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행복,나의 글쓰기

아들 하나, "목메달"/샘터2008.6월호

순수산 2008. 5. 22. 17:45
 

아들 하나, 목메달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낳으면 금메달감이고 딸 둘은 은메달감, 딸 하나에 아들 하나는 동메달감이라는 말을 듣고 어디에도 해당사항이 없는 나는 잽싸게 물어봤다.

“그럼 아들 하나 낳으면 무슨 메달이예요.”

“목메달......”


헛웃음이 먼저 나왔다. 자랑스런 메달감이 되지 못했으니 목이나 매란다.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시대가 참 많이 변했음을 느낄수 있다. 아들 못 낳은다고 소박 맞고 아들 보기 위해서 줄줄이 사탕 딸을 많이 낳았던 얘기들이 옛날 동화책에서나 나올법한 구시대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요즘은 여아선호사상의 세상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딸은 진짜 보배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을 알뜰살뜰 챙기는 것, 그것 딸이 다한다. 말 한마디도 살갑게 건네고 부모님이 무엇이 필요한지 말 안해도 척척 알아서 구석구석 챙겨드린다. 결혼해서 살아보니 엄마에게 딸은 꼭 있어야 할 친구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나는 멋없는 아들 하나 키우고 있다. 설상가상 중학생이 되고보니 자식 키우는 맛이 덜 익은 감 씹은 느낌이다.


아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자 엄마 얼굴보다는 거울보고 제 얼굴 매만지기 일쑤.

아들 얼굴에 웃음꽃 피우기 위해 나이 먹은 부모가 재롱 떨기.

야유회에 참석해달라고 통사정하고 가족행사에 동행하자고 아양 떨기.

등산이라도 한번 데리고 가면 투덜투덜, 어쩌고 저쩌고 해서 귀가 먹먹하다. 정체성과 자아를 찾아가는 한참 예민한 과도기겠지, 생각하다가도 제 잘나 혼자 크는 것처럼 보일때는 정말 한 대 때려주고 싶을만큼 얄밉다. 


나는 목메달이다. 성적 일,이점에 희비가 엇갈리는 아이보다는 가정교육이 잘된 참 바르게 자랐다는 말에 목을 매고 싶다. 부모 어려운지 알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배려와 예의가 몸에 밴 아이로 키우고 싶다. 주변 어려운 상황에 같이 가슴 아파하고 넘어지는 친구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마음이 따뜻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 바다같이 넓은 마음의 사이즈를 키우는 것에 목을 매련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참 살만하고 자긍심은 강하나 결코 교만하지 않는 아이로 키우리라.


날마다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천국같은 스위트 홈인 우리집은 웃음소리와 노래소리가 대문 밖을 나서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화로 술술 풀어가는 아름다운 가정이다. 

“나도 결혼하면 엄마 아빠처럼 행복하게 살거야.”

아이의 바람처럼 부모가 행복하게 살다보면 그 행복의 양이 넘쳐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되어있다. 무엇이 소중한지 알기에 나는 목 맬 가치가 있는 것에 기꺼이 목을 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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