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힐링,나의 산얘기

[조계산] 무더위를 한방에 날린 계곡물에 발을 담그다

순수산 2013. 6. 14. 14:31

 

 찔레꽃을 닮은 때죽나무 꽃이 계곡물에 유유자적하고 있다. 순간 포착의 맛이 이렇다. 예술이다. 

 

 

 

하산하는 길은 훨씬 여유가 생긴다. 등산할때는 힘들어서 말없이 걷다가도

털털털 내려오는 길은 못다한 말들이 오고간다.

우리는 정상을 앞두고 아이스크림 장사하는 분을 봤지만, 여유있게 내려올때 사먹자고 했다.

괜히 갈증만 나면 등산이 더 힘들것 같았다.

 

 

 

 

원래 아이스크림 먹는 것 좋아하지 않는데,

이날 먹은 팥 아이스크림은 좋았다.

 

 

 

 

 

장군봉까지 오른 후 하산하자 마음이 급해진다.

오후 6시가 되어간다. 산속에서는 쉽게 어두워지므로 최대한 하산을 서둘러야 된다.

 

등산할때 멋진 곳이 나와서 사진을 찍고 가자고 남편한테 했는데,

시간 없으니 그냥 올라가자고 했던 남편이

하산할때는 못내 미안했던지 이곳 저곳 포토존을 선정한 후 사진을 찍자고 한다.

그런데 나는 만사가 귀찮아서 오히려 찍기 싫어졌다.

ㅎㅎㅎ

 

맑은 물의 계곡에 두발을 담그자

와장창 무더위가 깨진다.

두발이 정말로 시원하다 못해 아프다.

물속에서 몇초도 버티기 힘들다.

그만큼 계곡물은 어떤 얼음물보다 시원했다.

그동안의 피로가 한순간에 날아간다.

 

 

 

 

 

 

길 양쪽이 노란꽃으로 멋지다.

이녀석들과 눈마춤도 하고 싶은데, 남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내려간다.

 

 

 

휴우~ 주차가 되어 있는 송광사가 멀지 않다.

조계산...잊지못할 것이다. 힘든 산으로 ㅎ

출출한 시간, 하산 후 편한 마음으로 호떡을 사서 먹고

종일 걸었던 발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루만져줬다.

 

다음 산행은 무등산이 될 것 같다.

남편 대학동창 부부동반 산행이다.

 

 

 

 

 

 

 산행은 인생이다.

 

처음 산행을 시작할때는 십대처럼 팔팔하다.

그래서 이것 저것 계획도 세우고 별 것 아닌 것에도 까르르 웃고 사진을 찍고 설레발을 떤다.

그러다 산행 중간지점인 정상에 오르면, 인생 뭐 별것 없다,는 생각과 하늘 아래 뫼이로다, 웬만큼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해낼것 같은 자신감이 붙는다.

그러나 하산길에 접어들면, 탈탈 털듯, 인생을 간추리게 되고, 몸도 마음도 지쳐서 빨리 쉬고 싶어지며, 멋진 광경이 있어도 만사가 귀찮아서 설레지 않는다.

 

 

 

고난은 고난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난을 통해 깨달음을 주고 한단계 성숙해진다.

 

힘든 산행을 통해 우리 부부는

산행하기 좋은 산 산행은 인생이다,라는 정의를 자동으로 터득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