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대기 끝으로 나온 아기 발바닥의 열 발가락이
“세상에 예쁜 것” 탄성이 나올 만큼,
아니 뭐라고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예뻤다.
아기의 생명력은
임종의 자리에도 희망을 불어넣고 있었다.
담백하고 자유롭게 / 피천득 선생님을 기리며..
그늘이 전혀 없이 / 장영희 씨에게
이제 달콤한 잠 누리소서 / 사랑하고 존경하는 추기경님께
문학에 대한 자존심 / 박경리 선생님을 기억하며
의연한 나목을 볼 때마다 / 김상옥 선생님을 기리며
격랑 한가운데 선 작가 / 이병주 선생님을 생각하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 이해인 수녀님께
자연의 질서 안에서 / 김창완 씨 보셔요
법조인이 된 사랑하는 손자에게
특별한 바람처럼
그때는 보이는 모든 것이 왜 그리도 아름다웠던지.
젊은 내 새끼들의 옷깃과 검은 머리칼을 나부끼게 하는 바람조차도
어디 멀고 신비한 곳으로부터 그 애들이 특별히 아름답게 보이라고 불어온 특별한 바람처럼 느꼈으니까.
-79쪽, [시간은 신이었을까]에서
이 책은 그리운 작가 박완서님의 마지막 산문집이다.
그동안 출판되지 않는 글들 중
딸 호원숙님이 2000년도 이후의 글들만 묶어서
출판한 책이다.
물흐르듯이 조근조근 어렵지 않게 얘기를 풀어내는 박완서 특유의 어법으로
1931년 태생, 격변의 세대를 살아온, 그녀가 늦은 나이 40세에 등단과 함께
1988년 사랑하는 남편과 귀한 아들을 같은 해에 잃고,
또한 세상을 함께 했던 좋은 사람들이 이세상보다는 저세상에 더 많다는 아쉬움 속에
사랑하고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그들을 그리는 마음을 담은 [깊은 산속 옹달샘]편이
마음에 와닿았다.
나또한 이 세상에서 머물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때...
내 사랑하고 그리운 이들 몇사람에게 편지를 남기리라.
몸은 떠나갔지만, 그 글을 통해 남아 있은 그들과 함께 하고픈 소망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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