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행사이니......담아놓기...ㅋㅋ>
"어떻게 해 드릴까요?"
"알아서 해주세요~"
파마하려고 1년 1개월만에 미용실에 갔다. 물론 앞머리를 자르기 위해 서너번 정도 더 갔겠다. 파마는 내게 있어서 연중행사다.
지인이 오픈한 헤어샵에 큰 마음 먹고 아침 첫 손님으로 찾아갔다. 미용실에 가면 나는 일단 내 헤어스타일을 전적으로 원장선생님한테 맡긴다.
내 얼굴형에 무슨 파마가 어울리냐, 원장선생님 알아서 작품을 만들어봐라, 나는 그저 전문가에게 맡긴다. 왜? 나한테 아무리 하라고 해도 나는 절대 못하는 기술이기에...
내가 파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대략 몇가지 있는데...
*머리카락한테 못된 짓을 한 것 같다 - 독한 약품에 머리결이 상한다. 웨이브를 줬다가 풀었다가 뜨거운 김에 지지고...머리카락 수난이다.
*시간이 없다 - 보통 파마를 하려면 3시간은 족히 든다. 황금같은 시간인데 좀체 시간이 없다.
*비용이 턱없이 비싸다 - 한달동안 먹을 20키로 쌀값의 거의 두배다.
<파마가 워낙 손이 많이 가는 것이라 그것에 비하면 비싸지 않다고 하나...소비자 입장에서는 싼 가격은 아니다.>
원장쌤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완성될 파마를 위해 전작업이 꽤나 많다.
파마를 해 놓고도 내가 무슨 파마를 했는지 모른다. 파마 스타일에 뭔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디지털...셋팅...ㅋㅋ 그 이상 생각 안난다.>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수많은 절차를 거쳐 내 머리스타일은 점차 틀이 잡혀가고 있었다.
토요일 9시 30분에 헤어샵을 갔는데...벌써 12시가 넘었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소요되니....파마값이 비싼 이유에 한몫 한다.
날씨는 포근하고 학교에서 하교를 한 고등학생 남학생이 몇명 미용실에 들어왔다.
내 바로 옆자리에 앉아 원장선생님한테 오늘 자를 머리스타일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는데...
"구렛나루는 남겨 놓구요, 앞머리는 이만큼 해주고, 뒷머리는 적당히 해주고요, 윗머리는 세워 주시고 짧게 잘라주세요."
'어떻게 자르라는 말인지....듣고 있자니 웃음이 포실포실 나온다.'
원장선생님한테 맡겨버리는 알아서 해주라~는 나와는 정반대의 아주 까다로운 손님이다.
내 아들녀석 같아서 바로 옆자리라 이 녀석과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했다.
"짧게 머리를 잘라주라고 하는 것 보니까...맘 잡고 공부좀 할란갑다."
"저, 원래 공부 좀 해요."
"기말고사는 끝났냐?"
"녜~"
"아이구 그러면 속 시원하겠다. 머리 자르고 오후 일정은 어떻게 되냐?"
"친구들이랑 PC방 갔다고 김장 담으신다고 하니 도와드리려고 해요."
"오메~ 착한 것."
미용실에서 파마하고 나오면 원장선생님이랑 엄청 친해진다. 3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으니.....정이 갈수밖에..
완성된 작품을 머리에 이고(?) 나는
"수고했어~"
시원하게 현찰로 주고 왔다.
파마는 오전에 하면 20% DC라고 해서 생각보다 저렴하게 했다. 보너스를 받은듯 기쁘다.
또 오픈기념품이라고 머리에 바르는 뭔가(?)를 두개씩이나 준다.
새로운 스타일로 일주일은 기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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