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직원과 점심을 먹고 빠듯한 시간을 쪼개서 운동삼아 근린공원을 거닐었다. 운동장 트랙을 몇바퀴 돌고 사무실로 들어가는데, 내 눈에 들어오는 멋진 풍경이 있었다. 나이 지긋한 화가가 붓을 들고 벽화를 그리고 있었다. 사실 그 벽화 너머에는 그린환경이라는 상호를 내걸고 있는 고물상이었다.
여러 고물로 내부는 좀 지저분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렇듯 멋진 벽화를 그려놓으니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고 벽화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사람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림이 참 멋있어요.” 땀흘리며 그리고 있는 화가분한테 응원의 메시지를 드렸더니, 해맑은 미소를 지으셨다.
벽화를 생각하면 소나무 그림을 그린 솔거가 먼저 떠오른다. 통일신라시대 황룡사 벽에 노송도(老松圖)를 그린 솔거. 그림이 얼마나 사실적으로 묘사를 했으면 날아가는 새들이 나무인 줄 알고 앉으려다 부딪쳐 죽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사진을 절묘하게 찍으면 산책후 또 다른 길을 걷는 모습이 될 것 같아서 재미삼아 후배직원한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일주일 동안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어봤다. 바로 앞이 찻길이라 좀 부산스럽기도 했고 건너편이 동네 주민센터라 사람들이 오며가며 나를 자꾸 쳐다보았다. 그래서 용기가 상당히 필요했다. 그러나 무엇이든 이정도의 값은 치려야 내것이 된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11월에 시골길을 걷는 모습처럼 보인다. 또는 눈 내린 거리를 걷는 모습처럼 보인다. 평범한 일상을 생각의 전환을 통해 특별한 날로 만들어봤다. 상상의 또 다른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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