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업이다 / 구본형 / 북∧넛
흔히 "약발이 떨어졌다"라는 말을 쓴다. 지금 내 처지가 꼭 그러하다. 한 직장에서 9년째 근무하다보니 입사때 갖었던 희망찬 꿈과 멋진 비젼은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땀 흘려 일군 성취감은 가뭄에 콩 나듯 듬성듬성한데 타인을 향한 불만과 불평은 우후죽순 자란다. 지난 세월 실력도 없는 자신을 과대포장하며 착각 속에서 살았다. 동료들에게 얼마나 많은 손가락질을 받았을까, 후회스럽다. 숲 보다는 나무만 쳐다보는 근시안은 긍정보다는 부정적 사고를 낳았다. 내 역량의 부족을 탓하기 전에 회사에 융화되지 못하고 물에 기름처럼 둥둥 떠다니는 한 조각의 부표(浮漂)가 아니였나,싶다.
40세를 바라보는 직장여성은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몸에 지방이 쌓일 때이고, 정신을 갈고 닦지 않으면 사회생활에 도태되기 쉽다. 더불어 육아까지 생각한다면 슈퍼우먼이 되어야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어느덧 물 흐르듯 기성세대로 변할 수 밖에 없었던 나는 세월만 탓했다. 그러한 중에 자신을 직시하고 빈약해진 정신을 살지우게 된 책을 운 좋게 만났다. 책은 변화경영을 외치는 구본형의 「내가 직업이다 」이다.
삶의 매너리즘에 빠질때 이 저자의 책을 읽고 나면 새롭게 변하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그만큼 특효약을 발휘한다. 변화를 생각해 봐야 할 시기에 헐거워진 정신력을 확실하게 조여준다. 업무의 시작과 함께 날마다 쏟아냈던 불만들은 내 몸값을 제대로 평가해주라는 것이였다. 최고경영자에게는 소리없는 아우성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이것만큼 절실한 사안이 없었다. 그러나 늘 내 입장만 내세웠지 상대의 입장은 사실 배려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사소한 불만은 눈덩이로 변했고 닫혀버린 대화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책을 읽고 내가 최고경영자라면 나같은 직원을 계속 쓸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객관적으로 물어보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다.
무력감이 물밀듯이 밀려왔을 때 헬렌켈러의 말은 많은 용기를 준다. “나는 나약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어쨌든 인간이다.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는 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결코 망설임 없이 나는 그 일을 할 것이다.” 책은 나다운 방식이 없으면 죽은 비즈니스라고 한다. ‘자신과의 대면’을 통해 얻어내게 된 자신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잘 활용하라며 세가지의 원칙을 전한다.
원칙 1. 취미를 직업으로 전환하라. 모든 훌륭한 전문가들의 공통점이다. 좋아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다양한 시도를 즐기도록 도와준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다. 어차피 평생 일을 하면서 살텐데 내가 좋아하는 취미가 곧 업이 된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원칙 2.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라. 개인의 구체적 경험과 체험들은 유일한 것들이다. 그 개별적 체험 속에서 얻은 것들을 지금 시작하려는 비즈니스 속에 넣어 휘저어라. 내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켜야 될 것이다.
원칙 3.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라. 이 말에 기죽을 것 없다. 이 말의 뜻은 새로 습득하게 된 것을 현실에 도입하라는 의미이다. 학습하는 사람들만이 어제보다 나아질 수 있고, 빈곤의 고리를 끊을 수 있고, 시시한 과거와 결별할 수 있다. 또한 전직과 창업을 앞두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번영하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몇 가지 지혜를 소개한다.
1. 투자하기 위하여 자금의 조달과 상환에 대하여 반드시 기억할 원칙이 있다. 빚은 지나침을 늘 경계해야 한다. “은행가는 햇볕이 날 때 우산을 빌려주었다가 비가 오면 우산을 돌려 달라는 사람들이다.”
2.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성이 중요하다.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의견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경마가 이루어진다.”
3. 어느 시대에나 사기꾼이 있다. 퇴직금을 털어 창업을 시작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 “나는 거리에서 값나가는 개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 3달러를 받고 팔았다. 그 후 개 주인이 찾아왔기에 그 개의 위치를 알려주고 3달러를 받아 챙겼다.”
누구나 행복과 행운을 꿈꾸며 산다. 행운은 두 군데로부터 오는데 신으로부터 오는 운은 말 그대로 우연이므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으로부터 오는 행운은 만들어 낼 수 있기에 통제할 수 있다고 한다. 만들어 내는 행운의 비결을 저자는 친절하게 열가지로 소개한다.
*있는 그대로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을 기분좋게 해 주어라. 실수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웃어라.
*카리스마를 키워라. 단 카리스마는 타인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을 사로잡아 뿌리칠 수 없게 하는 매력이다.
*늙어서까지 어린아이의 마음을 간직하라. 완숙하고 똑똑하게 여겨지면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잘해 주어라. 보상을 기대하는 마음을 지워라. 호의는 호의 자체로 또 다른 호의를 이끌고 온다.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어라. 다른 사람에게 공을 돌려라.
*인맥을 유지하라. 특히 거절당했거나 불쾌한 경험이 있는 경우 복수하지 마라. 복수는 달콤한 것이 아니다.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지 마라. 대신 유일한 경쟁의 상대는 자기 자신이라 여겨라.
*인생의 밝은 면을 보라. 어떤 사람은 구름을 보고 어떤 사람은 구름 뒤의 햇빛을 본다. 즐거움은 마음가짐이다.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때 실패의 책임을 져라. 불행을 다른 사람이나 불운한 탓으로 돌리지 마라. ‘내 잘못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사람’을 믿고 도와주려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쉽게 열받지 마라. 열받아서 말이 잘못 나왔더라도 곧 김을 빼고 식혀라. 다혈질은 어쩔 수 없지만, 빨리 뒤끝 없는 사람임을 보여 줘라.
왜 나에게는 행운이 오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았는데 내가 행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행운의 비결 열가지 중에서 절반만 지켜 나간다면 머잖아 행운은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다가올 것 같다. 행운은 우연과 필연 사이를 거닐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행운이 오는 길목에 서 있다가 산책 나온 행운을 만난다. 이 만남은 전혀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그들을 운 좋은 사람들이라고 부르지만 만날 것을 만난 필연의 냄새가 짙다. 어떤 사람들은 행운이 어떤 길을 산책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들에게 행운과의 조우는 그저 우연일 뿐이다. 불만 투성이였던 나는 행운을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만들어 보련다.
나는 오늘부터 직원이 아니라 최고경영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니 회사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참 많다. 일단 밀린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도 찾아봐야 될 것이고, 회사 지출 경비를 줄이기 위해 절약해야 할 목록도 체크해야겠다. 또한 회사 이미지에 실추되지 않도록 늘 몸가짐과 말을 조심하고 매사 그럭저럭, 적당히 때우려는 습관을 고치고 공과사를 확실히 구분하고 내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련다. 지금 이시간 이후로 최고경영자인 나는 내 회사를 위해 신바람나게 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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