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나는 대로 엄마 간호 일기를 쓰면서 요즘처럼 마음이 착찹한 적은 없다.
벌써 엄마도 입원하신지 3주째가 넘어가고 있다. 세월 참 빨리도 간다.
한동안 악취나는 할머니로 인해 코를 잡고 병실을 오고갔는데, 입원한지 3일 후 이 할머니는
결국 간호할 사람이 없어서 요양원으로 가셨다. 2남 4녀을 두셨는데, 엄마를 돌볼
형편이 되지 않아 가신 것이다. 연세가 90세이고 치매기가 쪼금 있었는데....
사연없는 집안이 어디 있으랴~ 남일은 죄다 어쩜 그럴수가 있을까~싶은데
그 속사정을 어찌 타인들이 알 수 있으랴~ 이 할머니가 퇴원하신 후 병실의
악취는 서서히 사라졌지만 왠지 쓸씁함은 남는다.
외과병동 엄마가 입원한 병실에 치매환자 할머니가 또 나타나셨다. 웬 치매환자?
치매기가 있는 할머니가 넘어져 수술을 했으니 외과병동에 일단 온 것이다.
수술하기 전에도 좀 심했는데, 수술을 하고 나오니 완전히 3살짜리 아기가 되었다.
팔에 달린 호스는 죄다 뽑아서 간호쌤들을 당황케 만들고~
침대를 발로 차서 옆 환자들한테 소음을 주고~
팔십넘은 환자가 아기처럼 엄마~엄마~를 외친 할머니는 결국 2인실로 가셨다.
또 어제 새로 오신 엄마 옆 침상에는 90세 되신 치매환자가 오셨다.
원래 요양원에 계셨는데, 넘어져서 고관절을 다쳐 수술대기 중인데
이 할머니 몸무게가 36키로그램인데...과연 수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자꾸 엉뚱한 얘기를 해서 주변 환자들을 웃게 하는데, 그 웃음이 쓴웃음이 된다.
며느리보고 딸이라 하고 목소리는 어찌나 큰지...어떤 사연으로 정신줄을 놓아버렸을까...
가까이에서 이런 모습을 보니 세상 참 덧없게 느껴진다.
옆 병실의 어떤 할머니는 5남1녀를 두셨는데, 며느리 5명을 포함하여 자식이 한명도 찾아오지 않고
할머니 수중에 있는 돈으로 간병인을 쓰고 있는데...재산은 죄다 자식들을
물려준 상태라고 한다. 이 할머니 무엇을 먹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먹는다고 한다.
최근 몇명의 할머니를 보면서...특히 치매 걸린 할머니를 보면서
정말로 정신줄 놓지 않고 사는 것이 큰 복이라 생각된다. 치매환자가 생기면
집안이 초비상사태가 된다. 돌볼 여력이 없어 요양원에 모시면 결국 살아서는
그곳을 나오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현실...
나이 먹을수록 재산은 자식한테 물려주지 말고 갖고 있으면서 이렇듯 병들고
아플때 간호해주는 자식한테 물려주든지 아니면 연금으로 한달에 얼마씩 받아서
생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부모의 유산이 잘못 분배되었을때는 형제들의 우애가 끊어지고 서로 왕래가 없어지고
유산을 물려받지 못한 자식들은 보복으로 병든 부모를 찾아가지 않는다.
날 낳아주신 부모님인데......어찌 그럴수가 있을까, 싶은데 현실에서는 그런 경우가 참 많다.
내 부모한테 한 만큼 보고 배운 내 자식도 나한테 그런 대우를 할텐데....나도 80, 90세가 될텐데
병실에서 병든 부모를 간호하는 자식은 형제들 중에서 가장 못난(형편이 어려운) 자식이더라.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는 것과 같을까...마음이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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