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존경하는 집사님의 마음에 담은 격려의 말씀이다.]
병원에 입원하지 벌써 2주째가 되어간다. 세월 참 빠르다. 시간이 지나야 낫는 외과환자라 그나마 날짜가 어서 빨리
가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알게모르게 엄마 병실을 찾아와서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시고 맛있는 음식으로 섬겨주시고
손잡아 주시고 힘든 엄마를 온 마음으로 안아주신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비롯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아직도 병실에서 지내온 시간보다 2배 정도는 더 병실에 계셔야 할텐데, 엄마는 잘 견디고 이겨내시리라 믿는다.
젊은 날 음식솜씨 좋기로 유명한 엄마는 늘 주변에 사람들이 모였다. 엄마 혼자 살고 계시는 아파트는 늘 이웃 이모들이
대여섯명씩 상주하신다. 엄마집은 동네 사랑방이다. 엄마는 음식을 하면 늘 나눠드셨다. 함께 먹어야 맛있다며 혼자만의 양이 아니라
여럿이 먹을만큼 푸짐하게 하셨다. 그런데 음식솜씨 좋은 사람치고 식당음식이나 웬만한 음식 성에 차지 않아 맛있게 드시지 못한다.
모든 것이 본인의 입맛에 잘 맞지 않는다. 나의 까달스런 입맛은 분명 엄마를 닮았으리라.
병원 음식이라는 것이 영양가는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맛은 없다. 살기 위해서 겨우 먹는데, 울엄마 병원 밥이랑 반찬
거의 못드신다. 이런 모습 보고 있으면 꼭 엄마가 아이한테 밥 숟가락 더 넣기 위해서 협박도 하고 공갈도 치고 되는데..ㅎㅎ
내가 꼭 그런 꼴이 되었다.
"엄마, 병원에서 빨리 퇴원하고 싶으면 밥맛 없어도 살기 위해서 꼭 드셔야 돼~"
울엄마 식사하는 것 지켜보고 있으면 내 밥맛이 떨어질 정도이다.
예전 울 황제가 나한테 하는 말이 있었다.
"아침밥을 철근 씹어먹는 것처럼 아주 힘겹게 먹는구만. 그 모습 보고 있으면 내 밥맛이 떨어져~"
그 엄마의 그 딸이지 싶다. ㅎㅎ
그래서 며칠 전부터 출장간 입맛을 되찾기 위해 병실 대 프로젝트 [상추 겉절이]를 계획한 바~
입맛없는 엄마를 위해 좌판에서 상추, 배추, 고추, 쑥갓...을 올케가 사다가 드리드만...급기야
엄마는 이것을 합쳐서 참기름 넣고 겉절이 하면 입맛이 좀 나겠다,고 하신 것이다.
"엄마, 뭔 병실에서 겉절이를 담아? 여긴 위생적으로다 깨끗해야 할 병실이야. 말도 안돼~"
"엄마가 겉절이 좀 먹으면 밥을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겠는데..."
"그럼, 내가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해올께~"
"아니, 여기서 바로 막 해먹어야 맛있어."
(사실, 울엄마는 내가 하는 반찬 맛있게 먹은 적 한번도 없다.)
주말 오후~ 우여곡절을 여러번 거친 후 결국 엄마한테 투덜투덜해가며 겨우 장비(그릇, 갖은양념들)을 대동하고 엄마가 직접 버무린다고 하신것을
내가 하는 조건으로 해서 상추쑥갓 겉절이와 배추 겉절이가 탄생했다. 이것 병실에서 겁나게 어려운 프로젝트인데 성공했다. 병실 이모들은 기회는 이때다
싶어, 참기름 냄새 폴폴나는 겉절이를 덜어드리니 아예 큰그릇에 담아주라며, 밥을 맛나게 비벼드신다.
"아이고 참 맛나다. 없는 입맛이 돌아왔어~ 큰 딸 고마워."
"이 어려운 것을 언니 어떻게 뚝딱 만들었어." 수진엄마도 맛있다고 한마디 했다.
엄마는 손한번 대지 않고 전부 입으로 코치를 했다. 나는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한 것 뿐이다.
그래도 병실 이모들이 맛있다고 하고, 울엄마 큰 그릇에 비벼서 여기저기 즐겁게 나눠주는 모습 보니 고생한 보람은 있다.
[쓱싹쓱싹 비벼서 나눠주는 엄마]
정말 겉절이 먹는 저녁시간은 사랑방이 아니라 시장통이 될만큼 시끌시끌 정신없었다.
그런데....그 5시 30분 경에 내가 존경하는 우리교회 집사님 부부가 엄마를 찾아오신 것이다.
정신없는 이 혼란한 6인실을 보시고 엄청 놀라셨을 것이다. ㅋㅋ 거기에 보호자들까지 서로
겉절이 비빔밥을 먹겠다고 나섰으니...ㅎㅎ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섬겨주시는 집사님 부부를 접대하지도 못하고 나는 엄마의 시중을 들어야했다.
엄마는 엄마를 찾아온 집사님네도 뒤로한채 그저 비빔밥을 나눠주려고 혈안이 되어있었다. ㅎㅎ
암튼 웃지못할 겉절이 파티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블러그 지인 한나님의 마음 담은 카드]
나는 출근하고 없는데, 한나님과 라라언니가 엄마병실을 다녀가셔서
참으로 감사를 드린다.
[겉절이 파티로 정신없을 때 찾아오신 집사님의 글씨체는 정말 마음처럼 멋지다.]
부족한 저희를 사랑과 기도로 섬겨주신 집사님... 늘 감동이고 고마워요~ 엄마 때문에 사랑의 수고가 많지요. 저도 해보니까 소망의 인내가 필요하더라구요. 지치지 않도록 새힘을 주셔서 엄마를 잘 섬길 수 있도록 기도할께요~ 고치시고 치유하시는 주님께 감사합니다. 집사님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 ○○○ 권사-
|
[필체가 멋진 분과 함께 사시는 내가 존경하는 권사님은 장문의 문자로 내게 힘을 주셨다.]
마음 주고 정을 나눠주신 귀하고 소중한 많은 분들이 계셔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순수산 이야기[1] > 생각, 사유의 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간호일기 ⑨] 병든 부모를 외면하는 자식들 (0) | 2011.11.16 |
---|---|
[엄마간호일기 ⑧] 적응하지 못할 것이 뭣이 있으랴 (0) | 2011.11.14 |
[엄마간호일기 ⑥] 딸이 최고 중에 최고다 (0) | 2011.11.07 |
[청풍] 음식이 주는 행복이 바로 이런 맛이다 (0) | 2011.11.05 |
[엄마간호일기 ⑤] 세상 참 좁다 (0) | 2011.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