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한끼 밥을 먹는다는 것은 한끼를 때운다가 훨씬 맞는 말이다.
밥이 맛있어서 먹는 것은 아니다. 어쩔수 없이 살기 위해서 먹는다.
그럼 맛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그렇게 맛있다고 생각한 음식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먹는 것을 즐겁게 생각하지 않는다. 식도락가들이 알면 나를 무척 밥맛없는 사람 취급할지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삶은 먹기 위해서 산다고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
밥이 사람에게 주는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다.
진수성찬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위해 밥을 짖고 반찬을 해서 정성스럽게 대접한다는 것이
얼마나 상대에게 힘이 되는지 나는 안다. 예전에 회사일로 힘들어 했을때 근무중 바람을 쐬러(?)간다고 하고 친구한테 전화를 했다.
"나 지금 심란한데 지금 너희집에 간다."
"어, 얼른 와."
점심때라 친구는 압력솥에 고슬고슬 밥을 해놓고 영광굴비를 구워서 반찬 세가지에 정성스럽게 오로지 나를 위해서 차려줬다. 양념으로 내가 힘들다는 것을 차분하게 들어주고 힘을 내라며 격려도 해줬다.
친구가 아니라 인생의 대선배에게 조언을 듣는 기분이였다. 나는 그때 밥이 주는 강력한 힘에 매료되어
거뜬히 극복하고 회사로 돌아왔다.
어제, 우리집에서 교회 셀모임을 갖었다.
두사람 다 시간과 전쟁을 치르는 직장인들이였다. 나는 6시에 퇴근하여 이 두사람을 위해서
1시간 반동안 나름대로 음식을 준비해서(밥하고 생선굽고 있는반찬 놓기)상을 차렸다.
하루종일 힘든 업무에 시달렸던 두사람은 정말 맛있게 밥을 먹었다.
직장인 가정주부란 항상 누군가를 위해서 밥을 차렸지, 정작 본인이 대접을 받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래서일까, 차린 음식에 비해 정말 감사하며 먹는 모습들이 이뻤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지지고 볶으고 해서 막 먹이게 하고 싶었는데, 차려 주면서도 미안했다.
덤으로
우린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믿음 안에서 힘이 되는 대화와 기도로 모임을 마감했다.
"밥심으로 사는겨"
진짜 삶은 밥심으로 산다. 누군가를 위해 밥을 짖는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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