족이 건강) 둥글이네 가족이 되어 있다.
딸래미 기지배 하나씩을 낳은 홀쭉이네 가족은 심사숙고한 끝에 내가 봐도 예쁜 아들을
낳아 다섯가족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요 이쁜 아들 안 낳았으면 어쩠을까, 싶다.
나는 요즘 이 모임을 통해 장녀들에게 날아가는 비난의 총알받이가 된다.
홀쭉이 친구(둘째)는 장녀인 언니 때문에
"하여튼 장녀들이라는 것이 지만 잘났어요. 지 일이라면 가족이든 뭐든 다 뒷전이야."
언니의 성공 속에는 친구의 희생정신(조카 돌봄)이 있었다.
둥글이 친구(둘째)는 장녀인 동서 때문에
"동서 하는 것이 꼭 지가 형님처럼 말할때가 있어서 정말 얄미워 죽겠어."
"알고 보면 똑똑하지도 않는 것이 매사 단정 짓기를 잘 해."
성격 좋은 둘째딸인 맏며느리는 간혹 장녀인 아랫동서 때문에 동서살이를 힘들게 하고 있다.
얼추 듣고 있으면 내(장녀)가 막 미안해진다. 두 친구의 하소연이 죄다 내게 전달된다.
-내가 뭘~-
"그러니까 동생들한테 잘하란 말이야."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바로 하지 말고 좀 돌려서 얘기 해. 말에 상처 받는다."
눈에 거슬리는 것 있으면 바로 이야기 해야지. 그것을 삭혀서 오래 묵힐 수 있는 내공이 없다.
나는 그래서 과거의 무슨 일로 '끙~"하고 있는 사람 이해하기 좀 힘들다. 무슨 일이 있으면
그때 바로 해결해 버려야지. 그것을 갖고 몇일 동안 머리 싸매고 끙끙하고 있는 것이 성격상
맞지 않는다. 부부싸움으로 냉전이 며칠 된 사람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것 다 정신적인 소모전이다. 소중한 시간 그 하잘것 없는 것에 억매어 사는 것이 딱하다)
무슨 이야기 할 때 "옛날에 네가 그랬잖아." 하면 나는 그 과거 사연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때 그 당시 모든 것이 마무리 되어 있기에 내 기억에서는 지워진 상태이다.
그래서 일까, 나는 전혀 기억 못하는 나의 일을 친구들은 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해댄다.
-내가 그랬어?-
"너 기억 안 나~"
에구, 받아들일 정보가 얼마나 많은데 과거에 집착하면서 어떻게 살려고...
내가 사극을 좋아하지 않고 아예 안본다. 드라마를 보지 않는 것은(TV를 거의 안본다)
사극은 답답하고 드라마는 뻔한 스토리로 지루하다. 이것도 장녀의 특성일까.
그러더라도 나는 이 모임을 통해 친구들이 쏟아내는 장녀에 대한 불만을 통해 내 자신을
뒤돌아보게 된다. 너무 지나치지 않게 너무 도드라지지 않게 너무 적극적이지 않을려고.
어제의 모임을 통해 내가 느낀 것이 딱 세가지 있었다. 이 또한 살아가는 데 마음밭에
좋은 씨앗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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