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해뜨는 아침

순수산 2009. 12. 22. 13:25

 

<2009. 12. 22 오전 8시>

 

가방을 들고 출근을 막 하려다가 베란다 창가에서 한줄기의 밝은 빛이 쏟아진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나는 햇살을 감지했다.

가방을 열어 디카를 꺼내 베란다로 나가 거실창, 베란다창, 방충망을 여는데 어찌나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 해맞이라는 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떠오는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연속 열컷을 찍었다.

큰 대어를 낚은 어부처럼 오늘하루 큰일을 한듯 뿌듯했다.

 

 

이 시간 무등산에는 아직 거치지 않는 시커먼 구름이 끼여있는데

용케도 태양이 떠오른 그 자리에는 동그랗게 구멍이 나있었다.

태양이 제자리를 잡은양 그 구멍에 딱 들어간다.

이것이 태양이 우리에게 보여준 선물같은 SHOW 이다.

정말 예술이였다.

 

 

약 십초 사이에 다시 구름이 태양을 가려 이렇게 숨바꼭질 놀이를 하고 있다.

태양은 놀리기라도 하듯 "나 찾아봐라" 꽁지를 감췄다.

 

태양이 얼굴을 내밀고 싶어도 구름이 도와줘야 하는데...

언제 또 나올지  확답이 없길래 출근은 해야 하므로 아쉬움을 안고 현관문을 나섰다.

 

2010년 1월 1일의 태양은 또 어떤 모습으로 떠오를지 사뭇 궁금하다.

분명 말갛게 세수한 모습으로 나오겠지.

그때 또 만나야겠다.

 

 


 

어제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순간 목에서 삐그덕 하는 소리가 났다.

새벽기도를 가기 위해 일어나다가 자세가 안좋았나보다.

그렇다고 계속 누워있을수도 없어서 일단 집을 나서긴 했다.

 뒷 목덜미에 각목을 댄것처럼 뻣뻣하다. 

고개를 양 옆으로 돌릴수는 있는데 고개가 뒤로 넘어가지도 않고 앞으로 숙이지지도 않는다.

 

어디가 아프면 나는 일단 내 몸을 잘 지켜본다.

웬만해서는 병원에 가는 타입이 아니여서 참다가 영 안되겠다 싶으면 병원을 가는데...

병원에 가기전에 그래서 낫는 경우가 허다하다.

며칠전에도 감기기운이 슬슬 오더니만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고 좀 쉬었더니

감기가 꽁지를 감췄다.

뭐 이런 식이다.

 

한살 한살 나이를 먹다보니

정말로 여기저기서 삐그덕거리린다.

왜 어르신들이 여기 아프네, 저기 아프네 하는 얘기를 이젠 귀담아 듣게 된다.

워낙 활동적인 성향인데

추운 겨울이라 운동을 세달정도 쉬다보니 

또한 연말이라 업무량이 많다보니

내 몸에서 자꾸 말을 걸어온다.

너의 식대로 살아달라고....ㅋㅋ

 

뻣뻣한 뒷덜미 때문에

정말로 고개가 숙여지지 않는 교만 중의 교만한 자가 되버렸다.

남이 인사해도 눈만 깜박하는 스타일이 되어버렸고

일단 테이핑으로 응급처치는 했지만

사실 병원가서 침맞고 이런 것 딱 질색이라...

좀 더 지켜봐야겠다.

 

추운 날씨로 너무 웅크리다보니 오히려 몸에는 역반응이 나타난 것 같다.

이깟 추위정도야, 생각하면 추위가 나를 이겨내지 못할텐데...

추위에 정복당한 느낌, 쓰디쓴 패배의 잔을 마신듯

씁쓸하다.

 

 우리모두 조심하시게요.