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엄마간호일기 ②] 파워우먼 당신을 사랑합니다

순수산 2011. 11. 1. 15:54

 

 

수술을 마치고 엄마 병간호를 첫날 하게 되었는데, 모든 것이 어리둥절했다.

마음의 준비도 없었고, 회사일도 걱정이 되었고 생각은 많은데, 몸은 한계가 있고,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시엄마가 아니라 친정엄마한테 하는 것처럼 살갑게 하는 올케가 고마웠다.

어쩜 나이도 어린 올케가 엄마, 엄마, 해가면서 엄마한테 잘하는지 큰시누이 입장에서 볼때 흐뭇했다.

 

엄마는 수술한 다리에 호스를 두군데 연결했고 팔에도 호스가 여러군데 꽂아있기에

당분간 휠체어도 사용못하고 모든 것을 침대에서 해결해야 됐다.

소변,대변 모든 것을 해결하는데, 그것이 힘으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요령이 필요한데, 난 아직 모든 것이 서툴렀다.

마음은 조용한 곳을 향하는데, 평균연령 60세 이상인 6인실 병실은 TV를 항상 켜놓고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나는 TV 보는 것도 싫어하는데, 감정적이고 자극적이고 억지스러운 막장드라마는 딱 질색인데...어쩔수 없이 들어야했다.

이것도 나에게는 큰 어려움 중에 하나였다. 책을 읽는데, 책장은 넘어가는데, 내용은 하나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루종일 소음으로 느껴졌던 큰소리로 틀어놓은 TV는 밤 10시가 되어서야 꺼졌다.

불까지 꺼진 병실에서 소변을 더 받아내고, 저녁 10시가 되어 잠깐 집에 들려 아들과 남편의 얼굴을 보고 간식을 챙겨주고

나는 다시 엄마 병실로 돌아와 보호자간이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여기저기서 끙끙 앓는 소리와 기침소리, 코고는 소리, 새벽에도 몇번씩

환자들이 화장실가는 소리, 도통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특히 엄마는 수술한 후로 온몸이 아프신지 계속 앓고 계셨다.

엄마의 짧은 기척에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엄마, 어디 아파?" "쉬이 마려워?" 하며 온신경을 엄마한테 쏟고 있었다.

 

새벽 3시경에 소변 한번 더 받아내고 새벽 5시 30분 모닝콜을 진동으로 맞춰놓고 어떻게 잤는지 비몽사몽으로 진동소리에 일어났다.

새벽 6시에 집에 가서 남편 도시락을 싸고, 보온병에 홍삼물 담고, 아침 식탁을 차려놓고 나는 다시 엄마 병실로 향했다.

보호자가 없으면 불안해하는 엄마를 간호해야 했기에 부랴부랴 빠른걸음으로 근린공원을 가로질러 병원에 갔다.

새벽공기가 많이 차졌다. 8시 엄마 식사를 차려주고 이 닦아 드리고 9시 의사쌤 회진까지 보고 나는 올케가 왔기에 인계인수하고

집에 가서 출근준비하여 회사에 출근했다. 원래 8시 출근인데, 10시가 다 되어 사무실에 도착한 것이다.

 

한숨 돌리고 사무실 컴퓨터를 켜는데,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핸드폰이 말을 한다. 

 

 

포근한 엄마로

사랑스런 아내로

정성 다하는 딸로

건강한 직장인 파워우먼

당신을 사랑합니다.

힘내고 화이팅 ♡

 

from : 황제   

 

 

 

 

 

 

 

 

 

 

 

 

남편한테 문자가 도착했다. 긴 하루를 나름 씩씩하게 보냈는데, 이 문자를 받고보니 눈물이 왈콱 쏟아졌다.

나를 알아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집안에서 아내의 빈자리,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남편이 새삼 고마웠다.

'자기야~ 당분간 아내는 출장중이라고 생각하고 집안 일에 신경써줘, 엄마의 딸로 최선을 다하고 싶어. 그리고 사랑해~"

답장 문자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