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내 인생의 서평집

[강원국의 글쓰기] 글을 잘 쓰려면 일단 쓰고 보자

순수산 2019. 6. 13. 12:01

 

 

 

 

해마다 글쓰기 관련 책을 읽는다. 글을 잘 써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 때문이다. 올해는 강원국 님의 『강원국의 글쓰기』을 읽었다. 『대통령의 글쓰기』로 유명한 저자의 책을 읽고 팬이 되었다. 그는 책 서명을 할 때 ‘김대중처럼 노무현같이’를 즐겨 쓴다고 한다. 김대중 정부 때 연설비서관을 맡았고, 노무현 대통령 연설비서관까지 8년 동안 대통령 곁에 머물렀던 작가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책 제목에 저자의 이름을 내 걸었다는 것은 그만큼 저자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는 남과 다르게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나다운 글을 써야 한다고 했다. 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은 세상에 단 한 사람만 가능한 글쓰기라고 했다. 삶이 곧 글이 되기에 “글은 기교보다는 그 사람 자체가 얼마나 솔직하고 진실하며 진정성이 있는가에 달렸다. 글을 잘 쓰려면 잘 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저자에게 글쓰기를 위한 자세를 배우고, 삶을 대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처럼 “글은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가슴보다는 손발로 쓴다.”라고 했다. 또한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유홍준 저자의 말을 새겨 듣게 되었다.

 

칭찬이 고래만 춤을 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게 만드는 것도 칭찬이 크게 좌우한다. 나의 가장 큰 스승은 나보다 글을 못 쓰는 자라고 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 눈으로 보면 내 글은 형편이 없기에 지적만 받을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나는 주눅이 들어 글쓰기를 주저한다. 그러나 내 글을 호의적으로 칭찬해 주는 내 편이 있다면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에 펜을 들 것이다. 일리있는 말이다. 글쓰기의 성장을 위해서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의 조언이 꼭 필요하다. 저자는 “잘 쓰는 사람은 잠깐 쓰고 오랜 고친다”라고 말한다. 못 쓰는 사람은 반대로 오래 쓰고 잠깐 고친다고 하니 글을 쓸때마다 명심해야겠다.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 자기 생각을 만들어 내는 도구가 필요한데, 저자는 네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는 독서를 말했다. 사람들은 독서를 하지 않고 글을 먼저 쓰려고 하니 글 쓰기가 막히고 힘들어진다. 독서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이 정도면 나도 쓸수 있겠다,라는 마음이 생긴다. 내 안에 축적된 것이 있어야 밖으로 나온다. 그때 글쓰기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둘째는 토론을 말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여러 사람들과 토론을 해보면 알수 있다. 토론을 통해 내가 알지 못한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어찌 보면 말하는 것은 내 물고기를 나눠주는 행위이고, 듣는 것은 남의 물고기를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셋째는 학습이란다. 글쓰기 관련 책도 읽고 강의도 수강하면서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할 것이다. 넷째는 메모라고 했다. 글쓰기의 씨앗이 되는 메모가 있어야 물을 주고 햇빛을 줘서 나중에 큰 나무로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글을 굳이 왜 쓰는가. 저자는 글을 쓰면 행복할 수 있는 열가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글을 쓰면, 자존감을 느껴서 행복하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없는 사람처럼, 투명인간으로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말과 글이 없던 때도 동굴에 벽화를 그려 자신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또한 인정받을 때 행복하다고 했다. 누구나 인정받기 위해 산다. 좋은 학교에 가려는 것도, 돈을 많이 벌려는 것도, 높은 지위를 탐하는 것도 실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인정받는 수단이다. 그리고 성취할 때와 탐닉할 때가 행복하다고 했다. 축적했을 때도 행복하고 호기심이 충만할 때도 행복하다. 알고 깨우쳤을 때, 성장할 때, 관계가 좋을 때, 꿈이 있을 때 행복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지인들은 어떻게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느냐고 내게 묻는다. 글을 쓰면 저자처럼 나도 자존감이 높아져서 행복했다. 글을 꾸준히 쓰다보니 책을 출간할만한 분량이 되었다. 그들에게 나는 처음부터 글을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일단 무엇이 되었든 써보라고 말한다. 쓴 결과물이 있어야 퇴고를 하면서 좀 더 나은 글이 되어간다. 아울러 전문가의 첨삭지도를 거친다면 괜찮은 글이 된다. 그런데 글 쓰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자를 보면 처음부터 잘 쓰려고 하니 아예 쓸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 글쓰기 이론을 많이 배울수록 그 틀에 맞춰서 써야 된다는 강박이 있기에 쉽게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칼럼을 읽든, 독서를 하든 여행을 하든 한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 여러날 관련된 글감을 모은다. 그 글감이 어느 정도 모아지면 편집을 통해 글을 쓴다. A4 용지 한 장 이상의 글을 쓰고 여러날 퇴고를 한다. 퇴고는 집에서도 하고, 회사에서도 한다. 장소에 따라 퇴고의 내용으로 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리를 내서 읽어보면 어색한 문장이 발견된다. 한 두 단어의 글감만 모아졌을 때 과연 글이 될까, 의심도 되고 궁금한데, 막상 쓰다보면 글이 나오게 된다.

 

내 안의 글쓰기 재료가 없어서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려는 시도를 하지 않아서 쓰지 못한다. 글쓰기도 처음은 미약하나 일단 쓰다보면 그 끝은 창대하게 되리라. 아무리 형편없는 글이라도 내가 먼저 내 글을 칭찬해주고 호의적으로 바라보자. “사랑의 결과로 책이라는 자식을 낳게 된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비록 자식이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효자효녀가 아니더라도 자식은 그 존재 자체로 기쁨이고 축복이 된다고 했다.

 

글을 쓰는 지인들에게 꾸준히 써서 자료가 모아지면 책을 만들어 보라고 꼭 말한다. 책이라는 자식이 주는 기쁨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강원국의 글쓰기 책을 읽으면서 먼 훗날 내 이름이 들어간 글쓰기 책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오늘도 글을 쓰게 하는 이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