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친구,삶의 윤활유

[개나리] 장대비 속에 피어나는 우리의 우정

순수산 2012. 9. 12. 17:48

 

 

 

엄마라는 역활이 얼마나 고달픈가...

엄마뿐만 아니라 직장에 출근해서 복잡한 업무에 시달리다보면...

나에게도 마누라가 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여러번 한다.

친구들도 아마 그럴 것이다.

 

 

고등학교 동창모임은 그래서 기다려진다.

시원하게 스트레스 날리는 수다의 시간이 되니까...

우리 모임이 고2때 만들어진 모임이니...역사가 참으로 길다.

 

 

영양돌솥밥 식당에서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 보쌈을 먹었다.

친구란..어디서 무엇을 함께 하든 뭐든 좋다.

맛나게 저녁식사를 하고 풀어내야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아~

"카페에 가서 못다한 이야기 나누자."

고 하니 다들 좋아라 한다.

식당을 나서는데, 장대비가 아주 퍼붓는다.

비가 오면 어떠리 벗들과 함께 하면 그 비도 운치로 변하는데...ㅎㅎ

 

 

 

 

 

 

 

 

 

 

 

식당과 가까운 곳에

커피값도 저렴하고 맛도 좋다는 로티보이 카페에서 우리는 갓구운 빵에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분명 네명이 모였는데, 왜 커피는 한 잔 더 있는거야?

유일하게 솔로인 우리의 올드미스께서 뭔 생각으로 주문을 했는지...모르겠다.

"야~ 바보야. 네명인데, 왜 다섯잔을 시키고 난리야...."

"주문하다 보니 그리 되었네. 헤헤헤"

 

 

 

 

 

딸과의 소통에 애를 먹고 있는 친구

직장동료 후배와 트러블이 있는 친구

직장동료 선배와 트러블이 있는 친구

이 친구들은 죄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맘껏 분출하고 있었다.

 

"친구야~ 동료가 미운 짓을 하면 그냥 사랑해버려~

어차피 그 동료를 네가 변화시킬 수 없으니 그냥 사랑하면 관계가 점점 좋아질꺼야."

"나에게 사랑을 하라고 요구하지는 마라. 그냥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한 상대야. 아주 골치거리야."

얼마나 힘들었으면 지긋지긋하다고 했을까...

 

10시가 될쯤에 한 친구는 귀가하고

10시가 조금 넘어 또 한 친구는 귀가하고

11시가 다 될까지 한 친구와 나는 쏟아지는 장대비를 피해가며 마음 고생이 심한 친구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줬다.

내 생각에.....어릴적부터 상처를 받고 치유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그 상처는 덧나게 되어 있다.

힐링이 필요하다. 치유를 한다면 서로의 관계성이 훨씬 원활하여 어그러짐이 해결될 것이다.

 

 

사무실에 근무하다보면 이상하게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남자들보다 숫자적으로 적은 여자들끼리 동맹을 해야 그나마 험한 이 바닥(건설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에

나는 사무실에 함께 근무하는 직장후배한테 남직원들한테 하는 것보다 더 잘해준다. 특별히 잘해준다기 보다는

칭찬을 수시로 한다. 특히 직장후배가 없는 자리에서 디테일하게 칭찬도 자주 한다.

 

"장대리, 너는 업무도 깔끔하고 꼼꼼하게 잘하는데, 사무실 청소도 진짜 잘한다."

"아니예요. 진팀장님이 예쁘게 봐주시니까 그러죠. 사실 이 이야기는 안할라고 했는데.... 다음 생일날 엽서에 써 줄께요."

"뭔 얘기인데, 궁금하게시리....지금 해봐. 다음 생일날 엽서에 쓸 이야기는 또 생기겠지. 어서 말해봐."

"제가 지금까지 마음 편하게 근무할 수 있는 것도 다 진팀장님 덕분이예요."

"하하하 난 또 뭔 이야기라고.... 장대리가 잘하니 인정받고 지금까지 근무하는 것이지....암튼 고마워."

 

칭찬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덤으로 내 칭찬까지 받게 된다. ㅎㅎ

후배동료 칭찬을 한마디 해줬더니...아주 칭찬이 넝쿨째 굴러온다.

 

모임날 아침에 있었던 이야기를 친구한테 해줬더니...

본인도 칭찬해주고 싶은데, 칭찬 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칭찬은 비둘기같은 눈으로 찾아서 해야 된다.

 

 

 

모이면 사진 찍는 나에게 모두들 잘 적응이 되어 있다. ㅎㅎ

아줌마들의 연출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위의 아줌마들은 자연스러운데..여기 아줌마와 아가씨는 뭔가 어색하다 아니 오버한 느낌이 든다. ㅎㅎ

 

 

우리의 이야기는 날을 쇠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식당에서..

카페에서..

길거리에서..

차안에서..

 

4시간 동안 나눈 이야기도 시간이 부족할 판이다.

다음에 또 모이면 어떤 이야기로 시간을 보낼련지...

 

 

 

우리는 이날...대대적인 계획을 세웠다.

드디어 아줌마들의 5년후 여행을 결성하고 회비를 모으자고 결론을 봤다.

삶이 고달프고 힘들더라도

우리는 이제 5년후 우리들만의 여행을 기약하며

담담히 받아들이고 담담히 걸어갈 것이다.

 

희망찬 미래가 설계 되었으니

우린 지금 정말로 행복하다.

참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