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방학 숙제를 계기로 만들게 된 가족신문에 남편과 아이와 내 이름 한 글자씩을 따서 '순수산 가족신문'이란 이름을 붙였다. 처음에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난감해서 인터넷을 통해 공부도 하고 잘 만든 다른 집 신문을 보고 연구도 한 결과, 우리집만의 독특한 신문이 탄생하게 되었다. 깡그리 잊고 지내던 가훈, 가족 계보, 족보를 짚어보고, 부모가 바라는 아이 모습, 여행스케치, 산행일지, 수필, 이달의 행사를 싣는 등 A3용지 앞뒤를 꾸밀 내용은 무궁무진하다.
가족신문을 만드는 일은 어느덧 내 삶의 기쁨이 되었다. 신문을 만들면서 세상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작은 일이라도 자세하게 살피고 관찰하는 나만의 심미안이 생긴 것이다. 신문을 만들기 위해 가족간에 자주 대화를 하다 보니 남편과 아이의 올해 소망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가족신문은 가족이 한달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진다.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여행도 자주하고 책도 많이 읽으려 하며,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을 찍는다. 남편 역시 전에보다 헌혈을 자주 하게 되었고, 아이는 공부도 운동도 전에보다 열심히 하게 되었다.
가족신문을 만들면서 우리 가족의 삶이 더 풍요로워진 것이다. 그렇지만 가족신문을 만드는 일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연애시절 그렇게 러브레터를 잘 썼던 남편은 독촉을 해야지만 마지못해 글을 쓰고, 아이 또한 글 쓰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신문을 만드는 것은 우리 가족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중대한 일이기에 다들 결국에 편집장인 나의 말을 따르게 된다. 그리고 가족신문을 잘 만들었다고 상까지 받은 후론 남편과 아이도 점차 성실한 기자가 되어갔다. 그렇게 해서 신문을 완성하고 나면 뭔가 큰일을 한 것처럼 뿌듯하다. '순수산 가족신문'이 먼 훗날 자식의 자식들도 보는 가보가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200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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