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순수산, 해외여행

[베트남 다낭 여행 1] 오토바이 천국

순수산 2017. 8. 8. 09:32

 

[베트남 모자, 농를 쓰고/ 다낭의 대리석산 마블 마운틴 동굴 가는 길에]

 

 

 

 

여름 휴가때 3박 5일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다. 사는 곳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무안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다낭이 목적지이다. 한여름 더위를 피하라고 준 피서가 더위와 맞짱 뜨러가는 여행이 되어버렸다. 여행을 다녀온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눈을 감으면 쉴새없이 빵빵거리는 자동차 경적소리와 무법천지 오토바이, 가장 힘들게 했던 쨍쨍한 무더위가 떠오른다. 지금껏 살면서 숨쉬기 힘든 더위는 처음 만났다.

 

여행은 떠나기 전에 가방을 싸면서 절반의 기쁨은 맛보는 것 같다. 베트남에 대해서 이것저것 공부를 했다. 공산국인 베트남은 종교의 자유는 있지만 선교의 자유는 없다고 한다. 베트남은 한국과 2시간 시차가 나는데, 한국시간이 9시이면 베트남은 7시이다. 스마트폰에 두나라의 시간이 그대로 나와서 참 편리했다. 베트남 돈은 동(DONG)이며 5,000동은 우리나라 돈으로 250원이 된다. 똑똑한 사람은 베트남 돈을 20으로 나누면 우리나라 원화가 나오고 덜 똑똑한 사람은 베트남 돈 끝자리의 “0”를 떼고 2로 나눈다고 한다. 그나마 좋은 점은 어딜가든 인터넷 와이파이가 팡팡 터지고 호텔내 전기제품 콘센트는 110V, 220V 아무거나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1월에 일본을 다녀왔으니 생각지도 못한 해외여행을 올해는 두 번씩이나 다녀오게 되었다. 내 인생에 이런 날도 있구나.

 

무안공항에서 4시간을 날아서 도착한 다낭은 덥고 습한 기운이 먼저 와닿았다. 매일 한국인을 포함한 관광객들이 3천명씩 들어온다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멋진 여행지인지 사뭇 기대가 되었다. 공항에서 우리를 인솔한 가이드는 베트남 현지 가이드(25세)였다. 베트남어와 영어와 한국어까지 3개국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대학을 졸업한 인텔리 가이드였다. 이 나라 법이 한국 가이드는 제한되는 부분이 많아서 꼭 베트남 현지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관광지를 투어할때도 현지 가이드가 우리를 인솔하며 영어로 설명을 해준다. 여행 내내 한국 가이드와 현지 가이드가 하는 일을 수입으로 분배한다면 현지인이 7 정도 되고 한국인이 3 정도 되어야 하는데 우리 생각과는 다른 분배를 하지 아닐까 싶다.

 

여행 첫날, 새벽 5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서 일어나라며 남편이 보챈다. 호텔 앞 해변산책을 하자는 것이다. 이 새벽에 뭔 산책이냐며, 잠 좀 더 자다가 나가자고 했으나 남편은 이미 산책하려고 옷을 갈아 입은 상태였다. 며느리 시집살이 시키는 시어머니처럼 얄밉다. 마지못해 따라 나선 해변은 이미 현지인들이 나와서 그 새벽에 수영을 하고 있다. 호텔에서 해변까지 걸어서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데, 아무곳에서나 피어대는 담배 냄새와 질주하는 오토바이와 자동차 경적소리에 정신을 쏙 빼버린다.

 

베트남은 해가 뜨면 새벽이여도 한여름의 날씨가 되어 덥다고 한다. 더위 때문에 산책은 잠깐 하고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호텔 레스토랑에 갔는데, 접시에 담을 음식이 별로 없다. 쌀국수에서는 특유의 향이 나고 과일도 별 맛이 없고 겨우 계란 후라이 2개 해주라고 해서 허기만 잠재웠다. 비위 약한 내가 문제리라. 남편도 식성이 맞지 않는지 대식가가 소식 중에 소식으로 식사를 마쳤다. 11시에 로비로 집합하라고 했기에 널널한 아침시간이라 호텔 19층에 있는 수영장으로 올라갔다. 수영장에는 우리 둘뿐. 생존하기 위해 수영을 배웠다는 바다 수영의 최강자 남편과 수강료 내며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운 내가 수영 대결을 펼쳤다. 단연 남편이 우승. 점프 입수도 하고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그나마 물에서 놀다보니 위안이 좀 되었다.

 

패키지 여행의 멤버들은 우리까지 8명이다. 한팀은 60대와 70대 안사돈끼리 왔고, 한팀은 고등학교 친구인 여자 둘, 부부인줄 알았는데 20년지기 친구라는 남녀팀이다. 빵빵하게 에어컨이 풀가동되고 좌석이 널널한 최신 버스를 타고 투어를 시작했다. 처음 관광지는 산 전체가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다낭의 대리석산, 마블 마운틴. 한국 가이드가 베트남 모자 ‘농’을 사줘서 쓰고 다녔다. 동굴에 들어가니 향이 피워져 있고 불상이 있고 천장에는 구멍이 뚫어져 있었다. 불교나라 베트남은 식당이든 호텔이든 어딜가든 향을 피운다. 냄새에 민감한 나는 손수건으로 계속 코를 막고 다녀야 했다.

 

17세기의 옛모습을 간직한 유서 깊은 도시 호이안으로 이동했다. 호이안은 깨끗하게 잘 정돈된 시가지에 옛 모습을 잘 보전한 매력적이 도시이다. 호이안에서 가장 오래된 집인 풍흥의 집을 관광하고 호이안의 역사가 배어 있는 쩐가사당과 호이안의 상징 내원교를 걸었다. 그리고 베트남의 작은 중국인 광조 회관을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아기자기한 관광지였다. 목공예마을과 도자기마을이 있는 호이안의 명물 투본강 투어를 했다. 흙토를 이용해 도자기 제품을 만들어 전 지역으로 판매한다고 했다. 돈을 불러온다는 부엉이가 수놓아져 있는 가방을 $5 주고 두 개를 싸게 샀다.

 

추천 선택 관광인 호이안 야간씨티 투어를 인당 $30를 주고 일행과 함께 했다. 인간시장이라 해도 될만큼 어찌나 많은 관광객들로 밀집해 있던지 사람 많은 곳은 딱 질색인데 그래도 여행이라 어쩔수 없이 따라 나섰다. 노 젓는 작은 배를 타고 가면서 촛불이 켜져 있는 종이배를 띄우면서 소원을 비는 것도 했다. 우리를 제외한 일행들은 광주리 배를 타고 오후에 투어도 했다.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베트남 전통차를 마시며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유행곡을 쩌렁쩌렁하게 들어야만 했다. 그만큼 한국 관광객이 많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해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은 인당 $60하는 바니산 테마파크인데 다른 사람들이 선택을 하지 않아서 우리가 양보를 했다.

 

베트남은 건설의 붐이 일어나고 있는데 관광지라 주로 호텔이 지어지고 있다. 우리가 묵은 호텔 바로 옆 건물도 호텔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데 세상에 근로자들이 헬멧은 썼는데 안전화가 아닌 쪼리 슬리퍼를 신고 아슬아슬한 아시바를 타고 있다. 보는내내 아찔하고 위험천만했다. 한사람이 아니라 근로자 모두 쪼리를 신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제일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더운 나라인데 두꺼운 츄리닝 상의에 눈만 겨우 내놓는 머리와 얼굴을 덮는 특유의 마스크를 쓰고 청바지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 두꺼운 옷은 태양이 뜨거워 입었겠지만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오토바이가 그들의 자가용이나 다름없으니 그나마 라이더들의 안전복이 청바지와 츄리닝 차림이라는 생각에 짠한 마음이 들었다.

 

휴가가 긴 서양인들은 우리처럼 패키지가 아닌 직접 현지인들처럼 오토바이를 타거나 자전거 투어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뜨거운 햇살 때문에 길바닥에 계란을 떨어뜨리면 바로 후라이가 될 판인데 그들은 상의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다닌다. 보는 내내 피부가 벌겋게 익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긴옷을 입은 사람들은 주로 나이를 먹은 우리와 같은 사람들, 젊은이 들은 끈만 겨우 걸친 그런 핫한 옷차림이었다.

 

여행 둘째날은 베트남 가운데에 위치한 후에를 갔다. 문화의 중심지라는 티엔무 파고다와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의 황궁과 고딕양식과 인도양식의 조화를 보여준 카이 딘 왕릉이다. 왕릉 중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는 뜨둑황제 왕릉도 갔다. 무더위에 지쳐서인지 관광이고 뭐고 그냥 그늘진 곳에서 쉬고 싶었다. 그들이 말하는 관광이 내게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왕릉들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괜한 심술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나라 역사이니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따라 나서긴 했다.

 

긴 관광의 하루가 지나고 우리 부부는 추천관광 선택을 하지 않아서 버스를 타고 편하게 호텔로 돌아왔는데, 나머지 일행들은 호이안 씨클로를 타고 위험 천만한 도로를 달려서 호텔로 오는 관광을 했다. 샤워를 하고 저녁 하이라이트인 극장식 아오자이쇼를 보러 갔다. 이 나라 연예인이라 할만큼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긴 선남선녀들이 베트남 전통 민속 공연을 펼쳤다. 술과 차, 그리고 간단한 간식을 먹으면서 1시간 이상 즐기는 쇼이다. 아오자이는 키 크고 늘씬한 아가씨들이 입어야 예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이 아오자이 옷을 하나 사준다고 하길래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여행 셋째 날, 아침 산책을 하고자 호텔에서 막 벗어나 골목길에 들어섰다. 호텔만 잠깐 벗어났을 뿐인데 골목길은 정비가 되지 않았고 뭔가 혼란스러운 시장 분위기가 났다. 위생적이지 않는 지저분한 느낌 그대로였다. 이른 시간에 좌판에 앉아 아침식사를 하는 현지인들을 볼 수 있었다. 먼지가 날리고 무척 더운데 작은 탁자 위에 놓인 쌀국수를 먹는 모습이 웬지 짠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더위에 많이 걷지 못하고 바로 호텔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하고 레스토랑 바로 옆에 있는 수영장에 갔다. 수영장에 물이 가득 차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중간쯤 찬 수영장에서 짧은 수영을 하며 더위를 그나마 식혔다.

 

여행의 마지막 날, 일행들과 65M 베트남 최대 불상이 있는 손짜 사원에 갔으며 시내 중심에 위치한 연분홍빛 외관과 70m 높이의 첨탑으로 탑 꼭대기에 수탉 모양의 풍향계가 있는 다낭 대성당도 갔다. 마지막 저녁식사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삼겹살 구이집에서 땀범벅의 삼겹살을 먹었다. 식사후 일행 중 5명이 베트남 전통 마사지를 받는다기에 우리부부와 일행 한명이 스파 샵 근처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카페에서 서빙하는 직원들이 영어가 되지 않아 주문부터 쉽지 않았는데 라떼 2개와 아이스커피를 시켰더니, 아이스 따로, 뜨거운 커피 따로 나와서 우리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한국의 아이스 커피의 고정관념을 깬 사건이라 셋이 커피를 보면서 한참 웃었다.

 

멀미왕인 내가 이번 베트남 여행에서 한번도 멀미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참 신기했다. 베트남 모기 뎅기열에 걸릴까봐 떠나기 전에 심히 걱정을 했는데, 막상 여행지에서는 모기보다는 더위가 우리를 가장 힘들게 했다. 한국에 태어난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을 절로 만들게 한 여행이었다.

 

 

 

 

 

[여행가방을 쌀 때가 가장 기쁘다]

 

 

[기내에서 사먹은 손바닥만한 꿀땅콩이 2천원]

 

 

[목베개 하고 이륙하기 전에 인증샷]

 

[왼쪽이 우리가 묵은 000호텔]

 

 

[새벽 5시 20분 호텔 앞 해변의 모습]

 

 

 

[광주리 배 뒤쪽에 그림을 그려놓았다]

 

 

 

 

 

[호텔 조식/ 쌀국수에서도 향이 나는 느글느글한 맛, 별로 먹을 것이 없는 식사]

 

 

[여행 내내 우리의 속을 진정시켜 준 고추장!]

 

 

[내원교]

 

[마블 마운틴 뻥뚫린 동굴]

 

[신기한 꽃과 열매]

 

 

[어찌나 더운지, 사돈지간 여행온 어머니가 사준 하드 들고 행복해 한다]

 

 

[베트남 하늘에서 본 특이하게 생긴 구름]

 

[광주리 배]

 

[호이안 올드타운 야간투어 중]

 

 

[베트남 돈/ 5,000동은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250원 정도]

 

 

 

 

 

[베트남 모자, 농를 쓰고/ 마블 마운틴 동굴]

 

 

 

 

 

 

 

 

 

[점심을 먹고 해변가 카페에서 즐기고 있음/ tvn 윤식당 해변의 느낌이 풍겼다.]

 

 

 

 

[농를 쓰고 아오자이를 입은 모습]

 

 


2017. 07. 30~2017. 08. 03 (3박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