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엄마간호일기 ①] 한 걸음도 못 걷겠어야~

순수산 2011. 10. 28. 15:30

 

 

2011.  10.  26. (수)

한 걸음도 못 걷겠다고 엄마가 연락을 하셨다.  

출근하자마자 바로 엄마집으로 가서 안방에 누워계신 엄마를 화장실까지 모시는데, 30 여분이 걸렸다.

무릎이 아파 꼼짝도 못하는 엄마를 일으켜 세울수가 없었다. 이럴땐 내가 천하장사였으면 좋았을 걸~

엄마는 울면서 겨우 화장실에서 일을 보시고 아파트 현관문에서 내 차에까지 몇미터 되지 않은 거리를 어떻게 가야할지 난감했다.

출근한 남편한테 도와달라고 전화를 걸어야 하나? 어찌되었든 병원을 가야 하므로 나는 엄마를 등에 업혔다. 그런데 일어날수가 없었다.

겨우 업어서 나는 허리를 세우지도 못하고 90도 각도로 엄마를 업고 내 차로 가서 태웠다. 차 안까지 들어가는데 또 30여 분이 흘렸다.

모 정형외과에 가서 부어오른 무릎에서 피를 빼내니 피가 탁하므로 염증과 고름이 있을 수 있으니 대학병원이나 제2병원에서 수술을 해야한다고 했다.

출근한 여동생이랑 5살 어린 조카를 데리고 있는 올케도 걱정되어 병원으로 달려왔다.

 

우리집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종합병원에 엄마를 모시고 갔다. 

오전부터 X-ray와 5,6가지의 검사를 거친 후 오후 3시반에 수술실로 들어갔다. 화농성 염증으로 인한 세척수술이였다.

수술 2시간 후에 엄마는 병실로 돌아오셨다. 다리에 호스를 2개 꽂고, 팔에도 많은 호스를 꽂았다. 그동안 힘들었을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진다.

 

"이제 어떻게 걸어야 하냐? 세상 별 일도 다 있어야."

"엄마는 지금까지 걸을 수 있었다는 것이 그냥 기적이야. 지금까지 걷게 해준 것을 하나님께 감사해야 해."

 

초등학교 4학년때 엄마는 사고로 한쪽 다리가 의족이다. 그리고 남은 한쪽다리도 그때의 사고로 다리도 휘어지고 살도 없이 가죽만 있는 셈이다.

그런 다리로 엄만 평생 힘든 삶을 사셨다. 올해 칠순이라 다음달 칠순잔치를 계획하여 일정이 잡혀 있는데, 아마도 내년으로 연기해야 될 것 같다.

병원에서는 6주 동안 지켜보자고 하는데...엄마의 빠른 치료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올해만해도 엄마는 벌써 2번째 입원이다. 남들은 칠순도 청춘이라고 하는데....엄마는 힘들게 넘기고 계신다.

당분간 퇴근하면 엄마병실에서 간호하며 자야 한다. 장녀인 나에게도 강한 힘이 필요하다.

엄마의 약한 마음~ 강하게 해달라고....다친 다리 튼튼하게 치유해달라고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