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사 해질무렵 동생네 차로 오면서 갓길 주차해 놓고 찍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의 으뜸이 아닐까...
벚꽃 터널을 이루고 꽃비 흔날리는 쌍계사로 교회에서 야유회를 갔다.
봄날, 교회가 주체가 되어 가족과 함께 봄나들이를 가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성도들이 참여했다.
교회 버스 및 차량 여러대도 부족하여, 급하게 버스 2대를 추가 대절시켰다.
거동하기 불편한 엄마도 봄날, 꽃구경이 하고 싶었던지
함께 가자고 하니 흔쾌히 나섰다.
어린 조카들 때문에 여동생네는 엄마를 모시고 승용차로 출발했다.
봄날, 이렇게 벚꽃 흐드러지게 피는 날 사실 나는 쌍계사가 처음이다.
꽃이 만발한 피크때, 무슨 축제 이런 날 우리는 사람 많은 곳에는 아예 가지 않았다.
꽃구경 갔다가 괜히 사람구경만 물씬하고 복잡한 정체로 몸고생 마음고생만 하는 것 같아 싫었다.
그런데...
쌍계사 벚꽃 터널을 꼭 한번 가보라는 어느 분의 말을 듣고
감기몸살로 힘들어하는 울황제는 집에서 쉬고 나만 나서게 되었다.
석곡 구례를 거쳐 쌍계사로 가면서 우리는 버스 안에서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신기한 것은 연세 지긋한 권사님들은 노래 가사를 다 외워서 부르는데(노래방 세대가 아니라...)
젊디 젊은 우리들은 노래방 세대라 가사가 없으니 그 잘부른 노래가 다들 흥얼흥얼이다.
내 차례가 돌아오자, 노래 가사를 다 못 외웠으니
일단, 멘트를 재미있게 날린 후 흥얼흥얼 하는 곳은 가사를 잊어버렸나보다 생각하라며 양해를 구한 후
멋드러지게 [마법이 성]를 불렀다.
다행히 많은 사람이 알고 있어 같이 불러줬다.
눈꽃터널처럼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운 길이다.
쌍계사를 들어가기 전에 가로수 양쪽으로 벚꽃길이 정말로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꽃을 봐서 그런지 원래 멀미증세가 심한 나였는데, 그날따라 2시간 동안 쿨하게 갔다.
차가 밀리지 않았더라도 차에서 내려 사진도 맘껏 찍고 꽃향기 가득 들이마시고 싶었다.
꽃길따라 연인들은 사진도 찍고(주로 셀카)
유모차를 끌며 가는 온가족의 여유로운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꼭 이 꽃길을 울황제와 차분하게 걷고 싶다.
그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버스 창문만 열어도 꽃향기가 코를 간지럽게 한다.
쌍계사 주차장에 모이기로 했는데, 8킬로미터 남겨두고 본격적인 정체현상이 일어난다.
개미걸음만큼 쪼금씩 진입하는데, 어느세월에 주차장까지 가련지...
동생 승용차는 주차장에 이미 도착했다고 연락이 오고
버스 안에서 기다리기 힘든 사람은 버스에서 내려 꽃길을 걸어가기도 하고..
기다림....나는 이런 것 잘 못해서
큰 인내심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아름드리 벚꽃나무 아래 동생네 가족]
출발한지 2시간이 훌쩍 넘어 드디어 쌍계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교회 성도들은 물만난 고기처럼 벚꽃따라 꽃구경을 하고
나는 엄마한테 가서 간단히 간식을 챙겨드리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나는 인물사진보다 배경사진을 더 찍었다.
이날은 벚꽃이 주인공이였다.
그런데 내 눈에 짜꾸 신혼부부처럼 보인 집사님네 부부가 보여
너무 예뻐 사진을 찍어준다고 포즈를 잡아보라고 했다.
[내 카메라로 누가 나를 이렇게 크게 찍었는데...ㅎㅎ]
아들 셋은 어디에 두고 신혼여행 온 신혼부부처럼 저리 기쁘게 돌아다니는 집사님한테
여러포즈를 잡아보라고 하고 사진을 여러장 찍어줬다.
애로버전으로 포즈를 잡아보라고 주문하니 남집사님이 아내한테 뽀뽀 포즈를 취한다.
배경 좋고, 분위기 좋고
다들 여기저기서 하하하 즐겁게 즐기고 있다.
저녁식사는 돗자리를 깔고 미리 준비해간 찰밥를 맛나게 먹었다.
전국에서 모여든 상춘객들로 인해 쌍계사는 부쩍부쩍거렸다.
꼭 한번은 가봐야 할 쌍계사이다.
다리 불편한 엄마도 꽃향기 폴폴 풍기는 아름다운 쌍계사를 잊지 못할 것이다.
어렸을때부터 키워 정이 많이 든 외손자들과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엄마~
초등학교에 들어간 민기군은 눈을 감아서 찍고
장난꾸러기 막내 민채군은 세상에서 제일 웃긴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개나리같은 노란 조카들과
할미꽃같은 엄마의 모습에서
인생이 보인다.
우린, 자연과 더불어 살며 사랑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의무가 있다.
살아 있는 동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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