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30분... 아들과 남편의 아침식사를 마련하기 위해 병원에서 나와 근린공원을 가로질러 집으로 향하는데,
새벽공기가 그새 많이 차가워졌다. 털옷을 입었는데, 몸이 다다다 떨렸다. 아침식탁을 차려놓고, 아들을 깨워 씻게 하니
남편이 새벽기도를 다녀왔는지, 현관문이 열린다. 서로 얼굴 쳐다볼 시간도 없이 우리는 각자의 일을 시작으로
오늘 하루의 일상이 건조하게 시작되었다.
입원한 첫날, 병실이 무척 시끄러웠다. 동네 우물가도 아니고, 정말로 엄마들의 수다는 병원이라고 예외는 아니였다.
울 엄마를 제외한 기존 5명의 환자들은 이곳이 사랑방인양 떠들면서 얘기를 나눴다.
환자가 안정을 취하려면 좀 조용해야 하는데, 왜 그렇게 병실이 시끄러운지 목소리 큰 이모들은 환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럴려면 1인실에 입원하면 좋겠지만, 혼자 고립되는 것이고, 6인실이 딱 좋다. 서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위로가 된다)
하기야 병실에 입원한지 2달 3달째 된 고참 이모들이니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모두 치른 사람들이다.
병실 이모들은 40대부터 8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점심시간이 되자, 이모들은 냉장고에서 상추와 고추를 꺼내서 쌈장에 싸드시며 즐겁게 점심식사를 즐겼다.
밤새 앓던 엄마는 입맛이 없는지 겨우 두숟갈 드시고 수저를 내려놓으셨다.
병실 신참인 엄마가 보기에 다른 이모들이 저렇게 활기차게 식사를 하는 것이 무척 부러운가보다.
어느정도 분위기 파악을 하고, 다들 어떻게 이 병원에 입원하게 됐냐며, 엄마가 물어보니, 폭포수처럼 사연들이 쏟아진다.
1번 이모는 관광버스가 들이받아 엉덩이뼈가 잘게 쪼개지고, 다리가 골절되고 허리도 다쳐 세달째 병원 신세이며
두달 동안 침대에서 꼼짝도 못하여 결혼한지 1년도 안된 딸이 직장도 포기하고 대소변을 받아내며 병간호를 했다고 한다.
지금 이렇게 앉아서 밥을 먹는다는 것이 기적이라 했다.
2번 이모는 회사 지게차가 발등을 지나가서 골절되고
3번 81세의 할머니는 인공연골수술을 하셨고
4번 이모는 차가 와서 받았다고 하고
5번 초등생은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차가 받아서 골절이였다.
정형외과 환자들이 다 이런 풍경이다.
엄마가 가장 힘든 상황이라 생각되었는데, 이 병실 고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엄마는 새발의 피였고 양반축에 들었다.
엄마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서로 서로 위로받고 격려해주며 병실 분위기 좋았다. 누가 뭣이라도 사오면 6명이 똑같이 나눠 먹었다.
어차피 피하지 못할 것이라면 즐기자
그것이 나를 위해 너를 위해 좋은 것이라고 이 분들은 깨달았다.
요즘 엄마로 인해 형제들이 자주 얼굴 보며 이런저런 얘기나누다 보니 형제애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고난인 것 같은데 달리 생각해보면 축복인 것처럼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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