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추억의 간식, 쌀볶음

순수산 2011. 6. 2. 11:59

 

 

이웃 블러그에서 [라면땅]이라는 것을 봤다. 생라면을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기름 두른 후라이팬에 살짝 볶아서 노릇노릇한 상태에서 먹으면 맛도 더 고소하고 더 파삭거려 좋다.

나는 라면땅은 해서 먹어보지 못했지만 고등학교 학창시절  때[쌀볶음]을 먹어봤다. 그시절 추억이 떠오른다.

 

광주에서 태어나 줄곧 살아온 나는 엄마가 해준 밥 먹으며 집을 떠나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들어가니 반에 10명 정도는 지방에서 올라온 유학생들이 있었다.

자취생들은 손수 밥을 해먹으며 학교를 다니는데, 왜그렇게 그친구들이 나는 부러웠을까.

토요일 주말만 되면 자취생들 집을 다섯명 정도가 함께 순례했다. 

나는 그시절 공부를 잘하여 장학금까지 받고 다녔던 이력이 있기에 나에 대한 엄마의 신뢰도가 높았다.

"엄마, 친구집에서 공부(놀고)하고 올께~"

하면 두말없이 보내줬다.

 

키가 작아 5번이나 6번이였던 나는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뒷번호 친구들 몇명과 늘 어울렸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반장을 했기에 나는 웬만한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

그시절, 깻잎머리하고 승마바지 입고 다녔던 '좀' 놀았던 [날라리] 친구들과 얘기도 많이 나눴다.

환경이 그 친구들을 그렇게 만들었지, 알고보면 참 순수한 아이들이였다.

 

주말, 친구들이 모여 자취생 집에 놀러가면 우리는 밤새도록 즐겁게 논다.

시골에서 농사 지어 쌀과 반찬을 보내주면 자취생 친구는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 후 쌀을 한 가득 넣고 

쌀볶음을 해준다. 나는 그때 쌀볶음이라는 것을 처음 먹어봤다.

친구들끼리 모여 있기만 해도 좋은 그 시절에 우리는 늦은시간까지 쌀볶음을 먹고

커피를 한대접씩 타서 후루루 마셔댔다.

우리가 좋아했던 인기가수 이선희, 신승훈...노래를 서로 불러가며

날마다 우정을 쌓았다.

 

 

 

 

내가 자취생 친구집에 갈때는 슈퍼에서 과자를 한 보따리 사서 들고 가지만

친구가 직접 해준 쌀볶음이 아마 제일 맛있었다.

시골에서 보내준 배추김치와 무김치와 아부래기(어묵) 반찬에 친구가 즉석에서 해준 밥을

다섯명이 둘러앉아 먹으면 얼마나 맛있고 행복하던지...

 

그런데...

쌀볶음을 먹을때는 잘 몰랐다.

적당히 먹어야 하는데, 얘기 하면서 아마 쉼없이 먹었을 것이다.

다음날 말을 하려고 하는데, 턱도 아프고 어금니도 아프고 휴유증이 장난 아니였다. ㅋㅋ

함께 했던 그 친구들은 죄다 나와 같은 증상에 힘들어했는데,

그 모습 자체도 우린 끈끈한 동지애라 생각했던 행복했던 그시절~이 있어서 감사하다.

 

그 추억의 쌀볶음을 며칠전 만들어서 먹어봤는데,

옛날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쌀볶음에 맛있으라고 설탕을 조금 넣어도 옛날 그 맛은 나지 않는다.

아, 옛날이여~

 


이선희의 이 노래가 생각난다.

 

[아!  옛날이여]

 

이젠 내 곁을 떠나간 아쉬운 그대기에
마음속에 그대를 못 잊어 그려본다
달빛 물든 속삭임 별빛 속의 그 밀어
안개처럼 밀려와 파도처럼 꺼져간다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
아니야 이제는 잊어야지 아름다운 사연들
구름 속에 묻으리 모두다 꿈이라고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 날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 날
오~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 날, 그 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