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행복,나의 글쓰기

심심할때 연애추억 까먹기

순수산 2009. 7. 4. 11:13

결혼 16년.... 정말 순식간에 세월이 지나갔다.

부부가 서로를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한다고 하지만 어디 연애시절만큼 되겠는가.

아무리 말 안듣는 사춘기 아들놈이라도 있기에 우리는 아들놈을 중심으로 말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우리 둘만의 이야기에도 끝이 없었는데...

 

외모가 이쁘지 않아도 이십대는 꽃피는 나이다. 

이십대 초반 그를 만났고 중반때 결혼을 했다.

우린 캠퍼스 커플이다.

 

 

 

 

내가 그를 왜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었을까...

그는 테니스를 아주 잘 쳤을 것이다. 간혹 학교에 라켓을 들고 나타났다.

지금도 티브이에서 테니스 경기가 나오면 넋을 잃고 본다.

그는 목소리가 굵고 힘이 있었다. 여자는 외모보다는 목소리에 약하다.

그는 이목구비가 뚜렷하여 보는 이로부터 시원함을 준다. 나보다 인물이 훤하다.

그는 볼링만 빼고 운동을 아주 잘한다. 승부욕이 강하다.

그가 자취생활 10년을 하면서 월급 받으면 제일 먼저 책을 샀다고 한다.

자취방 한쪽면에 책들로 가득찼다. 그리고 방이 어찌나 깔끔한지.....

그와 얘기를 나누면 그의 박식함이 드러난다. 나는 그의 등 뒤에 서면 한없이 작아진다.

 

그는 성실한 총각이라고 주변에서 중매를 많이 서줘서 아마 백번은 선을 봤다고 한다. 

나는 그가 처음이다. 이런이런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 막 든다. 그러나 풍요속에 빈곤이라고

선택의 번민이 내게는 없었다. 그가 처음이고 그가 내 마음에 딱 들었고 그와 결혼했다.

 

한참 연애시절 나는 직장 산악회에서 연말에 2박3일 제주도 한라산에 갔다.

그는 내가 없는 연말 연초에 우리집에 찾아와서 장모님께 새해인사를 드렸다.

내가 없는 사이에 점수를 백배로 따놓은 사람이다. 1월 1일 산에 오른 그가

나를 생각하며 엽서를 써서 우리집에 부친 것이다. 새해첫날 내가 없는 사이에

한해의 계획을 세워 띄운 것이다.  보통 머리가 똑똑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신혼집을 친정엄마와 남편이 서로 알아보고 다녔다.

나는 그때 뭐했을까...

우리의 신혼여행지를 남편이 혼자 다 알아보고 사이판.괌을 선택했다.

나는 그때 뭐했을까...

그만큼 남편은 자상하고 배려심이 많고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고

연약한(?)여자를 잘 이해해주고 보살펴준다. 

 

울 아들에게 항상 여자는 보호해줘야 한다고 남편은 말한다.

여자를 이기려고 하면 삶이 고달퍼진다고 말한다.

나이 들어 아내한테 세끼 밥 얻어먹고 싶으면

맛없는 반찬도 맛있다고 애기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ㅋㅋㅋ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를 선택하여 결혼하자고 한 그에게

나는 선택 당했다. 그것이 두고두고 기분 좋게 한다.

나는 그의 것이 된 것이 무지 감사한데

그는 나를 소유한 것이 감사할까?

내가 그를 만난 것은 내 인생의 대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