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매일,특별한 일상

대추의 인생

순수산 2012. 11. 23. 15:51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 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한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사람도 그냥 성숙하지 않으리라.

살면서 고난도 힘듦도 온전히 몸으로 철저히 이겨내야

인생의 풋내가 깊은 맛으로 변한다.

그 깊은 맛은 때론 인생을 달관한 모습일 것이다.

 

사람이 이기주의에 빠지면 저렇게 둥굴어지기 힘들다.

살면서 서로 부딪쳐야 깨닫게 되고

서로 싸우면서 나의 모난 부분을 깍아내게 된다.

조약돌이 커센 파도에 제 몸을 깍이며 둥글게 만들어 지듯이...

 

어제 책을 읽다가 저 시에 한마디로 필이 꽂혔다.

삼계탕 끓일때 대추를 넣어서 먹기만 했지

저런 깊은 뜻이 대추 안에 알알이 영근다는 것을

보통사람 나는 알지 못했다.

 

시인은 우리가 보지 못한 부분의 그 이면을 살피고

겉모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존중이

담겨있다. 시인은 참 겸손하다. 그래서 늘 배우려는

자세가 보인다. 나도 시인을 닮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