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의 달콤함과 살벌하고 슬픔이 가득 찬 연애 이야기 ![]() |
2012-03-15 14: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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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 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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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라고 하면 일단 달달함이 느껴져야 하는데, 퍽퍽한 건빵에 꽁꽁 숨어있는 별사탕마냥 달콤함은 거의 없다. 오히려 죽기살기로 살벌하고 오래토록 슬픔이 남는 연애소설이다. 그렇다고 눈물이 나올만큼 슬픈 이야기라는 뜻은 아니다.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을 시작한 그들이 10대들의 불장난처럼 아슬아슬하다. 혹여 이루어진다고쳐도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부정해야 될 판이다. 상대를 취하려면 나를 버려야 한다. 사랑하면 안될 사이가 사랑을 했으니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섞일수 없는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관계 속에 펼쳐지는 연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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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좋고, 전직 판사이고 검도 5단이고 학창시절 권투선수였던 얼굴도 잘 생겼을 마초의 기질이 다분한 새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노총각 김수영과 대선 후보였던 언니가 의문사로 죽자 조카 보리를 키우며 살고 있는 진보노동당 대표 오소영과의 첫만남은 소화기 사건으로 이루어진다. 언론법 통과를 막으려는 과격한 오소영이 던진 소화기에 전직 운동선수 김수영이 맞고 기절을 했으니, 삶은 이렇게 아이러니하다. 이 사건으로 두 사람은 뒷담화의 주인공들이 된다. 정치계의 스타가 된 셈이다.
바람은 모습이 없다. 대신 바람에 흔들리는 것들로써 바람의 모습을 본다. 시간은 모습이 없다. 대신 시간에 흘러가는 것들로써 시간의 모습을 본다. 그러나 마음이 죽어 있는 자에게는 바람도, 바람에 흔들리는 것들도 없다. 시간도, 시간에 흘러가는 것들도 없다. 그 모두를 보거나 듣게 만드는 것은 결국 마음이기 때문이다(p143)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라는 골 깊은 당의 이념 속에 선입견을 갖고 원수처럼 생각했던 두 사람은 점차 연애모드로 흘러가는데, 여기에 적과 술이 가교역할을 한다.
그래서 적은 위대하다. 우리가 패도에 빠져 망해 가는지도 모를 때 혹은 모른 척하며 망해 갈 때 똥과 된장을 분명히 구분해 주는 정직한 비평가는 진정한 적밖에 없다(153)
너와 내가 상관없는 사람이더라도 너와 나의 적을 만나면 너와 나는 우리가 돼서 뭉친다. 뭉친 우리가 일단 적을 물리치고 나면 우리는 꽤 가까운 사이가 된다. 상관없었던 너와 나는 적 때문에 전쟁터에서 피를 나눈 아군이 된다.
맨 정신이였다면 김수영과 오소영이 급속도로 가까워졌을까.
술이란 게 그렇다. 요물이다. 추녀도 미녀로 보이게 하고 바보 천치도 현자로 둔갑시키는가 하면 지옥을 천국으로 리모델링하기도 한다(p162) 술이란 게 그렇다. 악마가 너무 바쁘면 술을 보낸다지 않는가(p164)
당의 이익을 위해 두 사람을 화해시켜보자는 자리에서 결국 과격분자인 오소영은 소주잔을 던져버리고 나가는데, 이 모습에 김수영은 묘한 매력을 느낀다. 둘이 함께 한 자리에서 소주 한 박스를 시켜 놓고 두 남녀는 그동안 서로의 선입견을 멀찌감치 털어내고 온전히 인간 김수영과 인간 오소영으로 만나 외롭고 쓸쓸한 내면을 들어다보게 된다. 마음을 읽은 것이다. 김수영이 꽤 유식하고 품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오소영이 화끈하고 정치에 강한 소명의식을 갖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럴지언정 두사람이 서로 맺어지기 힘든 현실이 아닌가. 국민의 깨끗한 한표 한표가 모여 국회의원을 만들어 놓았더니, 상대 당 의원과 연애질을 한다는 것이 어디 있을법한 얘기인가, 국민을 기만하는 꼴이 된다. 그래서 두 사람은 슬프다. 그러더라도 사랑은 국경도 나이도 남녀노소도 이유가 되지 않는데, 하물며 당이 무슨 이유가 되겠는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묘한 심리인데...... 미혼자는 절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 사랑에 환장해 국가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기혼자는? 괜찮다. 사랑에서 도망치려고 국가를 위태롭게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랑이 아름답다고? 설사 아름답지 않으면 또 어쩔 것인가? 사랑의 힘은 못하는 짓이 없고 남녀노소와 인종은 물론 짐승이나 벌레까지 예외가 없다. 사랑은, ······ 사랑은, 아흐, 외로운 장난꾸러기(p156)
작가의 대단한 필력에 여러번 놀랐고 군데군데 익살스런 묘사에 웃음이 터졌지만 이 대목에서는 아주 빵 터졌다.
300 페이지가 넘는 책장을 참 빠르게 넘길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하는데, 일단 믿음이 간다.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챙겨서 읽어볼 것 같다. 책 속의 또다른 책들이 전해주는 사랑과 연애도 쏠쏠한 맛을 낸다. 너무 유명해서 익히 아는 것들이 많아 추억을 되씹는 시간이 되었다. 연애와 사랑을 앞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만한 책이요, 크게 기대될 것도 없는 우리나라의 정치쇼를 시원하게 보고 싶다면 이 책이 아주 괜찮다.
새로운 책을 접하면 꼭 연애하는 기분인데,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책과 함께 했으니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p1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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