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친구,삶의 윤활유

[한새봉] 봄날, 새벽인들과 오르다

순수산 2013. 3. 18. 15:52

 

 

 

주말 오후, 산행 계획을 세워놓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오전에 늦잠을 좀 잤다.

오후 3시까지,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로 닦고(청소가 제일 힘들다), 요리도 하고 정리도 하고

세탁기도 돌리고, 행거에 걸려 있는 빨래도 개키고

모처럼 가정주부가 되어 이것저것 따사로운 봄볕에 부지런을 떨었다.

 

12시에 퇴근한 남편과 둘이 소박한 점심식사를 하고

피곤하다는 남편은 대중탕에 목욕을 가고

나는 산 친구가 왔길래 우리집 뒷산 한새봉으로 출발했다.

그녀는 운동을 같이 했던 아는 동생을 데리고 왔다.

데리고 온 친구는 우리 아파트에 같이 사는 주민이였고,

안면도 있던 차에 통성명을 한 후 셋이 나란히 걸어갔다.

 

 

 

 

 

 

빠른 걸음으로 1시간 정도 걸어서 한새봉 정상에 올랐다.

나처럼 카메라로 사진 찍는 사람은 없었다.

동네 뒷산에 올라 특별하게 사진 찍을 멋진 풍경은 없지만

하루를 어떻게 기록하냐에 따라 그날은 아주 특별한 날이 된다.

어제와 똑같은 일상이 약간의 시간을 들여 기록을 남기면

아주 특별한 날로 재탄생한다.

오이와 단감과 삶은 달걀을 간식으로 챙겨갔더니

그녀는 아삭아삭 맛있게도 먹었다.

 

 

산 정상쯤에 다왔을때....나는 정말로 반가운 부부를 만났다.

예상치 못했던 만남이라 얼마나 좋았던지 나는 권사님을 포옹했다.

4월에 있을 우리의 모임을 다시 다짐하며 다음에 보자,며

권사님은 집으로

우리는 산 정상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봄은 봄이다.

참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았다.

물을 머금은 새순이 돋고

무거웠던 산이 활기를 되찾아 부산스럽다.

 

 

 

 

 

이 두 사람은 새벽 4시 30분에 만나 이 산을 새벽에 오르는 진정한 새벽인들이다.

"놈들 잘때...잠 안자고 뭐하는 짓들이여? ㅎㅎ"

"새벽산이 얼마나 좋은데요~ 조용하고 상쾌하고 삶의 승리자가 된듯 좋아요."

"캄캄한 새벽에 뭔 산행을 한다고, 바쁜 사람들이 잡아가면 어쩔라고...ㅎㅎ 참 부지런하다."

 

 

새벽산행을 다녀온 후 아이들을 챙기고

직장에 가서 일하고

퇴근 후 다시 학원에 가서 공부하고

슈퍼우먼이 따로 없다.

그래도 늘 활기차서 좋다. 

 

 

 

 

 

기분좋게 땀을 흘리고

우리는 주거니 받거니 많은 얘기를 나누고

올라갔던 그 길로 다시 산을 내려왔다.

다음을 기약하며

출발지인 우리 아파트에 도착하자 그때 나는 보였다.

매화를

 

 

분명 올라갈때는 보지 못했는데,

우리 아파트 단지에

매화와 산수유가 피어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딱딱한 가지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수고가 많았을까...

그 추위를 어떻게 견디어 냈을까...

아무리 힘들고 어둡고 무겁더라도

분명 좋은날이 밝은날이 가벼운 날들이 찾아오니

희망을 갖고 살라는

귀한 메시지를 매화는 전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매화가 무척 숭고하다.

 

 

부지런한 새벽인들과 함께 한새봉 산행을 다녀온 것이

오늘 하루 일과중 가장 잘한 일이 되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늘 산과 함께 하자.

우리모두 화이팅하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