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행복,나의 글쓰기

감동 엔지니어 덕분에 다시 살아난 청소기

순수산 2012. 5. 16. 08:54

 

 

 

 

 

 

남편과 아들 그리고 나까지 집안에 인간 청소기 세 대가 있기에 우리는 어떤 청소기보다 더 깨끗하게 집안을 청소하며 살았다. 청소는 일이 아니라 운동이라 생각하기에 별 어려움없이 가족이 협력하여 청소를 했다. 그런데 어느날 동생집에 갔더니 이제 막 사들인 청소기 옆에 얼기설기 청테이프로 붙여놓은 먼지 쌓인 청소기 한 대가 눈이 띈 것이다.

“이것 버릴려고 놔둔 청소기냐? 작동은 돼냐?”

“응. 언니 버릴려고 해도 돈주고 버려야 하니...못 버리고 있어. 작동은 당연 돼지.”

“그럼, 내가 가지고 갈란다.”

볼품 사나운 청소기가 우리집에 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남편이 청테이프를 뜯어내고 전선을 깔끔하게 정리한 다음 필터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외형을 좀 닦아 놓았더니, 그럭저럭 쓸만하다. 그동안 무릎 꿇고 물걸레로 쓸고 닦느라 사실 인간 청소기도 말못할 힘든 사정이 있었는데, 이제 청소기로 쏴아~ 청소만 하면 되겠다. 없는 청소기가 갑자기 우리집에 생기다보니 아들은 이 청소기만 있으면 청소기 돌리는 것은 본인이 한다고 새로운 물건에 대한 호기심을 보여줬다. 아들은 청소기 돌리고, 나는 물걸레로 닦기만 하면 되었기에 청소가 참 쉬웠다.

 

 

그런데, 며칠 전 1년 쯤 잘 사용하던 청소기가 갑자기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편리하게 잘 사용했는데, 이제 이 청소기와 이별할 때가 온 것 같다. 다시 인간 청소기를 사용하려니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청소기 없이는 안될 것 같아서 남편한테 다시 한번 청소기를 분해해서 고쳐보라고 하니 고친다고 하면서 본체와 호스를 아예 분리시켜 놓았다. 이제 더 이상은 안되겠다며 사람을 부르던가 아니면 A/S센터에 보내라고 한다. 청소기 살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 고장난 청소기를 확 쓰레기통에 버릴까......그래도 이 청소기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고 싶어서 바쁜 업무를 뒤로한채 사무실에서 꽤나 먼 곳에 있는 A/S센터로 갔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청소기의 상태를 살피보더니 다행히 본체가 아니라 호스의 연결된 선이 끊어져 호스만 교체하면 새 것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수리해달라고 했더니 먼저 호스를 새 것으로 교체한 후 먼지주머니 장착하는 방법까지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면서 이 제품은 모터성능이 참 좋은 것이니 아마 몇 년은 더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얘기했다. 친절해서 명함을 한 장 달라고 했더니 감동 엔지니어라고 써 있다. 시종일관 얼굴 가득 웃음으로 대해주고 웃는 모습으로 얘기해주는 감동 엔지니어의 친절이 하루의 피로를 녹여줬다. 이 엔지니어를 만나면 누구든지 행복할 것 같다. 부품값 2만5천원을 주고 새 것이나 다름없는 청소기를 들고 센터를 나오는데 기분이 상당이 좋아졌다. 고장난 제품으로 고객의 상한 마음까지 사랑과 감동으로 깨끗하게 수리해 준 감동 엔지니어의 덕분이다. 천직이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는 엔지니어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