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고소한 타래과

순수산 2010. 2. 20. 09:20

 

<셀가족 김권찰이 만들어온 윤기 자르르하고 영양가 만점인 고소한 타래과>

 

우리교회는 수요예배 대신에 매주 셀리더를 중심으로 셀예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셀리더는 셀공과 공부를 하여 셀가족에게 말씀을 전하며, 셀모임을 통해 서로 교제하고 서로 은혜의 시간을 갖는다.

감사하게 부족한 내가 셀리더로 세워졌고 말씀을 전하게 된지 2년째 되어간다.

셀(cell)모임은 주로 도서관 분위기가 풍기는 우리집에서 한다. 

 

우리셀 구성원은 워킹맘이라 셀모임이 퇴근후 8시에 시작하여 10시 반 경에 끝난다.

국립공원에 근무하는 김권찰은 퇴근하자마자 셀예배를 참석할때도 있어서 저녁식사를 못하고 올때가 허다하다.

배테랑 간호사였던 김집사는 학원에 다니며 열심히 자기계발에 힘쓰고 있다.

예배가 끝나고 간단한 간식을 준비해서 교제의 시간을 갖는데...

사실 셀모임할때마다 간단한 간식을 준비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시간이 좀 많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데...늘 부족함 투성이다.

 

6시 칼퇴근해서 아들녀석과 저녁식사하고 오늘 전할 말씀 기도로 준비 하고 나면 8시가 금방 되어버린다. 

마음 편하게 정성들여 간식 준비하고 싶은데 늘 시간에 쫓긴다.

그렇다고 항상 마트에서 간식을 살 수도 없고. <웬지 정성이 없는 것 같아서>

 

그래서 어느날 퇴근하고 온 이들에게 맛난 저녁식사를 대접하자고 준비했는데...

음식 만들다가 시간을 다 써버려 말씀을 온전히 전할수가 없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서 지금은 샐러드만 정성들여 손수 준비하고

다른 간식은 주로 마트에서 산다.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시간만 좀 있다면 나도 잘 만들어서 대접할 수 있는데......

이런 자기 변명만 하고 있다.

 

<마트에서 산 타래과>

 

지난주 내가 간식으로 준비한 타래과이다. 마트에서 산 것인데...이것만 봤을때는 먹을만 했다.

그렇게 달지도 않고 그렇게 윤기가 나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그저 그랬다.

그런데...

 

이날 늘 음식으로 잘 섬기는 김권찰이 직접 집에서 만들었다고 타래과를 들고 왔는데....

세상에 이렇게 고소하고 영양가 풍부하고 윤기 자르르한 타래과는 처음 먹어봤다.

음식엔 젬병인 내가 어떻게 이렇게 맛나 타래과를 만들수 있냐고 물어보니...

완성된 타래과가 나오기까지 여러절차의 복잡한 음식순서를 나열하는데...

 타래과는 절대로 만들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ㅋㅋ

절차가 참으로 복잡했다.

내가 이것을 다 배워서 타래과를 만들기에는 여러모로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권찰님은 타래과를 만드소, 나는 글을 쓰겠소. 했다.

 

"권찰님...앞으로 타래과를 만들때는 좀 더 만들어서 내것까지 해."

행복하게 웃던 김권찰은

"알겠습니다." 바로 순종한다.

 

어느날 김집사는 내가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찰밥을 만들어 와서 우리를 행복하게 했다.

 

전업주부라면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음식을 만들때도 온정성과 사랑을 담을 수 있는데...

내 경우 주로 음식은 초간편 초간단으로 만들어서 끼니를 때우는 식으로 살고 있다.

그러니 절차가 복잡한 음식은 아예 손을 대지 못한다. 무서워서...

그래서 음식솜씨 좋으신 울 시어머니를 내가 사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입바른 말이 아니라 정말로 음식을 잘 만드는 분들을 보면

내 입에서 찬사는 끝없이 쏟아진다.

 

학창시절 스터디그룹을 결성하여 공부할때 

내가 잘하는 과목을 맡아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이와같이 자기가 한 과목씩 맡아 아이들을 가르치면 훨씬 공부가 재미있고

좋은결과를 얻게 되었다. 굳이 그 많은 과목 다 공부할 필요가 없다. ㅋㅋ

 

지금 생각하니 음식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가 있듯이

음식도 그 사람만이 잘하는 것이 있다.

권찰은 타래과 전문이고

집사는 찰밥이 전문이고

나는.......마파두부가 그나마 전문이다. ㅋㅋ

 

그래서 내가 이 음식을 할때 좀더 많이해서 셀가족과 함께 나눠 먹으면 된다.

내가 굳이 타래과를 힘들게 배우지 않아도 된다.

 

어제는 김권찰이 휴무라 집에서 타래과를 만들었는데 셀리더님 것까지 했다며

양도 푸짐하게 담아서 책보로 예쁘게 싸서 가져왔다.

그 마음이 어찌나 예쁘고 좋던지....

마침 마파두부를 해서 아들과 저녁식사를 했는데

남은 마파두부를 그릇에 담아서 답례를 했다.

한번 먹어보던 권찰이

"어쩜 마파두부가 이렇게 맛있어요. 저는 처음 먹어봤는데..."

ㅋㅋㅋ

다음에 또 해줄께...

 

타래과 그것 아무것도 아녀. 아주 쉬워~~

찰밥..그것 누워서도 할 수 있어~~~

라고, 음식 배태랑님께서 말씀하시면 나는 할 말이 없다. ㅎㅎ

 

감사한 것은

우리 셀가족들이 셀모임을 참으로 기쁘게 기다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참석하려고 하는 모습을 볼때

셀가족 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알것 같다.

우린 한 가족이다.

영원히 함께 할...

 


 

 타래과[타래菓] : [명사] 꿀물로 반죽한 밀가루를 기름에 띄워 지진 유밀과. 반죽한 밀가루를 얇게 민 다음 네모지게 자른 조각의 가운데를 칼로 ‘川’ 자 모양으로 베어, 세로의 한쪽 머리를 한가운데 째진 구멍으로 넣어 뽑아 절반을 뒤집어 모양을 낸다.<다음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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