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영산 정상 깃대봉 608m]
명절 연휴 동안 1박2일은 시댁에서 보냈다. 시댁에 머무는 동안 어머님이 민어회와 민어매운탕, 그리고 백김치에 호박고구마까지 만들어 주셔서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른다. 남들은 명절 증후군이 며칠 전부터 생긴다고 하는데, 감사하게도 나는 명절이 기다려진다. 잘 먹었으니 운동도 열심히 해야 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집에 돌아온 다음날 고흥 팔영산에 갔다. 지난주 고흥 바다만 구경하고 산은 가지못해 서운했는데, 산행을 하게 되어 다행이다. 5일 동안의 휴무는 마음을 여유롭게 너그럽게 해준다.
팔영산은 1998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2011년에는 다도해국립해상공원 팔영산지구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그만큼 가볼만한 산이고 관리가 되었다는 얘기다. 정상인 깃대봉의 높이는 608m이다. 우리는 산 중간쯤에 위치한 팔영산자연휴양림에 주차를 해놓고 8개의 봉우리를 넘고 넘어 정상 깃대봉까지 무사히 올라갔다. 4시간 30분 가량 소용된 산행이였다.
팔영산은 1봉-유영봉, 2봉-성주봉, 3봉-생황봉, 4봉-사자봉, 5봉-오로봉, 6봉-두류봉, 7봉-칠성봉, 8봉-적취봉이다. 사실 봉과 봉 사이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워낙 산이 험해서 스틱은 배낭에 넣고 손과 발을 이용해 올라가야 했다. 산행이 아니라 등반하는 클라이밍 수준이다. 험한 8개의 봉우리를 오르고내려야 했기에 바위에 철손잡이와 철계단은 기본이고 직각에 가까운 사다리처럼 만들어져 있는 계단도 많았다. 순간의 방심으로 어떤 위험에 처할지 모르니 바짝 긴장을 놓치 말아야 했다. 그렇게 화창한 날씨는 아니였지만 다도해는 시원하게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명절연휴를 등산으로 잘 보내고 있는 등산객들의 울긋불긋한 모습이 봄을 재촉하고 있었다.
지난주 토요일, 고흥 여행을 갔을 때다. 고흥 시장에서 쑥인절미와 콩가루를 샀는데, 어렸을 때 먹었던 그런 맛이였다. 이것을 데워서 간식으로 챙겨갔다. 떡과 과일, 커피를 마시며 산 봉우리에 앉아 쉴 때 세상이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하다.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따사로운 햇살까지 자연이 주는 선물을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받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특별한 일정이 잡히지 않는다면 우리 부부는 주말에 산행을 자주 간다. 산행을 하면서 훨씬 부부애가 더 쌓인다. 그러나 막상 산행을 시작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내 발로 정상까지 오르고 내려와야 한다.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남편이 내 산행을 대신 해주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비록 둘이 산행을 하더라도 결국 혼자만의 산행이 된다. 서로를 너무 의지하면 힘들다는 것, 산행을 통해 배운다.
산행은 자연을 통해 튼튼한 몸도 만들어주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생각의 근육을 만들어준다. 한발작씩 내딛으며 저 높은 정상까지 오르는 산행을 하다보면 생각의 사이즈가 넓어진다. 남편과 산행을 하다보면 다시 연애하는 시절로 돌아간듯 애틋하고, 부부이기 전에 오래된 친구처럼 든든한 관계가 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배우자를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야를 만들어준다. 알콩달콩 이야기하며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그날의 최고의 모습을 담아낸다. 산행후 피로를 풀고자 대중탕에 2시간 동안 있으면 몸과 마음이 더 개운해진다. 이날도 그랬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에서 집에서 그리 멀지 않는 산부터 하나하나 산행하려고 한다. 다리가 튼튼할 때 더 많은 산행을 하려고 한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더 많이 보고 누리며 살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아는 것이 적으면 사랑하는 것도 적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팔영산에 가기 전에 도로에서 8개의 봉우리를 담았다]
[사진찍고 있는 남편을 사진 찍다]
[와우~ 우리가 저 험한 봉우리를 넘어왔다]
[1봉인 유영봉에서]
[정상 깃대봉까지 가면서 만난 격언들]
[직각에 가까운 철계단]
[숏다리로 내려가기 힘든 나같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 놓은 철손잡이]
[우리나라 아름다운 나라]
[지나온 봉우리마다 등산객들이 있다]
[이건 바로 클라이밍이다]
[이런 봉우리를 오르고내렸다. 철밧줄을 잡고 오르는 남편, 거의 유격수준이다]
[그림같은 산]
[깃대봉 정상에서 바라본 팔영산]
[부부는 셀카놀이 중]
[셀카봉으로 자주 찍다보니 이런 사진도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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