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17개, 국립공원등산

[17-11] 문장대의 경관에 푹 빠진 속리산(俗離山)

순수산 2017. 5. 19. 11:57

 

 

 

충북 보은 속리산(1,054m)에 다녀왔다. 5월 5일 어린이날 새벽, 집에서 출발해서 속리산 등산을 한 후에 그날 저녁 북한산 근처에 가서 1박을 한다. 다음날 새벽에 북한산에 갔다가 오후 2시에 강남에 있는 결혼식에 참석하자고 빠듯하게 계획을 잡았다.

 

1박2일의 일정 속에 차에 실은 물건들은 만물상을 방불케할만큼 심란했다. 산행할 두벌의 옷과 등산화와 배낭과 간식, 그리고 결혼식에 참석할 정장과 구두까지 짐만해도 가득찼다. 남편은 이틀동안 1,000km가 넘는 거리를 운전했다. 속리산으로 출발할때는 비가 조금 흩날렸는데 막상 속리산에 도착하니 쾌청한 날씨라서 좋았다.

 

속리산은 충북 보은과 경북 상주시의 경계에 걸쳐 있는 산이다. 문장대 표지석에 씌여진 문장대 예찬의 글을 읽어보면 “도는 사람을 떠나지 않았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하였고, 산은 세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사람이 산을 떠났네.”라는 말속에 속리산의 유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문장대는 속리산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속리산의 경치를 한눈에 볼수 있는 곳이다. 산에 오른 자는 이런 멋진 광경을 보며 감격하기에 또다시 힘든 산행을 나서게 된다.

 

우리는 산행을 하더라도 절은 들어가지 않는데 매번 사찰 입장료를 내야 산에 들어갈수 있다는 것이 늘 불만이다. 법주사에는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개인별 4천원씩 내야 하는 불합리를 어쩔수 없이 껴안게 된다. 이른 아침의 산행이라 짙은 녹색의 세계에 우리 부부 둘만 있는 것처럼 조용하고 좋았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저수지가 나왔다.

 

일광욕을 하고 있는지 다섯 마리가 물위의 나뭇가지에 일렬로 앉아 있다. 나도 모르게 순간 “거북이다!”라고 외쳤는데 남편은 거북이가 아니라 자라라고 했다. 거북이와 생김새가 닮아서 자라를 거북이라고 불렀는데, 자라를 보는 등산객들 십중팔구 거북이라고 외쳤다. 본인의 이름이 분명이 있는데도 거북이로 불려지는 자라는 얼마나 속상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새벽에 서두르면 하루동안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집에서 6시 30분에 출발했기에 오전 10시에 법주사탐방지원센터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등산코스는 법주사에서 세심정 문장대까지 10km 넘는 산행을 왕복 6시간 동안 걸었다.

 

세조길은 법주사에서 세심정까지 개통되어 있다. 세조길은 법주사 수원지를 감싸고 흐른다.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측은 "길이 평탄하면서도 경치가 좋아 누구나 숲의 매력에 취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물소리를 들으며 평탄한 길을 걷는데 이런 길은 어린아이나 노약자들이 걷기에 편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대를 코앞에 두고 쉼터에 앉아 쉬고 있는데 시원한 바람이 그동안 힘든 산행을 위로해 준다. 철계단을 올라서 문장대에 오르고 나서야 속리산의 진면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360도로 탁 틔인 아름다운 경관에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심장이 터질 듯이 힘들게 올랐던 산인데 이런 순간을 접하면 개운하게 치유가 된다.

 

다음 일정이 빠듯하기에 여유있는 산행이 되지 못했다. 산에 다닐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오르는 것보다 하산이 훨씬 힘들다. 내려갈때는 더욱 더 조심해야한다. 순간 발이라도 헛 디뎠을때는 위험한 상황이 된다. 갈수록 다리가 후들거리고 무릎이 시큰거린다. 스틱의 도움을 받아 네 발로 내려가니 조금 낫다. 몸관리를 잘해서 늦은 나이까지 산행을 즐기고 싶은데 몸은 예전같지 않게 여기저기서 말을 걸어온다. 문장대에 오를때는 세조길로 갔는데 하산할때는 갈 길이 멀어서 평탄한 아스팔트 길로 내려왔다. 그랬더니 그 길에 우리부부만 오붓하게 걷는다.

 

하산후 북한산으로 향한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렸다. 휴게소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더라도 맛이 있다. 대체로 일상으로부터 떠남이 포함된 식사이기 때문이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남편은 음식 쟁반을 들고 오고, 물도 챙기고 냅킨도 챙겨서 준다. 이런 곳에서 끈끈한 부부의 정을 새삼 느낀다.

 

어두워지기 전에 우리는 북한산 백운대탐방지원센터 근처까지 갈수 있었다. 북한산 근처에서 하룻밤을 쉴수 있게 24시간 찜질방을 찾아가야 하는데, 초행길이니 일단 근처까지 가보자는 남편과 초행길이니만큼 정확한 검색을 해서 가야 한다는 내 의견과 또 충돌을 했다. 물어보지 않고 막 달려가는 남자의 심리가 궁금하다. 결국 우리는 찜질방을 찾다가 못찾고 검색을 한후 갔던 길을 3번이나 돌아서 어렵게 찜질방을 찾아갈 수 있었다.

 

새벽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길고 긴 하루였다. 하루동안 찍은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니 참 많은 일들을 해냈다. 지나고 나니 멋진 하루이고 맛있는 하루이다. 무엇을 하든 생각에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더니 내 것으로 남는다는 진리를 또 깨닫는다. 속리산 문장대의 자연속에 있으니 번잡한 속세를 떠난 듯 아늑하고 좋았다. 17개의 국립공원 산 중에서 속리산을 11번째로 다녀오게 되었다.

 

 

 

 

 

 

 

 

 

 

 

 

 

 

 

 

 

 

 

 

 

 

 

 

 

 

 

 

 

 

 

 

 

 

 

 

 

 

 

 

 

 

 

 

 

 

 

 

[휴게소에서 먹었던 제일 맛있는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