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없고 멋없는 울아들과
큰의미(?)를 두지 않는 아내의 생일을 맞이한 남편한테 나는 특명을 내렸다.
두남자를 향해~
"내 생일날 장문의 편지를 써다오~"
-핸드폰 문자로 길~게 써주면 안되나?
벌써 편지...운운하니 머리가 아픈가보다. 남편은 문자로 대체하면 안되냐고 물어온다.
"안되오니...이번만큼은 편지를 쓰시오."
서로들 스케쥴이 바쁘다보니 생일날 온전히 생일파티하기도 힘들다.
생일 전날 몸이 피곤하여 내가 일찍 잠이 든 사이에...
두남자들은 머리아픈 숙제를 한 모양이다.
.
.
.
다음날....생일날에
가정에배를 마치고 남편이 어제 작성한 편지를 읊으려고 한다.
"잠깐......사무실 출근해서 혼자 읽겠어요."
-왜?
"아침 시간 없잖아요. 빨리 등교하고 출근해야 하는데...."
그래서 나는 구구절절 아내가 나의 전부다~~~뭐 이런 류의 편지를 사무실에서 혼자 읽으면서 나또한 장문의 답장을 쓰게 되었다.
사실 연애편지의 달인격인 울남편은 책을 많이 읽어서 문장이 수려하다.
연애하는 동안 수없이 써줬던 그런 문장이 .......녹슬지 않았다.
이런 편지 받은 아내들 몇 안될거라며...
나는 역시~ 사랑받는 아내구나, 자아도취에 빠져서 한동안 행복하게 허우적거렸다.
<남편의 편지>
항상 사춘기라 말 안듣는 아들로만 생각했는데...
엄마를 생각하며 두장씩이나 편지를 쓴 우리아들이 얼마나 이쁘고 대견하지...
특별보너스 5천원을 지급했다. ㅋㅋ
"아들~ 엄마 아빠 닮아서 이렇게 맘 먹고 글을 쓰면 잘쓰는데...앞으로 잘해봐."
속이 꽉찬 울아들 편지에 기분이 몇배로 좋아진 나는
"아들~ 해년마다 잊지 말고 엄마 생일날 편지선물 해줘~~~"
-알았어요.
<아들의 편지>
특명을 기분좋게 완수한 두 남자들에게 나는 이 음식으로 보답했다.
<닭갈비(?)>
닭볶음을 하려다가 예전에 실패한 경험<볶음이 아니라 죽이 되어버렸다>이 있어서
이번에는 마트에서 <소갈비 양념소스>를 사서 커피원액과 생강과 대추와 고추와 마늘과 양파를 약간 넣어
가스렌즈에 올려 추가 시끄럽게 돌기 시작하면 10분 동안 돌게 한다.
물론 내가 믿고 있는 압력밭솥에 넣고 말이다.
그럼 요리 끝~~~~~~~
시식을 하는데...감탄이 절로 나온다.
처음 해본 이 음식에 나는 100점 만점에 200점을 줬다.
ㅋㅋㅋ
기막힌 맛이였다.
생일날 꼭 미역국을 먹으란 법은 없는 것 같다.
결혼하여 첫 내 생일을 맞이했을때 나는 울면서 미역국을 끓였다. 결혼전에는 엄마가 미역국을 끓여서 받아 먹기만 했는데, 정작 내 생일날
미역국을 끓인다는 것이 속상하고 속상했다. 그렇다고 남편한테 부탁하기에도 (알아서 해줘야지.) 어색한 것 같아. 그때 미역국을 먹은 뒤
나는 내 생일날 미역국을 끓이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맛난 음식을 간단히 해서 가족과 함께 먹는다.
아들이 큰<학교와 학원> 이후로는 외식도 시간이 맞지 않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영양가 풍부한 감자+두부전>
요즘 기적처럼 음식 만드는 것이 재미있을려고 한다.....
음식 고수들한테 양념은 얼마나 넣어야 이렇게 맛나게 할 수 있어요,라고 물으면
응...하다보면 돼. 적당히 넣으면 돼,라는 엄청 어려운 <적당히>라는 말이
주부 17단이 되고 보니 그 <적당히>를 아주 쪼금 알 것 같다.
마이 버스데이~~~~
비록 강제성은 띄웠지만 찔찔찔 울며 서운해 하는 것보다
몇배 나은 결과가 되었다.
즐거운 마이 버스데이였다.
'순수산 이야기[1] > 생각, 사유의 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보다 더 똑같을 수는 없다.<추억알범 1> (0) | 2010.07.27 |
---|---|
apron~ (0) | 2010.07.24 |
하늘의 선물 (0) | 2010.07.22 |
HI~배롱나무, GOOD BYE~호박꽃 (0) | 2010.07.16 |
기운차고 씩씩한 비~ (0) | 2010.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