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월 초, 제자들 모임이 있어서 오랜만에 탁구를 치고 찻집에서 차한잔씩 하며 얘기를 나눴다.
모처럼 만나도 늘 마음이 가고 즐거운 제자들이다. 세월이 흐르다보니 내 나이가 막내축이 아니라
제일 큰 언니의 자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 생각없이 언니들이 하는대로 따라서 하면 중간이라도 가는데,
큰 언니의 자리는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원래 성격이 적극적이고 활발해서 무엇을 하든 앞장 서는데,
간혹, 나의 이런 성격때문에 내가 너무 설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이 요즘 든다.
나는 찻집 차림표에서 건더기가 많은 전통한방쌍화차를 주문했다. 쓰디쓴 쌍화차이지만 몸에 좋다고
하니 먹어두기로 했다. 벌써 내가 몸에 좋은 것을 찾게 되었으니...
내 나이가 몸 생각할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실 단것을 유독 싫어하기에 단것보다는 쓴것을 선택한 것이다.
#2.
음악을 하면서 살면 행복할 것 같다,던 울아들...의 진로를 정하고
늦은감이 있지만 어렵게 음악공부를 시작했다. 야간 자율학습을 두번 빼는 요일과
매일 피아노 연습을 해야 하기에 10시 하교를 하면 나는 울아들을 태워 레슨 받으러 간다.
"아들~ 너같은 왕자님은 처음이다."
내가 아들을 태워서 레슨 받으러 가고, 거기서 기다렸다가 다시 태워 집으로 가는 것을 보면서
레슨쌤이 울아들한테 행복한줄 알라고 한마디 하셨다.
"울아들한테 중요한 시기인 만큼 올한해 아들의 손과 발이 되려고 합니다."
큰 일을 차고 나가기 위해 그리 중요하지 않는 자잘한 일은 죄다 내가 해주고 싶었다.
음악공부가 늦어서 힘든 과정이 많겠지만 배우는 시간만큼이라도 아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아들, 네가 레슨 끝날때까지 기다리는데...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김연아 엄마같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ㅎㅎ"
학교에서 기다렸다가 10시에 수업이 끝나 아들이 나오면 태워서 레슨 받으러 간다.
그 사이 아들은 미리 준비해간 간식을 달리는 차 안에서 먹는다. 하루 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던지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껴 쓰자는 생각이라 될 수 있으면 척척척 웬만한 일들은 해주려고 한다.
좋~다. 아들을 위해 올 한해는 "00의 엄마"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것이다.
#3.
항간에 말이 많은 4월에 개봉하는 영화 [은교]
나는 원작을 읽고 싶었다. 다행히 오늘 박범신의 작품 [은교]를 어렵게 손에 쥐게 되었다.
[은교]를 읽는 동안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이 책뿐만이 아니라 나는 책을 읽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 행복을 느낄 때가 어떤 이는 쇼핑이라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때라고 말한다.
각자 추구하는 행복의 색깔은 다르지만 어떤 상황이 될때 행복하다, 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일단 멋진 삶이고 나름 아름다운 삶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덤덤하게 무미건조하게 여유도 없이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게 오늘을 살기에
때론 연습을 통해서라도 내 삶에 감동을 주고 감동을 받은 삶이 필요하다.
스승의 천재적인 재능을 질투한 패기 넘치는 제자 서지우
그리고 위대한 시인의 세계를 동경한 싱그러운 관능의 열일곱 소녀 은교
서로 갖지 못한 것을 탐하다.
질투와 매혹으로 뒤얽힌 세 사람의 숨겨진 도발!
-[은교] Daum 영화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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