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친구,삶의 윤활유

[광주호] 친구는 오래 묵을수록 좋다

순수산 2016. 3. 28. 10:28


[셀카봉으로 찰칵/ 그래야 활짝 많이 웃는다]




개나리꽃이 흐드러지게 핀 날, 개나리 모임을 했다. 개나리는 우리 모임의 이름이다. 우리집 주차장에서 오전 9시에 집합하여 광주호 생태공원에 갔다. 개나리 모임은 나를 포함하여 네명이 모인다. 계절마다 한번씩 만나기로 하여 1년에 네 번을 만나 산책을 한다.

 

원래 모임은 일곱명으로 시작했는데, 세명은 타지역에 살고 있기에 광주에 살고 있는 친구들만 만나고 있다. 개나리 꽃잎이 네장이던데 그러고보니 우리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개나리 친구들은 고등학교 동창들이다. 우리 학교 교화가 개나리라 다소 촌스러운 이름이지만 학교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모임이라 어쩔수 없이 사용하고 있다.

 

노란 개나리를 보면 가슴이 설렌다. 볼거리가 많은 봄이 왔다는 이야기다. 매서운 추위도 이겨내고 두꺼운 외투도 벗으니 한결 몸이 가벼워서 발걸음이 경쾌해진다. 우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30여 년이 되어 간다. 고 2때 조성된 모임이니 친구들과 함께 한 세월이 오래되긴 했다. 모임 멤버들은 학창시절 각반의 반장들이였기에 같은 반은 한번도 되지 못했다. 학교 다닐때에는 서로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졸업을 하고 모임을 자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친구들을 알아가게 되었다.

 

세월이 참 빠르다. 오십을 바라보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2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직장에서도 상사보다는 후배동료가 더 많은 위치에 있다. 대학을 다니는 자녀가 있고 연로하신 부모님을 봉양해야 하는 막중한 위치에 처한 딸이자 며느리가 되었다. 세상 살아가는 것이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버티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은 내 처지와 다를바 없는 친구가 곁에 서 든든하게 버티고 있고 친구들을 만나면 서로 위로하며 응원하고 격려해 줘서 힘이 난다.

 

우리는 생태공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놓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자연의 공기를 흠뻑 들여 마셨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어서 좋았다. 남은 것은 오직 사진뿐이라며 친구들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어줬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많은 역할과 막중한 일에 부딪치는데 이 모임에만 오면 학창시절의 고등학생이 되어 유치찬란하게 잘 논다. 우리는 타임머신을 타고 1분도 되지않아 과거로 돌아간다.

 

친구는 퍽퍽한 삶의 윤활유같은 존재이다. 산책을 하다가 경치 좋은 곳이 나오면 누구랄 것도 없이 각자 주인공을 만들어 준 다음에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진을 찍어준다. 어디 가서 이런 대접을 받겠는가. 일상이 이것저것 챙겨야 하는 처지인만큼 최대한 기분 좋게 친구를 대접해준다. 학창시절 친구니까 가능하다. 친구가 슬프면 나도 슬프고 친구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셀카봉은 웃음 제조기이다. 험난한 산행을 하든 가벼운 산책을 하든 나는 먹거리보다 더 챙겨가는 것이 셀카봉이다. 5초에 찍히게끔 타이머를 맞춘후 셀카봉을 들이밀면 제아무리 과묵한 사람일지라도 웃지 않을 수없다. 우리는 셀카봉을 쳐다보며 내 사진이 잘리지 않도록 얼굴을 다닥다닥 붙인다. 셀카봉으로 찍은 사진은 다 웃고 있다. 무표정한 사람도 셀카봉으로 찍으면 예쁘게 나온다. 우리 개나리 친구들은 30년 후에 만나도 여전히 유치찬란하게 이러게 놀 것 같다.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 오랫동안 만나 오면서 친구의 성향을 잘 알기에 서로에게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적응하는 단계가 필요하는데, 오래된 친구는 굳이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친구들은 매사에 적극적이라 무엇이든지 열정을 갖고 산다. 오랫동안 모임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이런 닮은점이 작용했으리라.

 

개나리 모임을 간다고 친구가 남편한테 얘기하면, “무슨 한겨울에 개나리 모임이냐.”라고 봄에 피는 개나리인데 겨울에도 모임을 하냐고 투덜댔다고 한다. 각자 여러 모임이 있겠지만 나에게 개나리 모임은 회복하고 치유하는 힐링의 모임이다.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나를 뒤돌아보는 깊이와 울림이 있는 시간을 갖게 한다. 나와 같은 또다른 나를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서로를 토닥토닥 위로하는 시간이 되기에 그 어떤 모임보다도 우선이 된다.

 

개나리 꽃말은 희망과 깊은 정이라고 한다. 우리 멤버들이 깊은 정을 나누며 앞날을 기대하며 희망을 품고 살았으면 좋겠다. 산책길에서 공중부양 했듯이 우리 개나리들은 무거운 짐 훌훌 던져버리고 깃털처럼 가볍게 살았으면 좋겠다. 봄에 활짝 핀 개나리꽃처럼 우리 개나리 친구들도 꽃처럼 아름답고 기쁜 삶으로 채워지길 간절히 바란다.





[개나리/ 우리 모임 이름]








[한사람이 망가지면(?) 이렇게 눈물나게 웃을수 있다]




[멋진 사진 한장씩 찍고~]







[무거운 몸이지만 공중부양도 시도해보고~]




[사이좋게 사진도 찍고~]







[멋진 포즈도 잡아보고~]






["저 청둥오리 대그빡 좀 봐봐."      "아가씨 입에서 대그빡이 뭐냐!",라며 친구 대그빡 한번 만져주고~]







[귀여운 우리친구, 아주 길게 홀쭉하게 사진도 찍어 주고~]



[한사람을 위해 두사진사가 작품사진을 찍기 위해 이렇게 민망한 포즈도 취했는데 뒤의 녀석한테 딱 걸렸다.]






[몸에 좋은 효소로 만든 음식도 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