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갑산 연실봉 516M]
야호! 떠나자~
고교동창인 우리가 실로 얼마만에 떠나는 것인지....
졸업하고 처음이지 않을까. 소풍간 기억이 없다.
고교동창인 우리는 고2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모임을 유지해왔다.
(사실, 이렇게 유지하기 힘든데.......우린 대단해.ㅎㅎㅎ)
50대 여자한테 꼭 필요한 네가지~
돈, 딸, 친구, 여행계
주말 아침 9시 총무라서 간식및 준비물을 챙기고 픽업할 친구를 기다리는데,
정말로 소풍 떠나는 아이마냥 설레고 좋았다.
모임의 한 친구는 갑자기 시댁에 일이 생겨 참석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이 친구가 있었으면 훨씬 더 재미 있었을텐데...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고 했던가
그래서 우리는 떠난다.
아이 셋 키우며, 직장을 다니고 대학원을 다니는 나의 대단한 숙이 친구에게
결혼 안한 솔로지만 회사일에 충실하고 끝임없이 뭔가를 열심히 배우는 영이 친구에게
요즘 24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정신없이 고3 아들을 키우고 있는 나에게
특별 보너스를 준 날이다.
우리는 3개월 전에 계획을 세운
1시간 거리의 영광에 가기로 했다.
친정이 영광인 친구가 손수 운전을 해서 픽업하기로 했다.
먼저 우리집으로 픽업하러 온 친구가 가방 4개로 끙끙대고 있는 총무인 나를 보고 웃는다.
과자,과일,음료수 등 간식을 듬뿍 담은 큰 가방과
온천에서 사용할 목욕 바구니와
산행 후 씻고 입을 옷을 담은 헬스클럽 가방과
산에 갈때 메고 갈 배낭~
ㅎㅎㅎ
두번째 친구는 가는 길에 픽업을 한 후 우리는 신나게 영광으로 달렸다.
영광 불갑사는 9월 상사화 축제때 오면 제격이다.
붉은 상사화가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불갑사저수지를 거쳐 동백골에서 해불암에서 연실봉으로 가는 코스를 잡았다.
10시에 도착해서 불갑사 주차장에 파킹을 해놓고
우린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걸어갔다.
수국처럼 보인 꽃인데, 무슨 꽃인줄은 모르겠다.
색색들이 연등은 초파일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헬리곱터 날개를 떠오르게 하는 단풍잎
이것도 참 운치있고 멋지다.
아까시나무에서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사진 그만 찍고 빨리 오라고 친구들이 손짓하지만
"너희들 먼저 가. 나는 사진 찍으며 천천히 갈께."
불갑사 저수지
1월에 왔을때는 저수지가 꽁꽁 얼어있었는데...
이렇게 맑은 모습으로 몸을 풀었다.
40대 여인네들이 10대 고등학생들 같다.
(내 보기에는 소풍 나온 여고생들이다. ㅎㅎㅎ)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 정말로 잘 나온다.
정물화처럼 조용하게 고정된 자연속에
우리들의 마음만 풀풀 살아서 날아 다닌다.
지난날 친구는 참 고단하고 힘들게 보냈다.
그러나 그 특유의 강인함으로 꿋꿋하게 현명하게 지혜롭게 잘 버텨온 친구이다.
이날만큼은 활짝 웃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런 기회를 자주 갖어야겠다.
참 좋다.
저수지에 이렇게 큰 잉어가 있다.
유유히 수영하는 모습에
"잉어야~ 너 수영 참 잘한다."
이런 길을 걷다보면 내 마음까지 정갈해진다.
어라,
무슨 나무인지 꽃이 폈네~
키 작은 꽃도 우릴 반긴다.
1시간 동안 연실봉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상당히 가파른 코스를 선택했기에 우리 셋은 거친 숨소리를 내며 각자 터벅터벅 걸어갔다.
이 시간만큼은 스스로 많은 얘기를 주고 받으며 나를 뒤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갖지 않았을까.
숲이 우거져 태양이 보이지 않아 뜨겁지는 않았지만
숲이 우거졌기에 꽉 막힌 하늘이 답답하고 더웠다.
얼마나 땀을 흘렸던지 땀으로 세수할 정도였다.
비오듯이 땀 흘리는 나와 정반대로 친구는 땀 한방울도 흘리지 않는다.
더운 날씨에 힘든 운동을 하니 땀을 흘려야 정상인데,
그래서인지 친구는 간혹 온몸이 부어오른다고 했다.
오늘 산행으로 인해 친구가 많이 건강해지길 바란다.
108 번뇌
연실봉을 눈앞에 두고 108개의 계단이 있었다.
"오메~ 나는 번뇌가 천가지도 넘는데..."
친구는 이 한마디를 던지며 터벅터벅 아픈 다리로 꿋꿋하게 걸어갔다.
드디어 연실봉 정상이다.
등산객들이 정상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아, 그런데 이건 뭐지.
날파리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큰 곤충이 꽤나 많이 날아다닌다.
날파리들의 습격을 당할 뻔 했다.
빨리 내려가자.
그래도 불갑산 연실봉에서 일단 웃자.
우린 함께 정상까지 왔으니까...
내 카메라보다 질좋은 친구의 스마트폰으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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