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세가 넘은 중년이 이날은 꼭 5살처럼 웃고 떠들고 장난치며 행복해했다 -무등산중머리재에서 ]
대학졸업하고 30년이 넘었지만 이날 남편의 대학 동창들은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처음 갖어 는 부부동반 1박2일 모임이다. 넓지 않는 우리집에서 네쌍의 부부가 1박을 했다. ㅎㅎ
손님을 초대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신경 쓸 것이 많지만,
좋은 점은 집안 청소를 대대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남편 친구가 와서 그런지 남편이 청소하는 것을 많이 도와줬다.
경기도, 진도에서 사는 친구들은 토요일 8시 30분 쯤에 우리집에 도착했다.
정작 남편은 퇴근도 하지 않았는데...ㅎㅎㅎ
싱싱한 전복을 가져온 진도 친구는 직접 전복회를 준비해서 맛있게 먹고
나는 저녁식사 메뉴로 오리탕과 등갈비찜을 했다. 저녁 늦은시간까지 하하호호 큰소리로 웃는 친구들 때문에
"제발 목소리 좀 낮춰라. 위 아래층 사람들 우리집으로 처들어 오겠다."
아무리 얘기해도 이 친구들 조심하기는 커녕 더 큰소리로 웃고 얘기를 한다.
알고보니, 이 친구들 셋 모두 단독주택에서 산다.
이렇게 쉬쉬하며 갑갑해서 어떻게 아파트 생활을 하냐,며 오히려 우리를 짠하게 생각한다.
그도 그럴것이 정말로 몇년만에 만났기에 오죽 할 얘기가 많을까...
내가 듣기에는 친구 놀러주기, 학창시절 이야기, 군대 이야기, 자식 이야기, 직장 이야기, 건강 이야기...
와우~ 남자들 수다 장난 아니다.
시간은 흘러 우리는 취침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 무등산국립공원 등산하기로 했다.
이 와중에 매일 대중탕에 가야만 하는 한 친구 부인은 이날도 신새벽에 대중탕에 가서 출근도장을 찍으시고..ㅎㅎ
점심을 맛있게 먹자며 아침을 거르고 간단히 간식만 준비해서 30분 거리에 있는 무등산에 도착했다.
남편과 6월 6일에 험한 조계산을 다녀온지라 사실 이틀만에 다시 산행을 하게 되어 컨디션이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닌데, 무등산 중머리재는 워낙 많이 다녔고, 이정도 고지 면 산행 측에도 속하지 않는지라 우린 즐겼다.
나는 산행 내내 앞장 서서 사진을 찍어주고 또 뒷장 서서 꽃도 찍도 참 분주한 산행을 하게 되었다.
처음 사진 찍을때는 이렇게 차렷 자세였다.
내가 놀렸다. 뭐 이런 재미없는 사진도 다 있냐고...ㅎㅎ
우리 부부는 커플티를 입었다. 언제 이렇게 깔로 맞춰서 샀나보다.
남편도 순순히 따라서 입어주니 땡큐~
첫 쉼터에 앉아 아침을 먹지 않았기에 근처에서 산 김밥을 다들 참 맛있게 먹는다.
다들 일상이 그 누구보다도 바쁜 사람들인데, 이날 우리들은 서로 연애하는 기분으로 배우자을 챙겼다.
20 여년 정도 살다보면 부부는 닮는다. 부부가 아니라 꼭 남매처럼 느껴진다. 사랑하는 가족이기에 더 챙겨야 한다.
뭔 사진을 이렇게 많이 찍냐고 내가 카메라만 들이밀면 어색해하는 친구들, 부인들, 그러나 남은 것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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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꽃 |
병꽃 |
나란히 걷는 우리멤버들한테 이런 모션을 잡아보라고 하고 한 컷!
나는 이렇게 셀카도 찍는다.
이 꽃 이름은 뭘까? 처음 본다.
"자기야, 우리 셀카 찍자."
다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들게 산행하고 있는데, 우린 즐기고 있다.
내가 주황색 옷은 바깥쪽에 서 있으라고 주문했다.
얼마나 좋은가. 이렇게 서 있으니...ㅎㅎ
이렇게 모두 활짝 웃는 모습 보기 힘든데,
이날 우리는 산행이 끝날 때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엄마, 엄마가 여기에서 제일 예뻐. 선그라스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네요."
울 아들이 아 사진 보더니 한마디 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제일 예쁘다. 사실 내가 제일 젊다.
나는 40대 중반, 나머지는 50대 초반이다.
울 신랑은 장가 잘 간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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