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에서 출발하여 여수 오동도로 향하는데, 관광객이 엑스포때를 방불케할만큼 많았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영화 [명량]의 효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차공간이 없어서 터널 갓길에 주차를 하고 우리는 오동도를 걸을 수 있었다.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명량>이 국민적 관심을 받으면서 장군의 발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는 전남 여수항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여수시는 개봉 13일만에 천만 관광객을 돌파한 영화 <명량>의 열풍의 영향을 받아 임진왜란 당시 경상·전라·충청 등 삼도수군의 지휘본부 ‘삼도수군통제영’이였던 여수가 주목받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여수시는 성웅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 대첩 승리를 소재로 그린 영화 <명량>의 인기와 더불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여수 진남관 등 주요 유적지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경향신문 2014. 08.13 일자 발췌]
습하고 어둔 오동도에 우릴 반기는 것들이 있었으니, 모기다. 어찌나 모기가 득실거리는지 손수건으로 훠이훠이~ 앞을 휘젓고 갔다. 그래도 좋았다. 좋은분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맛난 음식을 먹는 것처럼 기쁘다. 아니다. 나는 먹는 것 즐겨하지 않으니, 도서관에서 책읽는 것처럼 좋은분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오동도를 한참 걷고 있는데, 내 눈에 들어오는 고은님의 짧은 시가 보였다.
미친놈 - 고은
서쪽에서 해가 뜬다고 말하는 놈이 있어야 한다.
그 놈이 세상의 잠을 깨운다
미친놈아 너 이 허울의 땅에 오라.
맞다. 나도 세상의 미친놈이 되고 싶다. 세상의 잠을 깨우는 미친놈이고 싶다. 허울뿐인 이 땅에 진리를 선포하고 복음을 전하는 자가 되리라. 전망대에 올라 여수 바다의 거북선을 닮은 유람선도 보고, 따뜻한 동백꽃차도 맛나게 마셨다. 오동도를 한바퀴 돌고 나오는데, 어떤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00야~ 오동도에 들어가지 마. 모기한테 헌혈할 일 있냐?”
모기한테 헌혈좀 해주면 어떤가. 모기가 마시면 얼마나 마신다고 헌혈이 무서워 여수까지 와서 오동도에 들어가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될텐데......
해가 하루일을 마치고 넘어가고 있는데, 우리 일행은 여유있게 향일암으로 갔다. 비록 암자까지는 올라가지 않았지만 바로 앞 추차빌딩 스카이라운지에서 석양을 바라보고, 넘실대는 바다를 바라보고 다음에 멋진 펜션에서 1박을 하자고 얘기를 나눴다. 향일암 가는 입구에 돌산 갓김치를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데, 우리는 갓김치와 파김치, 꼬들빼기김치를 사가지고 왔다. 맛난 김치를 샀으니 주부들은 한동안 김치 걱정 안하겠다. 살림꾼 세 언니들을 보고 있으면 나는 나일롱 주부에 속한다. 하루 아침 한끼 먹는 우리집, 김치 거의 먹지 않는다. 세 언니들한테 배우는 살림의 노하우가 쏠쏠하다. 덕분에 휴일 하루를 오지게 알차게 잘 보냈다. 계획에 없던 여행이였기에 그 만족도는 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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