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전망대에서 / 시야가 탁 트인 멋진 전경/ 호주의 세자매봉이 생각났다.]
주왕산국립공원에 다녀왔다. 경북 청송에 위치한 주왕산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100곳 중 다섯 번째로 선정된 곳이다. 주왕산의 경치도 아름답지만 용연, 절구, 용추폭포가 볼만하다. 그리고 주왕산하면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를 촬영한 주산지를 알아준다.
광주에서 청송까지는 왕복 8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거리다. 당일 산행은 무리가 있을듯 하여 청송 읍에서 하룻밤 자기로 했다. 청송은 사과로 유명하다. 시골길을 달리는데 양쪽 밭에 모두 사과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매일 사과를 먹는 우리는 사과나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좋았다. 나중에 전원주택에 살면 꼭 사과나무를 심으리라.
주왕산(720.6m)은 한반도 산맥의 중심 뼈대를 이루는 백두대간의 등줄기이다. 수많은 암봉과 깊고 수려한 계곡이 빚어내는 절경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3대 암산의 하나이다. 1976년 3월에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주왕산은 4군데의 폭포 외에 동굴, 대전사 및 부속 암자들이 있어 천혜의 관광자원이 많은 곳이다.
생각보다 깔끔하지 않는 숙소에서 1박을 하고 아침 7시가 되기 전에 짐을 싸서 나왔다. 그래도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낯선 시골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상큼하게 느껴졌다. 구름이 많이 낀 날씨는 덥지 않아 산행하기에 딱 좋았다. 주산지로 향해 달려가는데 도로 한편에 사과 가게를 열고 손님을 기다리는 부지런한 주인을 봤다. 사과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기에 정차한 후 착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사서 차 트렁크에 넣으니 아침밥을 걸러도 배가 불렀다.
주산지는 주왕산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저수지로 조선 경종이 1721년에 농업용으로 만든 저수지다. 주산지의 큰 자랑은 저수지 안에서 자라고 있는 왕버들나무다. 물에 잠겨 반영을 이루고 있을 영화의 멋진 장면을 기대하며 갔는데 막상 가보니 가뭄으로 물이 부족하여 몸체를 드러낸 왕버들나무 때문에 운치는 실망스러웠다.
아침 8시, 주왕산 상의주차장에 도착했다. 주봉코스를 선택하고 산행하기로 했다. 상의주차장-주왕산(주봉)-후리메기-칼등고개 갈림길-절구폭포-용연폭포-용추폭포-상의주차장까지 8.9km의 거리다. 4시간 20분정도 산행 시간이 걸리니 집으로 갈 시간까지 감안하면 괜찮은 코스이다. 우리는 폭포보다는 산행이 목표이었기에 주봉과 용추폭포의 갈림길에서 주봉쪽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열의 아홉은 용추폭포길로 걸어갔다. 폭포로 가는 길은 무장애 탐방로이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갈 수 있도록 평탄한 길로 잘 조성되어 있었다.
주왕산은 초행길이지만 국립공원이라 안심하며 걸었다. 애매한 갈림길에서는 <탐방로가 아님>이라는 안내표를 곳곳에 걸어놓아 샛길로 빠지지 않고 주봉까지 곧장 갈수 있었다. 주봉으로 걸어가는 등산객들은 많지 않았지만 우리처럼 부부 등산객이 몇 미터의 거리를 두며 걸어가고 있었다. 앞서 가는 부부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걸었다.
오르막 길을 숨가프게 올라간 후 주왕산 전망대에서 잠시 쉬었다. 전망대에서 주왕산 전경을 바라보니 기암절경이 멋지다. 호주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에서 본 세자매봉을 떠올리게 했다. 탁 틔인 조망이 아름다웠다. 우리나라 산에 오르면 그 아름다움에 항상 감탄하게 된다. 전망대에서 쉬고 있는데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광주시민을 만나게 되었다. 경상도 끝자락에서 서로 만났으니 처음 본 사람이지만 가까운 이웃처럼 반가왔다. 사진 동아리에서 왔다는 이웃은 우리부부에게 멋진 포즈까지 알려주며 사진을 찍어줬다.
정상인 주봉을 향해 걸어가는데 소나무에 송진 채취 흔적이 보였다. 소나무의 생살을 떼어냈으니 얼마나 아팠을까, 보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잔인함을 목격하게 되었다. 말 못하는 나무라고 함부로 훼손시킨 그들에게 자연이 고스란히 벌을 줄 듯 싶다.
주봉에 도착하니 비가 한두방울씩 떨어졌다. 비가 거세게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땀을 식혀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주봉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전망대에서 본 광주 이웃이 뒤늦게 올라왔다. 오래된 지인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기에 간식으로 싸들고 간 맛난 청송사과 두 개를 맛보라며 건네줬다.
폭포로 향하는 숲길은 연녹색으로 우거져 참으로 예뻤다. 눈이 호강하는 날이다. 산속에 오면 도시에서는 느낄수 없는 여유를 갖게 된다. 새소리, 바람소리를 듣노라면 찌든 묵은때가 깨끗하게 씻겨진다. 깊은 산속에서 남편과 둘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걸어가는데 소소한 행복이 가슴을 뻐근하게 한다. 자연은 아무 댓가도 바라지 않고 우리에게 많은 것을 넉넉하게 안겨준다. 자연이 주는 깊은 맛이 좋아서 우리부부는 산행을 자주 다닌다.
“글을 쓰게 하기 위해서 산행을 가는 거야.” 글감이 없다고 투덜대는 내 모습을 언제 봤는지 남편이 적극적으로 산행을 추진하는 것은 순전히 나에 대한 배려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인 전국 16개의 국립공원 산에 오르기,는 현재 주왕산까지 9개의 산을 다녀왔다. 앞으로 설악산, 북한산, 치악산, 오대산, 월악산, 속리산, 가야산 7개의 산이 남아 있는데 그동안 몸관리를 잘하고 시간을 잘 안배해서 못가본 산에 꼭 가보리라.
주왕산의 백미라 말할 수 있는 용연폭포, 절구폭포, 용추폭포를 구경했다. 가뭄으로 물이 말라 예전과는 다르게 물줄기가 약해서 웅장미는 볼 수 없었지만 폭포만 봐도 더위는 물러갔다. 오히려 폭포보다는 용추폭포 주변에 있는 거대한 기암들이 볼만했다. 카메라에 다 잡히지 않을 정도로 하늘 높이 뻗은 암벽들이 대단했다. 학수대, 시루봉, 급수대를 보면 주왕산에 엄지척을 올리게 한다. 산행을 마치고 주차장에 도착하니 점심때가 되었다. 그렇게 힘든 산행은 아니였기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사과를 띄운 막걸리에 더덕구이를 안주삼아 점심을 푸짐하게 잘 먹었다. 벌써 다음 산행이 기다려진다. 다음은 가야산국립공원으로 가야겠다.
[2014년도 호주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뒤에 보이는 세자매봉]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영화를 촬영한 그 유명한 주산지인데...]
[가뭄으로 물이 많이 없다]
[왕버들나무가 물에 잠긴 반영을 보기 원했는데...]
[오늘 산행 코스]
[청송의 유명한 사과를 띄운 막걸리]
[대전사 앞에서]
[남들이 많이 가지 않는 길... 폭포쪽이 아니라 주왕산쪽으로 우리는 걸어갔다.]
[경상도 골짜기에서 광주 분을 만나 반가왔다. 서로 사진 찍어주기]
[같은 장소, 다른 느낌/ 우리는 이 코스가 너무 좋아서 갔다가 다시 돌아와 또 구경했다.]
[아름다운 산]
[주왕산 정상 주봉에서]
[파노라마 찍어보자/ 어라, 나도 찍혔다.]
[용연폭포, 물줄기가 약하다. 가뭄이 문제다]
[용추 폭포]
[기암을 배경으로]
[다시 구경하고자 되돌아온 다음에 찰칵놀이]
[시루봉 앞에서]
[급수대 / 날씬하게 나왔네 ㅎㅎ]
[워낙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여 이렇게 혼자 사진찍기 힘든데, 찍었다]
[즐겁게 사진 찍으며 놀기]
[셀카놀이 중]
[또 가보고 싶은 주왕산]
[포즈도 잡고]
[절구폭포]
[주왕산 등산의 행복이 이 미소 안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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