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행복,나의 글쓰기

냉장고 다이어트

순수산 2012. 7. 6. 15:12

 

 

 

무더운 날씨에 바쁜 시간을 쪼개어 헬스클럽에 가서 땀흘리며 운동을 해도 몸무게는 여전히 그대로다. 40대부터 통통해진 뱃살은 들어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돈 줘가면서 벌서는 사람들’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이 나이에 운동해서 건강한 몸을 만들자고 생각한 최선의 방법은 번번이 무너져갔다. 그래서 나는 차선책을 찾아냈다. 내 몸의 다이어트를 위해 우리집 냉장고 다이어트를 먼저 시작했다.

 

잉여 살을 빼서 건강해지려면 운동과 식생활을 병행해야 된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식생활을 조절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손만 뻗으면 먹을 것 천지다보니 내 몸의 다이어트는 항상 제자리 걸음이다. 직장생활로 시간이 빠듯하다는 이유로 마트에 가면 다음에 먹을 것까지 한꺼번에 많이 사오다보니 냉장고 안은 늘 포화상태가 된다. 또한 늦게까지 공부하는 고3 아들 간식을 매일 챙기다보니 주전부리가 늘상 널려있다. 눈에 보여도 안 먹으면 되는데, 절제력 강한 나도 먹을 것 앞에서는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내 몸의 다이어트를 위해 네가지의 목록을 적어서 냉장고 문에 붙여놓았다.

 

첫째, 시장 보기 전에 먼저 냉장고 안에 있는 식재료를 철저히 점검해서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자.

아무리 급한 식재료가 있어도 일주일에 한번만 시장을 보기로 했다. 그 당시에는 꼭 필요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굳이 없어서 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없으면 없는대로 있는 것만 사용하자. 구색 다 맞춰야 하는 음식점도 아니고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정성들여 음식을 만들면 된다. 시장 볼때는 꼭 메모해서 그것만 사야 한다. 정말로 리스트에 적는 것만 사올때 나는 구매 충동질하는 전쟁에서 승리한 기분이 든다.

 

둘째, 냉장고 안에서도 오래되면 음식물이 부패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요리할때는 먹을만큼만 하자.

이또한 맞벌이로 인해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요리를 하면 일주일 동안 먹을 것을 한꺼번에 해서 끼니마다 덜어서 데워 먹는데,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는 좀 번거롭더라도 간단한 것으로 매 끼니때마다 즉석해서 해먹자. 많이 한 음식은 다 먹지 못하고 버릴때가 허다하다. 버려지는 음식물은 돈과 시간을 쓰레기통으로 넣은 꼴이 된다.

 

셋째, 한달 동안만이라도 외식을 금하고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하나씩 이용해서 냉장고를 다이어트 시키자.

맞벌이로 살아도 늘 경제적으로 힘들게 사는 이유 중에 하나가 외식으로 나간 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끼의 외식비는 한달 식재료비가 된다. 나는 지금 냉동실에 꽁꽁 얼어있는 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한달째 요리를 해서 먹고 있다. 언제 얼려 놓았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냉동고, 냉장고의 오래된 것들을 하나씩 꺼내서 요리하고 있다. 냉장고를 시원하게 해주고 싶다. 늘 만성 소화불량으로 힘들어하는 냉장고에게 개운하게 장 청소를 해주는 느낌이 든다.

 

넷째, 남아 있는 음식을 버리지 말고 다 먹고 난 다음에 새 요리를 만들자.

20년 경력 주부이다 보니 이것처럼 힘든 것도 없다. 하지만 새 음식을 만들어 식탁에 놓으면 예전 음식은 대체로 먹지 않는다. 그래서 식탁에 놓을때는 예전음식을 먼저 먹을 수 있도록 예쁜 그릇에 담아서 내놓고, 새로 만든 음식은 조금만 놓아서 그릇을 죄다 비울수 있도록 만든다. 우리가족의 경우는 오래된 음식을 전부 먹어야 새 요리가 식탁에 올라온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 나는 냉장고 문만 열면 몸속까지 시원하다. 냉장고 한칸이 비어 있어서 냉기가 온몸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엄마가 비만이면 대체로 자녀들도 비만이다. 가족의 건강을 누구보다 챙기는 엄마가 먼저 우리집 냉장고부터 다이어트를 시켜 놓으면 진정 가족의 건강도 챙길수 있고, 가계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습관이 되어버려 남아있는 음식 버리기쯤은 일말의 죄의식도 갖지 않는데, 이제부터라도 일식 삼찬에 먹을만큼만 요리하자. 냉장고 다이어트를 먼저 시작하면 내 몸의 다이어트는 자동으로 된다. 아참, 외식은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