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행복,나의 글쓰기

선물 / 스펜서 존슨

순수산 2005. 12. 24. 10:43
 

선물/스펜서 존슨/랜덤하우스중앙
*오늘을 소중히 엮으며...*

  내가 사는 집에서 10여분 거리에 일곡도서관이 있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책을 빌려 본다. 워낙 도서관에 다양한 서적이 구비되어 있기에 많은 책을 접하지만 정작 책을 사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런데 간혹 소장하고 싶은 책이 있으면 과감히  구입한다. 간직하고 싶은 책이 스펜서 존슨이 쓴 『선물』이다. 이 책을 사서 책장에 꽂아 놓고 쉬엄쉬엄 읽었다. 단숨에 읽을수도 있으련만 왠지 한꺼번에 읽어버리면 세상을 너무 빨리 알아버릴 것 같아 두고두고 읽었다.  아담하고 그리 두껍지 않는 책은 누구라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읽으면서 너무 깊은 감동을 받았기에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녀석이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꼭 읽혀주고 싶은 책이다.


  책은 한 소년이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성장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을 찾는 여정이 그려져있다. 지혜로운 노인을 만나 그 소중한 선물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꼭 내가 소년처럼 기대되고 설레게 되었다. 노인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바로 현재의 순간이다’라고 얘기한다.나이에 따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이 다를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견해 속에서 10대들은 공부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20대들은 사랑과 애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30대 중반인 나에게 그 선물이란 사랑하는 가족과 웬만큼 살 수 있는 경제력과 건강을 꼽을수 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생각을 달리 먹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현재에 살지 못하고 지나온 과거에 억매이고 다가오지도 않는 미래를 두려워 한다면 분명 현실은 불행할거라 생각된 것이다. 누구나 이론상으로 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실천한 사람은 그 작지만 소중한 체험을 했을 것이고 실천하지 못한 사람은 그런 것은 예전에 다 알고 있는 것이다라고 아는체만 하고 말았을 것이다. 오늘 하루의 삶이 초록잎 한 장이라면 이 한 장의 잎들이 차곡차곡 모여 나뭇가지를 튼실하게 했을 것이며 한달 한달이 모여 1년이 될쯤이면 풍성한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있을 것이다.


  살다보니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가 종종 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서 갈팡질팡 흔들리기도 하고 잘못한 행동에 대해 가차없이 책임져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책은 너무도 명쾌하게 말해주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도 현재 이순간 ‘옳은’것에만 집중하면 우리는 더 행복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활력과 자신감을 얻어 그른것도 처리할 수 있다,라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에  근무하고 그리 잘난 것 없는 배우자와 살더라도 내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지나온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에서 배울 수는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간혹 직장동료들이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전직장에서는 이랬는데..., 예전에는 저랬는데..., 이런 얘기를 자주 하는 사람치고 현실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과거가 제 아무리 좋았더라도 그것은 과거일 뿐이다. 지금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면 도둑맞은 미래만 남을 것이다. 


  배움의 문턱을 밟지 못한 친정어머니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참 많다. 그도 그럴것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하며 지금도 뭔가를 꾸준히 배우는 나로서도 현실은 너무도 빠르게 변해 발맞춰 걸어가기 어렵다. 어머니는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선다. 매사 대화로 풀지 못하고 몸에 배인 악과 눈물로 세상을 헤쳐나간다.  그리고 늘 걱정과 미래에 대한 근심으로 얼굴은 세상의 짐을 다 짊어지고 가는 인상을 하다보니 건강도 좋을리 없다. 아마 살아생전 어머니의 호탕한 웃음은 구경하기 힘들 것이다. 내가 늘 어머니께 드린 말씀처럼 책은 얘기한다. ‘누구도 미래를 통제하거나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 원하는 것에 더 많은 계획을 세울수록 현재의 걱정과 불안이 줄어든다. 그리고 미래를 더 잘 알 수 있다,라고...


  사람들은 부자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나또한 예외는 아니다. 남녀노소 부자와 가난한자를 떠나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에 성공의 열쇠가 있다. 그 하루를 어떻게 보내냐에 따라 앞으로의 삶이 많은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노인은 삶 가운데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현명한 길라잡이가 된다.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가는 우리의 소명이 무엇인가에 따라 다르다. 행복해지고 성공하고 싶을 때 현재를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과거보다 나은 현재를 원할 때 과거에서 배움을 얻어야 한다.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원할 때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라고. 욕망의 끝이 없는 것이 인간이라고 나 자신을 합리화 하며 항상 현실에 대한 불만을 품고 살았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내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 같아 전직을 밥먹듯 꿈꾸고, 아들녀석의 학교성적이 내 기대치에 못미쳐 닦달하기도 하고, 물가는 날개를 달아 위로만 올라가는데 남편의 월급은 동결되어 늘 살기가 빠뜻하게 느낄때 내 불만은 바람 가득 찬 풍선처럼 언제 터질지 모를 위험수위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더 갖고자 하는 욕망아래 부족한 것에 현미경을 들이밀다 보니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어 아침 발걸음이 경쾌하고, 사랑하는 아들녀석이 건강하게 자라주어 고맙고, 늘 성실하게 근무하는 가정적인 남편이 있어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소중한 선물’이 과연 무엇일까, 해답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는 이 책을 권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을 그대에게 안겨주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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