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선수 할머니 때문에 잠을 한숨도 못자고 헤롱헤롱한 날 겨우 근무를 끝내고 퇴근하여 엄마 병실에 도착하니
울아들하고 도서관도 같이 다니고 울아들이 가장 친하게 지내는 반 친구 광석이가 있는 것 아닌가..
"미남~ 여기 병실에 웬일이냐? 누구 병문안 온 거야~"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겨서 나는 미남이라고 부른다.
"안녕하세요~ 우리 할머니 병문안 왔어요."
아들 교복이랑 똑같아 울엄마도 미남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나보다.
내가 오기 전에 이미 윤수 친구라는 것도 서로 알았나보다.
그런데..미남의 친할머니가 내가 그렇게 얄밉게 생각한 코골이 선수 할머니인 것이다.
어제 코를 그렇게 골아서 새벽에 세번씩이나 내가 반듯하게 누워있는 할머니를 모로 눕게 했는데 말이다.
코를 너무 많이 곤다고 자세까지 고쳐드린 그 할머니한테 이제 뭐라고 할 수 없다. 왜?
울아들 가장 친한 친구의 할머니이니까.
엄마와 나는 그 할머니 때문에 잠을 못 자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이제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여야겠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병실 문쪽에 수진이가 입원해 있는데, 수진이 엄마 친구가 병문안을 왔단다.
아, 글쎄~ 병문안 온 그 친구는 미남 할머니가 당숙모가 되었다.
"당숙모 여긴 어쩐 일이세요? 어디 다치신 거예요?
"너는 웬일이냐? 내 병문안 온거냐?"
아주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울엄마 입원한 첫날 엄마 바로 옆 침대로 내 친구 경자가 입원하더니 세상 참 좁다.
정말로 착하게 살아야지. 어떤 장소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날지 우리는 모른다.
아들이 학교 끝나는 10시 10분경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 간식을 챙겨주면서 얘기를 했다.
"아들, 엄마가 아침에 얘기 했잖아. 코골이 선수 할머니때문에 한숨도 못잤다고, 그런데 그 할머니가 누군지 알아?
너의 가장 친한 친구 광석이 할머니다. 웃기지."
"엄마 진짜?"
"혹시라도 광석이 보면 코골이 할머니 얘기는 하지 말아다오~"
"하하하"
더 기가 막힌 것은 우리교회 요람 [연혁] 페이지 세번째 줄에
1990. 04. 01 두암동 356-27번지 양○○씨 댁에서 첫 주일 예배를 드림.
이렇게 기록되어 있는데, 그 집이 올케네 집이고 양○○는 올케 친정아버님이 되신다.
2년 전 내가 올케를 전도해서 목양실에서 담임목사님을 만났는데,
20년도 넘은 올케의 모습을 단박에 알아보시는 것이다.
어찌된 사연으로 나의 올케가 되었는지 목사님은 많이 궁금해하셨다.
목사님이 직접 교회요람 책을 가져다가 그 페이지를 펼쳐 설명까지 해주셨다.
코골이 선수 할머니는 한손을 깁스한 상태인데 수진이 엄마가 자주 간호도 해준다.
"친구 당숙모이니까 잘 해드려~"
병실 이모들이 한수 거둔다.
낮에 올케가 잠깐 자리를 비우면 수진이 엄마는 또 우리엄마 소변도 받아 준다.
같은 교회를 다니며 나를 언니,라고 부르며 잘 따르는 수진엄마는 병원에서 처음 만났는데
심성이 참 곱다.
세상 참 좁다. 두다리 정도 건너면 모르는 사람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내 일처럼 생각하고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 우린 하나이니까...
'순수산 이야기[1] > 생각, 사유의 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간호일기 ⑥] 딸이 최고 중에 최고다 (0) | 2011.11.07 |
---|---|
[청풍] 음식이 주는 행복이 바로 이런 맛이다 (0) | 2011.11.05 |
[엄마간호일기 ④] 못된 큰 딸은 엄마를 울렸다 (0) | 2011.11.03 |
[엄마간호일기 ③]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 (0) | 2011.11.02 |
[엄마간호일기 ②] 파워우먼 당신을 사랑합니다 (0) | 2011.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