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 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한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사람도 그냥 성숙하지 않으리라.
살면서 고난도 힘듦도 온전히 몸으로 철저히 이겨내야
인생의 풋내가 깊은 맛으로 변한다.
그 깊은 맛은 때론 인생을 달관한 모습일 것이다.
사람이 이기주의에 빠지면 저렇게 둥굴어지기 힘들다.
살면서 서로 부딪쳐야 깨닫게 되고
서로 싸우면서 나의 모난 부분을 깍아내게 된다.
조약돌이 커센 파도에 제 몸을 깍이며 둥글게 만들어 지듯이...
어제 책을 읽다가 저 시에 한마디로 필이 꽂혔다.
삼계탕 끓일때 대추를 넣어서 먹기만 했지
저런 깊은 뜻이 대추 안에 알알이 영근다는 것을
보통사람 나는 알지 못했다.
시인은 우리가 보지 못한 부분의 그 이면을 살피고
겉모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존중이
담겨있다. 시인은 참 겸손하다. 그래서 늘 배우려는
자세가 보인다. 나도 시인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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