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여행은 환전부터 시작된다. 주거래은행에서 엔화로 환전을 하는데, 급여통장이 있다면서 환율을 우대해준다. 10,000엔, 5,000엔, 1,000엔 엔화는 색상이 비슷해서 잘못 지불했다가는 낭패를 본다면서 지폐의 숫자를 보고 계산을 하라는 살가운 조언까지 보탠다. 은행원은 일본 어디로 여행하시냐며, 잘 다녀오시라고 말한다
엔화의 지폐는 눈에 띄지 않는 우중충한 색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지폐는 무척 칼라풀하고 디자인도 세련되어 있다. 금액이 커질수록 지폐의 길이도 길다. 아마도 구분을 짓기 위해서일 것 같다. 일본에 가서 물건을 사면 계산이 쉽게 된다. 엔화 가격에 대체적으로 “0”을 하나만 더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가격을 어림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출발 일주일을 남겨 놓고 규모 6.8의 혼슈 야마가타 서북 서쪽 83km 해역에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여행 하면 지진의 우려가 가장 큰데 다행히 우리가 여행할 곳은 아니었다. 워낙 지진 대비의 훈련이 잘 된 국민이라 조용히 발빠르게 복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일본 오사카 여행을 떠나기 전에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를 읽었다. 김영하의 팬으로서 작품이 나올 때마다 찾아서 읽은 편인데 여행을 앞두고 이 책을 읽게 되어서 다행이다. 소설가이자 여행자인 저자는 여행은 일상에서 결핍된 어떤 것을 찾으러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 경우 무엇을 거창하게 찾으려고 떠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일상에서 며칠이라도 벗어나 일행들과 여유를 즐기고 싶어서 떠난다.
오사카 여행이 과거에 다녀온 여행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여행의 기록을 펜으로 기록하기 위해 노트 한권을 챙겨가서 틈틈이 기록을 했다. 주로 사진을 찍어서 기록을 남기지만 이번에는 소리도 녹음해서 남겼다. 비록 패키지 여행이지만 나만의 특별한 여행을 만들고 싶었다.
매주 모임을 하고 있는 열천사 회원들과 떠난 여행이다. 이 회원들과 5년 전에 뉴질랜드 ․ 호주도 다녀왔다. 일행의 멤버들과는 가족과 같은 친분이 있기에 여행하는 매순간이 화기애애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일본은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갔다고 했는데 여행하는 동안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화창한 날씨라서 감사했다. 우리 열천사가 출동하면 날씨도 우리편이 되어준다.
무안공항에서 1시간 30분 비행하여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여행이라는 것이 여행지의 대단한 건축물을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닐 것이다. 동행들과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고, 낯선 곳에서 현지의 음식을 먹고 낯선 사람들을 보면서 나를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접하게 되어서 좋다.
첫째날은 오사카에서 나라로 이동해서 세계 최대 목조건물인 동대사를 구경하고 사슴 천여 마리가 뛰어노는 나라사슴공원을 구경했다. 사슴을 가까이에서 보는 재미는 있지만 사슴의 배설물 냄새 때문에 코를 잡게 만들었고 배설물을 피해서 걸어야 했다. 나라에서 다시 오사카로 이동해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한후 우리는 호텔 뒤쪽에 있는 우츠보 공원으로 갔다. 동네 마실 나온 기분으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모기에도 물리면서 여행 첫날의 기분을 마음껏 누렸다. 설레는 마음에 잠못 이루고 새벽 6시에 일어나 어제 밤에 갔던 우츠보 공원을 남편과 다시 걸었다. 그 새벽에 공원을 산책하는 할머니들부터 애견을 데리고 산책시키는 주인들,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들이 무척이나 평화롭게 보였다.
일본의 자동차는 우리나라와 반대로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다. 몸이 기억하고 있는 좌측 운전대에 때문에 버스를 탈 때마다 오른쪽에서 출입문을 찾게 된다. 그만큼 지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몸이 빨리 반응하게 된다. 일본 정통 음식을 먹을때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먹고 잘사는지 깨닫게 된다. 한국의 백반 식당에 가면 열가지가 넘는 반찬을 푸짐하게 주는데 일본식은 작고 적게 소식을 권한다.
50대 중반의 가이드는 일본에 대해서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버스만 타면 쉼없이 얘기를 해줬다. 일본인은 잘 사는 북한인들처럼 하나같이 개성이 없다고 말하는데, 거리의 사람만 보더라도 흰색 상의와 검정색 하의가 주로 눈에 띈다. 거리는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다. 그런데 그 쓰레기들이 집안에 쟁여있다는 것이다. 차는 작으나 단단해 보였고 불법주차를 했다가는 벌금이 엄청나고, 땅이 좁기에 내 집에 주차를 하더라도 주차비를 별도로 낸다고 했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여행버스도 여행지에 도착할때 미리 차량 예약을 해야 주차할 수 있다면서 여러모로 번거롭기에 일반인들은 주로 자전거를 이용한다고 했다.
둘째날은 아라시야마로 이동해서 도월교를 건너고, 대나무숲이 있는 노노미야 신사를 거쳐서 교토로 이동해서 보수중인 청수사를 보고 헤이안 신궁을 봤다. 저녁이 되자 우리는 또다시 전날에 갔던 우츠보 공원으로 밤 마실을 갔다. 열명이 우르르 몰려가서 동네 마트도 구경하고 그곳에서 샌드위치를 비롯해 과일과 안주를 사와서 공원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먹다보니 한국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셋째날에는 고베로 이동해서 이국의 문화가 어우러진 이진칸 거리를 걸었다. 지진 메모리얼 파크를 거쳐서 모자이크 관광지에서 메리켄 파크 오리엔탈 호텔을 구경했다. 마침 거대한 루미너스호 크루즈가 항구에 들어오고 있었다. 오사카성을 갔다가 쇼핑의 성지 신사이바시를 구경했다. 도톤보리에서 다코야끼 노래를 들으면서 다코야끼를 사먹었다. 패키지 여행에서 자유시간을 주면 갑자기 방황하게 된다. 가이드의 말만 따라서 움직였는데, 각자 알아서 여행을 하라고 하면 오히려 난감해진다. 특히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일본인들은 영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여행의 마지막 날은 면세점을 들려서 선물 몇가지를 사서 간사이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오사카를 떠나는 6월 27일은 2019년 오사카 G20 정상회의 준비로 오사카를 중심으로 대규모 교통 통제가 이루어졌다. G20의 14번째 정상회담이 2019년 6월 28일부터 29일까지 일본 오사카의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이륙하려는 비행기는 1시간 정도 지연이 되었다.
일본 오사카 여행의 기록은 준비해 간 한권의 노트에 다 기록했다. 블러그에 사진과 함께 글을 남기긴 했지만 언제라도 이 노트를 책꽂이에서 꺼내서 펼치면 여행지의 정보를 비롯하여 여행의 일정과 그날의 느낌과 숨결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그날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의 기록 때문이다. 앞으로 여러 나라의 여행을 많이 남기는 삶을 살고 싶다.
[엔화로 환전하면서 다시금 느꼈다. 우리나라 돈이 칼라풀하고 디자인도 훨씬 앞선다는 것을~]
[제주 항공으로 1시간 30분만에 일본 간사이 국제공항 도착]
[일본 정통 음식]
[이것은 어디에 쓰는 물건이고? / 답은 맨 마지막에]
[도다이지<세계 최대의 목조 건축물, 동대사>]
나라코엔<나라사슴공원>
[도톤보리/ 할렐루야 곡에 개사한 다코야끼 송이 계속 울린다]
[오사카의 랜드마크로 도톤보리에 있는 마라톤 아저씨 전광판] 따라하기
[아침 공원 산책길에~]
[공원 산책길에 우리의 그림자]
[헤이안 신궁]
[노노미야 신사 내]
[리모컨으로 조정하는 모형 배가 너무 신기해서~]
[오사카성]
[오사카성 큰 바위 앞에서]
[신사이바시/ 오사카 쇼핑의 성지]
[1995년 1월 17일 발행한 지진 피해/ 고베항 지진 피해 메모리얼 파크]
[고베의 메리켄 파크 오리엔탈 호텔 + 크루즈 루미너스호]
[호텔과 크루즈의 합체변신]
[국제 테니스 구장]
[호텔 근처 공원 산책길로 향하는데, 일행한테 찍혔다]
[고베항에서]
[6/24~6/27까지 여행인데, 여행 마지막날 G20 정상회담 준비로 거리가 삼엄하다]
답: 일본 식당에 들어 갔는데 개인 신발장에 넣고 잠그는 열쇠였다.
2019.06.24~06.27 <3박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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