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순수산, 해외여행

[호주 시드니 4] 이른 아침, 사랑하는 사람과 호텔 앞 해변가를 거닐다

순수산 2014. 10. 29. 13:10

 

[오페라하우스에서 바라본 하버 브릿지]

 

 

14(화) 이른 아침, 사랑하는 사람과 호텔 앞 해변가를 거닐다

 

시드니 하버 브릿지(Sydney Habour Bridge)

싱글아치(single arch) 다리 중에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다리로 시드니항의 상징이다. 해면에서 도로까지의 높이가 약 59m인 이 대형 다리는 마치 옷걸이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서 ‘낡은 옷걸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다리의 전체 길이는 1,149m로 뉴욕의 베이욘 다리 보다 약 60cm 짧다. 다리를 지탱하고 있는 파이론 내부를 통해 다리 위로 올라 갈 수 있으며 인도도 있어 북쪽으로 걸어갈 수 있다.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하루 일정만 남겨놓은 아침이다. 우리는 세수만 한후 셀카봉을 들고 호텔에서 나와 바로 앞 해변가를 거닐었다. 드넓은 해변가에 저 멀리 두사람이 걸어가고 있을뿐 우리가 전부다. 잔디쪽에서는 엉덩이 큰 여인들이 요가를 하고 있었다.

 

끼룩끼룩 갈매기가 날아 들고, 민낯 그대로의 시커먼 모습을 찍으며 둘이 서로 걸었다. 많은 말은 없었지만 그 분위기가 무언의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이번 여행이 주는 의미를 곱씹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1년 6개월 동안 연애를 했고, 만나서 헤어지기 싫어서 결혼을 했고, 사랑의 결실이며 하나님의 선물인 아들을 낳아서 지금은 군복무 중이고, 서로 직장인으로서 바삐 살다보니 결혼 21주년이 되어 있었다. 그냥 이렇게 먼곳까지 여행올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어디로 여행을 가면 남편은 이렇게 새벽에 일어나 그 낯선 여행지를 거닐자고 한다. 다행이 걷는 것은 자신 있기에 남편과 항상 동행을 했다. 그만큼 그 새벽이 주는 청아한 공기와 그 새벽이 주는 정갈한 마음가짐과 그 새벽이 주는 둘만의 공간이 좋았다. 우리만 있는 이 공간이 연극무대의 주인공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거룩한 새벽이 좋다. 우리는 이런 날들을 함께 보냈기에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이야기 거리가 풍부하기에 나이가 들어도 매일 더 새롭고 매일 더 재미있다.

 

“자기야, 여기 봐봐. 자기 그림자가 길게 나온다.”

사진을 찍어주던 남편이 키 작은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듯 한마디 했다.

떠오르는 태양에 비친 내 그림자가 아주 길게 모래 사장에 그려졌다.

 

남편의 진취적인 성향이 나는 좋다.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하고 성실해서 좋다. 계획한 것은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좋다. 늘 청년처럼 씩씩해서 좋다. 어떤 자리에서도 아내를 존중해주고 배려하고 살갑게 챙겨줘서 나는 좋다.

 

 

 

 

 

 

 

 

 

 

 

 

 

 

[자기야~ 내 그림자 봐봐. 엄청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