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안에 이렇게 큰 바위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장성 치유의 숲길을 걸으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이니?”라고 친구들에게 물었다. 한 친구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친구는 돈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세월이 가장 무섭게 느껴진다. 무섭다는 것은 위험이나 위협으로 느껴져 마음이 불안하다는 뜻이다. 내가 알지 못한 상황속에서 준비없이 맞닥뜨리게 되어 무척 당황스럽다는 뜻일 게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 천길 바다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 마음은 종잡을 수가 없다. 살다보면 찰떡같이 믿었던 사람한테 배신을 심하게 당할 때가 있다. 순진한 사람의 등을 처서 먹는 파렴치한 사람들, 양의 탈을 쓴 겉으로만 착한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 늑대로 변해서 인생 수업료를 톡톡히 냈던 일도 있다.
또한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했을지언정 시간이 지나 본색을 드러내는 잇속만 챙기는 인간들로 인해 치를 떨었던 적이 누구나 한두번은 있을 듯 싶다. 믿을 것이 못되는 인간에게 상처를 받았던 사람은 같은 상처를 받기 싫어서 아예 마음에 빗장을 걸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두 번 다시 바보처럼 사람을 믿지 않는다고 해놓고서는 인간의 나약함인지 또다시 누군가를 의지하고 믿으며 위로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 혼자라는 사실이 더 무서운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돈이다. 돈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보면 돈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사채를 갚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산을 더 물려받기 위해 형제들 간에 칼부림 나는 사건들도 있다. 자식을 낳아 키울 능력이 없다고 살해하거나 물건 버리듯이 버리는 짐승보다 못한 인간들을 뉴스에서 접하면 입 안이 쓰다.
돈 때문에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끔찍한 사건들을 접하게 되면 순자(荀子)의 성악설(性惡說)이 생각난다. 인간의 성품이 본래부터 악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인간 위에 군림하는 재물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어떤 이들은 돈을 의롭게 좋은 곳에 잘 사용하기도 하는데 욕망은 끝이 없어서 자기 뱃속만 채우려는 지극히 개인주의자들 때문에 세상은 혼탁하고 혼란스럽다. 돈이 무엇이기에 돈을 얻기 위해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인격도 버리는 세상이 나도 무섭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세월이다. 그러나 흘러가는 시간처럼 무서운 것이 또 있을까. 제 아무리 한때 젊었더라도 명예와 권력, 재물이 많았다 할지라도 세월 앞에 장사 없다. 20대의 풋풋한 여배우가 70대가 되어서 온갖 시술로 젊음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역겹고 슬프다.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엄마를 보면서, 인생 별것 없다는 생각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왜그렇게 젊었을 때 아옹다옹 힘들게 살았을까, 세월이 흘러서 기력이 떨어지면 하찮은 밥숟가락도 잡지 못하고 모든 것 내려 놓아야 하는 시기가 찾아 온다. 뜬구름 잡고 인생을 허비하며 산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물어본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인간답게 잘 살았다고 말할수 있을지 요양병원 집중치료실의 환자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세월이 무서운 것은 어느 누구도 돈으로 젊음을 살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있는 자들이 돈으로 장기를 사서 천년만년 사는 세상이 올련지 모르겠지만 그런 세상은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기에 진정한 삶이 아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세상이 참 공평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사람과 돈과 세월이라고 우리 셋은 각자의 생각을 말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우리는 사람이고 얼마간의 돈을 지불해서 맛난 음식을 먹고 온천도 즐겼다. 흘러가는 시간속에 기억에 남을 만한 아름다운 추억도 만들었다.
답은 간단하다. 이왕이면 무서운 사람이 되지 말고 즐거운 사람이 되련다. 인생을 즐겁게 사는 사람이 되련다. 나를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통해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쓰는 돈이 역한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라 사과향기가 나서 세상 곳곳에 향기롭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쓸 수 있도록 지혜로운 자가 되고 싶다. 아무리 무서운 세월이라도 흘러가는 세월 속에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남길 것이다. 내 몸뚱아리 쓰지 않고 아껴놓아 녹슬어서 없어지는 삶이 아니라 좋은 곳에 잘 써서 닳아지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세파에 찌들려 바람 빠진 풍성처럼 살았던 우리들은 치유의 숲길을 걷고 나니 심신이 건강한 공기로 빵빵하게 채워졌다. 세끼 밥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때로 자연 속에서 욕망의 찌든 때를 벗어버릴 때 좀 더 깨끗하고 겸손한 사람이 된다. 이럴 때 우리가 무섭게 생각했던 것에 의연하게 대면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겸손해진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위대한 자연 앞에 서면 인간은 아주 작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배우게 된다. 인간이 살기 위해서 자연은 꼭 필요하다. 바람 빠진 풍선에 신선한 공기를 투입하듯 친구 둘과 함께 숲길을 걸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친구들은 대단하다. 이 두 친구들은 증권회사에 다니다가 1997년 IMF때 명예퇴직을 했다. 그러나 워낙 일을 잘했던 친구였기에 20 여년의 시간이 흘러서 그 회사에서 다시 친구를 기적적으로 찾아냈다. 현재 그 직장에서 역사를 다시 쓰며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똑소리나게 일을 잘하는 친구를 보고 옆 증권회사 상사가 “김과장 친구라면 믿을만하니 직원 채용하려고 하니 친구 좀 소개 시켜주소.”라고 해서 같은 빌딩에 각각의 증권회사에서 둘이 근무하고 있다. 이런 대단한 친구들이 나는 항상 자랑스럽다. 산책후 맛난 음식으로 회포를 풀고 휴스파에서 온천까지 즐겼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날을 만들었다.
[2016.06.11 담양 한재골 산책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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