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천황봉>
저 구름다리를 가기 위해 철계단을 수없이 오르고 내리고 했다.
보는 것은 마냥 좋다.
인증샷을 날리며~~~
구름다리를 새롭게 복구하기 전에 나는 고등학교 학창시절 친구들과 이곳을 다녀갔다.
그땐 훨씬 다리가 휘청거렸던 것 같다. 다리를 건너는 중간쯤에 무섭다고 한 친구가 울상이 되어 오도가도 못한 일이 있었다.
구름다리를 건너고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천황봉을 향해 또 걸어야했다.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을 또 걸어야 했다.
이 계단을 끝까지 걸어가면 하늘에 올라갈 것 같았다.
아들의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정말로 구름다리를 가는데, 너무 힘들어 내 입에서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이상한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혼자 기압을 넣기도 하고,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라며 나의 한계점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우린 무엇을 위해 지금 이곳까지 힘들게 온 것일까?
자문하게 된다.
얼마나 끙끙대며 걸었을까. 현위치 천황봉에 올랐다.
"아들, 천황봉까지 잘 올라와줘서 고맙다.
더위에 짜증나고, 힘든 코스에 짜증나고, 물이 부족해서 짜증났던 네가 해낸 거야."
그래서 공부가 가장 쉽다고 하는거야.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면 되잖아. ㅋㅋ
암튼 우리 아들 장하다.
넓어진다는 것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위로 높아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거 같아. 옆으로 넓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 마치 바다처럼. 넌 지금 여행을 통해 옆으로 넓어지고 있는 거야. 많은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것을 보고, 그리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니까. 너무 걱정마, 네가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너보다 높아졌다면, 넌 그들보다 더 넓어지고 있으니까!”
- 김동영의《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중에서 -
*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네 인생에서 가끔 지치고 쓰러질 때가 반드시 있습니다. 그 순간을 실패나 좌절, 또는 낙오의 시간이라는 생각보다 좀 더 넓어지고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은 어떨까요! 큰 강, 큰 바다처럼...
-고도원의 아침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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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부상이 완쾌되지 않아 이런 산행은 좀 무리인데, 온전히 가족을 위해 헌신하신 울황제~
가정적인 남편, 친구같은 아빠가 되고자 힘든 산행을 묵묵히 잘해줘서 고마워~"
당신은 멋쟁이.
신선이 따로 없다. 옹팍한 곳을 찾아 간식을 먹고 있는 멋진 부부다.
"월출산 천황봉아 잘 있어라. 나는 이제 간다. 내 인생에서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힘들어서도 못오지만 한번 온 산은 다시 안 온다. 못가본 산을 갈 것이다. 사실 너무 힘들었다."
어떤 여자가 아쉬움을 담아 이런 말을 날린다.
사실, 나도 이런 마음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엄지손을 치켜 올릴만큼
천황봉이 멋지다는 것인지
자기가 멋지다는 것인지
내가 멋지다는 것인지
다 멋지겠지.
좀 웃어라, 했더니 아들은 비싼 웃음을 날린다.
굿바이 월출산 천황봉~
천황봉에서 경포대주차장까지 내려오는 길은 실로 너무 힘들었다.
나는 이미 다리가 풀려 숭구리당당 되어버렸다.
오르막길은 앞장서서 걸었는데, 계속 두남자의 뒷모습만 보면서 걷고 있었다.
경사가 급한 계곡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나듯이 우린 그 처음의 약수처를 다시 만났다.
와아~ 주차장이 멀지 않다.
그리고 물이 부족했는데, 우리는 한 바가지씩 물을 마셨다.
참 시원했다.
도저히 서 있을 힘이 없어서 우리는 약수터에 오자마자 다들 앉았다.
피로를 풀고자 우린 산행 입구쪽에 있는 발 씻는 곳에서 발을 담갔다.
발이 차가울 정도로 시원했다. 그동안의 피로가 확 풀린듯 시원했다.
월출산 산행을 무사히 잘 다녀 왔음에 감사하다.
산행 중에 만나 하트모양의 잎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꼭 우리가족의 마음을 보는 것 같다.
비에 온몸이 젖은듯 땀에 범벅이 된 우리는 산행을 다녀온 후 아빠, 아들, 나 이런 순서대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바로 취침을 했다. 산행후 샤워하고 1시간 정도 잠을 자는 것은 그 어느 것하고도 비교할 수 없이 맛난 코스이다.
산행을 다녀온 뒤 이틀이 지났는데, 산행 후유증으로 나는 계단을 내려가기 힘들다. 평소 계단을 내려갈때는 거의 달리다시피 내려가는데,
계단 한 개에 두발을 올려놓고, 아이고~ 신음소리 한마디 나오고~ 또 한개에 두발을 올려놓고 아이고~ 신음소리가 절로 나온다. ㅋㅋ
그 좋아하는 운동도 못가고 당분간 산행으로 인한 고통을 즐겨야 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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