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행복,나의 글쓰기

우리집의 어버이날

순수산 2009. 5. 8. 08:56

아이만 낳았다고 해서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되는 것은 아이를 키워봐야 알 수 있다.

부모란 무엇인지, 엄마는 어떤 역을 맡은 사람인지

아빠는 어떤 책임감의 사람인지 자식을 키우면서 알게 된다.

그러니 내 부모의 마음을 알려면 내가 자식을 낳아 키워봐야 안다.

부모속 썩이는 말썽장이 자식한테 가장 큰 욕이 아마

"너 같은 자식 낳아 키워 봐라." 라는 말이 아닐까.

 

오늘이 아들의 중간고사 마지막 날이다.

어제 늦은시간까지 같이 공부하면서 또한번 자식을 통해

겸손을 배우게 되었다. 내 마음대로 절대로 되지 않는 자식.

아니 내 욕심대로 자라주지 못한 자식을 통해

그래, 이쯤해서 놓아주자 나를....

 

오늘 아침식사를 하면서

"아들...오늘이 어버이날이라는 것이다."

"엄마 2천원만 주세요"

"뭣이, 어버이날에 부모한테 용돈(?)은 못줄망정 돈을 주라고.."

"시험 끝나고 간식 사먹으려고 하는데 만원짜리밖에 없어서요."

"이눔의 자슥...너 장부에 다 적어 놓는다."

"알았어요. 나중에 돈벌면 이자까지 해서 갚아드릴께요."

 

마지막 시험을 보는 아들놈한테 무엇을 더 바라리요.

그저 노력한만큼 최선을 다해서 시험보기를 기도할 뿐.

욕심을 버리자.

"오늘 시험 끝나면 뭐할래?"

"잠 좀 많이 자려구요."

"그래라. 그동안 마음 편히 잠도 못잤는데..."

 

외동아들로 혼자 외롭게 자라는 아들에게 엄마는 때론 누나가 되고

아빠는 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시험기간이 되면 온가족이 함께 공부한다.

아들의 시험이 끝나면 나도 마음이 홀가분하다.

"시험 끝나면 마음껏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TV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꼭 내가 시험보는 학생같다.

 

2.8kg 아주 작게 어렵게 태어난 아들을 처음 품에 안았을때의 기분이란...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충만했고 한없이 기뻤다.

이미 그때 아들은 나한테 모든 것을 다해준 셈이다.

순간순간 아들에 대한 기대와 욕심이 생길라치면

아들을 처음 만났을때 감격의 순간을 잊지 말자.

아들은 아들 그 자체로서 내 인생의 크나큰 선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