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독서, 나를 만들다

[서평]힘들고 지친 자 넘어져 쓰러진 자, 다시 일어날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수도원 기행 2>

순수산 2015. 1. 30. 16:38

힘들고 지친 자 넘어져 쓰러진 자, 다시 일어날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 리뷰모음 2015-01-30 16:19

http://blog.yes24.com/document/7934054 복사 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도서]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

공지영 저
분도출판사 | 2014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선물로 받은 이 책, 읽고 너무 좋아 다시 사서 지인한테 선물해줬다. 받은 그이도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조만간 서로 이 책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시간이 올 것이다.

 




공지영 작가의 책을 여러권 읽었지만 내가 가장 마음 졸이며 읽었던 책은 <도가니>다. 나는 도가니를 일간지 연재소설 <무진기행>이라는 제목으로 먼저 만났다. 출근하여 컴퓨터를 켠 후 연재소설을 읽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였다. 매일 읽을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내가 사는 광주, 그것도 보호받아야 할 장애우들을 학대하고 성폭행 했던 인하학교에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기 때문이다.

 

공지영 작가의 글은 공허한 사랑 타령의 글이 아니다. 국가와 사회적으로 또는 가정적으로 깊이있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거리가 글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무게감이 실려있는 책이기에 읽고나면 그럼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갖게 한다. 혹여 사회적으로 몰랐던 사회적 이슈를 작가의 필력으로 당차게 써내려 가는 글을 읽노라면 우리사회가 얼마나 많은 문제들로 산재해 있는지 알게 한다. 총보다 펜이 강하다고 믿기에 글을 쓰는 작가는 문제의식을 갖고 냉철하게 파헤쳐야 한다. 글쓰기 아니면 먹고 살기 힘든 작가는 혼신을 다하여 글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까 공지영 작가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사형수 이야기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아빠가 서로 다른 세 자녀들을 홀로 양육하는 공지영 작가, 이전에 엄마로서의 이야기를 담담히 써내려간 <즐거운 나의 집>, 삶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과 같다는 유명한 말고 함께 신부들의 이야기를 다룬 <높고 푸른 사다리>, 쌍용차 파업 이야기를 다룬 <의자놀이> 그리고 몹시도 힘든 시기에 하나님을 만나고 치유받고 위로 받았던 이야기를 쓴 <수도원 기행 2>까지 결코 쉬운 글쓰기가 아니였으리라. 공지영 작가는 신실한 카톨릭 신자이다. 이 책은 그동안 써온 글과는 너무도 다른 방향의 글이다. 하나님을 모르는 독자는 무슨 판타지 소설이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할렐루야 아줌마라고 폄하할지 모르지만 내 안의 깊은 신앙이 차고 넘쳐서 흘러가면 무엇으로든 표현하게 된다. 작가라 글로 체험한 것을 담담히 썼으리라. 넘쳐 흐르기에 어쩔수 없이 써야 하는 그 마음을 나는 알 것 같다. 나또한 하나님을 믿는 자로서 작가가 느꼈을 그 비슷한 경험을 여러번 해봤다. 책을 읽는 동안 내 믿음생활을 뒤돌아보게 되었고 재정립하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경북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을 시작으로 미국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 독일 상트 오틸리엔 대수도원, 뮌스터슈바르차흐 수도원, 쾰른 카르디날 슐테 하우스, 프랑스 파리 기적의 메달 성당, 이탈리아 몬테카시노 수도원, 수비아코 수도원, 카말돌리회 산 안토니오 수녀원, 스페인 아빌라 수도원 기행 이야기가 차례대로 나온다. 심신이 지친 작가는 수도원 기행을 통해 치유되고 위로받고 다시 일어나 힘을 얻게 된다.

 





“영성은 이런 것 같았다. 소중히 여기는 것, 감사히 여기는 것, 병자든 어린이든 장애인이든 사람은 너무도 당연하고 그와 아울러 낡아 빠진 그릇, 옷 한 벌, 의자 하나 하다못해 돌멩이라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137쪽)

 

영화 <국제시장>에서 각인된 장면이 있다. 피난가는 한국인들을 흥남부두에서 만사천명을 태운 메러디스 빅토리호이다. 빅토리호의 레너드 라우 선장이 인상 깊게 나오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내용을 고스란히 다시 접하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사랑실천하는 순간의 선택이 우리 민족을 살렸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것 같다. 그 레너드 라우 선장은 나중에 마리너스 수사가 된다. 그날 흥남부두에서 특명을 어긴 선장 행방은 그 이후 아무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거듭하며 아빠가 각각 다른 세 자녀를 키우며 살아가는 것이 작가에게는 녹록치 않았으리라. 따가운 타인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했으리라. 쓴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로 제작도 되고 인기작가로 명성도 얻고 젊은 나이에 평생 쓸만큼 물질적인 부도 누렸지만 가슴 저 밑바닥에서 오는 텅빈 공허함을 채울자는 오직 그가 믿는 하느님이였다. 어느 누구도 알수 없는 그이만의 고달픈 삶을 하느님은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줬다. 그동안 잘살아왔다고 응원하며 여전히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 조용히 그러나 힘있게 전했으리라. 수도원 기행을 읽다보면 작가뿐 아니라 독자에게도 위로와 치유의 시간이 된다.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잘살고 있는 소피아,라는 언니에게 어느날 14살된 아들이 사고로 죽게 된다. 같은 카톨릭 신자로서 소피아 언니를 위로하게 되는데 소피아 남편을 통해 우리가 영생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 된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그 이후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어느날 아빠는 죽은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신비한 이야기를 아내에게 한다.

 

“아이는 그 모습 그대로 빛으로 왔어. 그리고 내게 말했어. 아빠, 슬퍼하지 마. 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울지 마, 아빠. 우리의 생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야.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아마 우리 식구 중에서 아빠가 제일 먼저 내가 있는 곳에 올 거야. 아빠, 어떤 경우에도 슬퍼하지 마. 이제 아빠가 하느님을 만나고, 또 이렇게 기도를 하니 나는 정말 기뻐.” (177쪽)




쌩떼같은 자식을 잃어버린 세월호 사건, 자식 잃은 부모 심정이 어찌 글로 다 표현되겠는가. 그러나 매일 슬픔에 젖어 사는 아빠가 불쌍했던지 꿈에 나타나 죽은 아이가 말했던 것처럼 세월호 사건으로 죽은 아이들도 분명 건강한 모습으로 언젠가는 부모님을 만날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말고 사는동안 힘차게 씩씩하게 살아달라고 이 책은 말하는 듯했다. 그래, 육체가 죽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분명 다시 만나는 그 세상이 있으니 우리는 너무 슬퍼하지 말자.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어리석은 시절이 있었다. 또한 내가 잘나서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교회에 다니면서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그 후 삶에서 당연함을 빼니 모든 것이 감사로 다가왔다. 심지어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실로 놀라운 일이다. 교만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았던 나였기에 섬기고 나누고 봉사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예수님의 제자로 살면서 훈련을 통해 깨우친 값진 것이다.

 

이 책은 공지영 팬이라면 당연히 읽어야 할 책이다. 작가의 깊이있는 신앙 체험을 통해 내 종교관을 뒤돌아보게 한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 애통해하는 분들도 읽으면 큰 위로가 될 것이다. 많은 것을 갖고도 늘 부족하다며 불평하는 나였기에 수사, 신부, 수녀님들의 그 청빈한 삶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다. 하느님과 결혼하여 한평생 사랑 실천하며 사는 그이들의 삶이 위대하다. 나약한 이 사람은 그저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더불어 각 나라의 수도원의 풍경은 칼라풀하여 한 장의 작품이 되어 생동감 있게 전해진다.

 

“하느님을 알아 버리고 느껴 버리고 보아 버린 사람이 택할 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아, 어떻게 이것을 설명해야 할까. 멀고 깊은 우주의 신비를 본 사람이 사람들이 북적이는 유흥지를 보러 다닐 필요가 없듯이.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에 젖은 귀가 길거리 유행가를 굳이 들을 필요가 없듯이. 명화의 깊이를 알아 버린 사람이 이발소 그림을 더 볼 필요가 없듯이.” (61쪽)

 

 


좀 바쁘더라도 책을 읽으면 짧게나마 서평을 남기자,라고 다짐했다.

어제 퇴근 후 2시간 동안 쓴 글이다. 허접하고 부족하고 이것도 글이라고 썼는가?

내가 봐도 허점 투성인데......

그런데, 그냥 해냈다. 그것이 내게는 크게 작용했다.

완벽해지려는 것은 교만이다. 난 인간이 아닌가.

부족한대로 쓰다보면 이슬비에 옷 젖듯이 글쓰기에 푹 젖어있을때가 올 것이다.

그런 희망으로 썼다고 생각하니

그래, 너 오늘 수고했다.홧팅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